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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태령 잘 다녀와서 후기 씁니다.

차빼 조회수 : 3,154
작성일 : 2024-12-23 09:45:55

남태령 앞에서 막혀 갓길에 차를 댄 후 화장실이 급했던 저는 우선 내렸어요.  

막힌곳에는 경찰들+경찰차량만 있어서 뻘쭘한데 저 앞서 커다란 짐을 이고지고 가는 소녀를 만났어요.  그 분도 머뭇머뭇 긴장한듯 보여 말을 걸었어요. 

 

저..혹시 저랑 같이 가실래요.  제가 짐 들어드릴께요. 

상하의검은색 플레어스커트를 입은 그분은 짐이 자그만치 20킬로는 될것 같았고 저와 같이 경찰들을 지나쳐서 조금 걸으니 사람들이 질서있게 앉아 있었어요.   

자봉하는 곳에 가서 가방을 열어 물건을 내놓는데 깜놀했어요.

더플백 하나가 다 과자랑 핫팩이였던 거예요.  허걱.. 

자봉하시는분이 손수 만든 생강차는 향이 알싸한게 너무 맛있었어요. 

추위가 싹 없어지는것 같았죠.  제가 원래 커피외엔 안먹는데 생강차가 이리 맛있다니.

 

암튼 앞자리를 차지하고 앉으니 방석이랑 은박지?같은걸 깔아주시는 분, 계속 사탕,젤리,과자,빵,떡,김밥이 여기저기서 왔어요.  춥지만 춥지 않았어요.  낮이 되면서 햇빛도 점점 따스해졌어요.  

그 소녀가 커다란 깃발을 들고 왔어요.   설명해 줬는데 처음 듣는거라 기억을 못하겠어요.

유명한 그 세계에서는 뭐 그렇대요.  덕후분이신데 멋진 망토와 오래된 파리의 가스등과 같은 모양의 램프를 들고 왔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모이는데 저는 그 깃발을 내내 흔들며 음악이 나올때마다 춤을 추었어요.  춤이 저절로 나는 현장이였어요.   

함께 있으니 춥지도, 우울하지도 않았어요.   그 소녀의 친구분도 와서 이제 셋이서 춤추고 놀았어요.  구호도 아주 열심히 목터져라 외쳤어요.   그리고 길이 열렸고 정말 기뻤어요.   

사당역까지 행진하는데 목이 쉬어 목소리가 이상해지는데 옆의 앳된분이 목캔디를 건네서 감사히 받았어요.   더 있고 싶지만 집의 가족들에게 돌아가기로 하고 같이했던 두분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왔어요.   

 

집회를 나갈때마다 몸무게가 줄어요.  다이어트에 딱입니다.   제가 평상시 48인데 꼭 1킬로가 줄어요. 

참가자분들의 발언들이 하나하나 인상깊었어요.  그 중 저도 고개를 끄덕였던건, 제가 계엄의 밤에 잠을 잤다는 거였어요.  그 밤을 후회했어요.  다시 후회하고 싶지 않아서 어제 집회에 갔던 거예요. 평상시 동네엄마들이 저한테 그러거든요. 숨어 다니냐고요.  집에서 안나오니까 ㅎㅎㅎ 

이런 제가 홀로 집회에 다니고 있어요.  그런데 재밌는건 그 덕후분도 집에서 안나온대요.  이런저런 얘길 하면서 세대를 넘어 공감하고 연대할수 있어 좋았어요.   벽이 열려 트랙터에 앉아 우리에게 계속 손을 흔들어 인사하시던 농부님도 집으로 잘 가시길 빌어요. 

 

IP : 112.187.xxx.221
3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사
    '24.12.23 9:47 AM (14.63.xxx.106) - 삭제된댓글

    원글님 감사해요.
    님같은 분들의 마음이 모여 국민이 이길겁니다.

  • 2. 고맙고
    '24.12.23 9:49 AM (61.73.xxx.75)

    감사해요 함께 해주셔서 ^^

  • 3. 아뮤
    '24.12.23 9:49 AM (61.105.xxx.18)

    정말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 4. Zmj
    '24.12.23 9:50 AM (175.206.xxx.101)

    감사합니다

  • 5. 감사
    '24.12.23 9:50 AM (1.230.xxx.114)

    추운데 고생하셨어요
    감사합니다

  • 6. 실행에
    '24.12.23 9:50 AM (175.118.xxx.236)

    옮기신 분 존경합니다

  • 7. 자꾸이럴래
    '24.12.23 9:51 AM (115.145.xxx.227)

    너무 감사합니다 ㅜ 고생 많으셨어요.

  • 8. 첫댓
    '24.12.23 9:52 AM (49.186.xxx.185)

    사수하고파 얼른 로긴했는데 조금 늦었네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소녀와 20키로 가방 그리고 세분이 방방 뛰는 모습까지 소설같은 이야기네요. 우리의 현실이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것이 ㅠㅠ
    감기 조심하시고
    대한민국은 이런 국민들의 마음들이 모여 꼭 이 국난을 뚫고 나갈거예요!!

  • 9. 추운데
    '24.12.23 9:54 AM (112.157.xxx.212)

    추운데 고생 많으셨어요
    이런마음 하나하나가 모여서
    살만한 나라를 만들고
    그 살만한 나라를 우리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거겠죠

  • 10. 감동
    '24.12.23 9:57 AM (174.127.xxx.217)

    글이 아름다운 동화 같아요.

