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역에서 내렸습니다.
이미 사람들로 가득해서 빨리 갈 수 없었어요.
천천히 걸어서 가보니 이미 앉을 자리가 없어서 위화도 회군을해서 뒤로뒤로 가 겨우 앉았습니다.
화면은 보이지도 않고 대신 엄청 많은 엠프를 크레인에 걸어서 소리는 잘 들렸어요.
천재같음요.
왜냐하면 길에 엠프를 놓으면 근처에 있는
사람은 심장까지 울리는데 (경험했)
공중에 떠있으니 피해가 덜 갔어요.
대신 엔진을 켜 놓아야했는지 배기가스 냄새가 계속 났지만...뭐 그게 중요한게 아니니까.
앉고 보니 앞에 앉은 여학생이 종이만 깔고 앉았길래 핫팩 깔고 앉으라 주고.
소시노래 한 음만 나왔는데 애들은 반응을 하더군요.(신기했음)
근데 임을위한 행진곡은 잘 모르는 듯했어요.
계속 초조해서 시간만 보는데
어느덧 우원식 의장의 목소리가 들렸어요.
그 많은 사람들이 숨도 안쉬고
마치 이상한 나라의 폴처럼 조용해 졌어요.
우리가 아는 결말이 나오는 순간
마법이 풀린듯 터져나오는 함성이 와~
모두 일어나 떼창을 부르고
위에는 드론이 낮게 날아 우리를 찍고
우리는 벅차 드론을 향해 야광봉을 흔들었어요.
건물 위에서도 기자들이 사진을 찍고
어떤 기자는 바닥에 앉아
급하게 사진과 글을 전송하더라구요.
저희는 서둘러 자리를 정리하고
나라를 구한듯 기쁜 마음으로 걸었어요.
그런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는거예요.
인터넷이 안 되니 지도도 볼 수가 없고
사람들이 가는 방향에 의지해 걸을 뿐이였어요.
걷다 보니 모두 길이 아닌 공원을 가로질러 가는데 어떤 젊은이가 사람들이 갈 수 있게
나무를 잡고 있지 뭐예요.
고맙다고 인사하고 가는데
이번에는 스텐으로 된 안전대를 넘어야 했어요.
앞에를 이렇게 보니 아저씨가 아줌마를
잡아서 넘겨 주길래 남편인 줄 알았는데
모든 사람이 안전하게 넘어가게
계속 잡아서 넘겨 주시더군요. 하....
경찰이 할 수 없는 일을 시민들이 하고 계셨어요.
그 곳을 나오니 웬 고속버스가 그렇게 많은지.
걸어걸어 지하철을 타고 무사히 집에 왔습니다.
팬티스타킹에 양말을 덧신고
롱패딩까지 입으니 지하철에서는 땀이나고
밖에서는 춥고.
오늘 하루 추웠지만
반칙을 원칙으로 이긴 날이여습니다.
조국사건때 어느 82님이
반칙을 원칙으로 이기려면 몇 배의 힘이 들까요, 하는 글을 봤는데
2년 반이 걸렸습니다.
시청에서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속상했는데
청년들이 많이 오니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을거라는 희망이 들어 들떴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