    나라 걱정으로 가슴 답답하고 울화통이 터질거 같을때는 집에서 속 끓이지 말고 집회 나가서 소리 치고
    열심히 행진하다 오는게 최고의 치료법이더군요 .

  • 11. ..
    '24.12.23 9:57 AM (39.7.xxx.94)

    자유발언들, 어찌 그렇게 진심들이실까 감동입니다.
    원글님처럼 집에만 계시던 분들이 거리로 나오시는데 이걸 누가 이길까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12. Mgff
    '24.12.23 10:02 AM (211.209.xxx.245)

    추운날 고생하신 분들 덕택에
    길이 열렸어요
    자랑스럽고 뿌듯한 날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13. 정말
    '24.12.23 10:05 AM (61.79.xxx.48)

    훌륭하시네요

  • 14.
    '24.12.23 10:07 AM (113.30.xxx.196)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분들이 차가운 밤을 녹이고 계셨군요. 저는 여의도 집회만 갔었는데 집에 있으면 우울하고 암울한데 집회 가면 희망이 생기더라구요. 원글님 같은 분들이 계셔서 그런 모양이에요. 다음번엔 저도 온기 보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15. 이뻐
    '24.12.23 10:10 AM (211.251.xxx.199)

    역사를 움직이시는
    작은 태엽같은 분들
    소중하고 감사한 분들
    가족분 모두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 16. 진심
    '24.12.23 10:13 AM (59.1.xxx.109)

    멋진 사람들

  • 17. ㅠㅠ
    '24.12.23 10:14 AM (222.236.xxx.112)

    어제 시민발언때는 눈물이 많이 났어요.
    자식같은 어린 친구들이 저리 생각이깊고 성숙하다니..
    우리나라 절대 안망할듯요 ㅎㅎ


    맞아요 집에만있음 윤석열 못 끌어낼거같고 답답한데
    집회갔다오면 희망이 생겨요.

  • 18. ......
    '24.12.23 10:14 AM (106.101.xxx.172)

    감사합니다

  • 19. ㅇㅇ
    '24.12.23 10:15 AM (175.196.xxx.92)

    함께하는 마음이 이 사회를 좀 더 밝게 하고, 그래도 살만한 세상을 만드는군요.

    추운날 고생많으셨습니다.

  • 20. ....
    '24.12.23 10:16 AM (14.241.xxx.17)

    눈으로 보다가 들어와 감사인사 하고 갑니다~~^^

  • 21. 수고
    '24.12.23 10:17 AM (116.34.xxx.24)

    많으셨습니다
    후기까지 감사합니다
    진짜 나라의 영웅들...

  • 22. ..
    '24.12.23 10:18 AM (211.106.xxx.227)

    저도 계엄해제안이 가결이 되어서 이제 해결되겠지 낼 출근해야되니까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 당시엔 군인들이 무서웠고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는데 그 뒤 나온 뉴스를 보니 엄청난 상황이였던거였어요.ㅠ 저는 11월부터 집회에 참여하고있는데 남태령은 못갔네요 원글님 수고 많으셨고 감사합니다.

  • 23. 방빼
    '24.12.23 10:27 AM (112.187.xxx.221)

    집회라고 하면 좀 딱딱하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혹시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후기를 써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홀로 와도 괜찮고 같이 오면 더 좋은곳이요.
    저는 남태령 뉴스보고 어쩌면 더 길어질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마음을 먹고 갔어요. 그래서 바지도 두벌 껴입고 두툼한 양말도 챙겨 갔는데 잘 해결되어 너무 다행이었죠.
    따뜻한 리플 달아주신 82님들 감사해요.

  • 24. ...
    '24.12.23 10:31 AM (14.52.xxx.158)

    목캔디까지 준비하신 분.. ㅋㅋ 경험이 쌓이니 준비도 탄탄해 집니다. 원글님 고생 많으셨어요. 감사합니다. ^^

  • 25. ...
    '24.12.23 10:36 AM (218.144.xxx.70)

    너무 감동이에요ㅠ 님도 그 소녀분도 모두 멋지십니다
    저는 주말에 광화문 갔었는데 춤추는 소녀들 보면서 저도 울컥했어요
    심란하고 우울한 분들 집회 가보시는거 추천드립니다. 울화가 풀리고 마음이 밝아져요

  • 26. 감동
    '24.12.23 11:02 AM (112.223.xxx.59)

    후기 들려주셔서 감사해요!

  • 27. ...
    '24.12.23 11:06 AM (60.242.xxx.241)

    환타지보다 더한 환타지를 일구어내신 님들, 존경합니다!

  • 28. ...
    '24.12.23 11:08 AM (175.195.xxx.132)

    남태령 밤샘 평화 전투로 역사에 길이 기록될 만한 사건이지요.
    함께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젊은이들의 알록달록 응원봉 물결을 보면 아주 든든해요.

  • 29. 이쁜글
    '24.12.23 11:14 AM (175.124.xxx.136) - 삭제된댓글

    참 짧은 단편같은 글이네요.
    예전 다이제스티브?같은데 나오는 글같아요
    역사의 현장에서 의미있는 시간 잘 보내셨군요.
    저도 어제 다녀왔습니다.

  • 30. ooo
    '24.12.23 11:18 AM (106.101.xxx.201)

    따뜻한 분이 글도 너무 잘 쓰세요.
    그 추운 밤을 지켜주신것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31.
    '24.12.23 3:32 PM (58.140.xxx.20)

    너무 감동이네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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