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에 ‘王’자 쓰고 나올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민주노총×슬로우뉴스 공동 기획] 윤석열이 망친 것 ② 탄핵과 구속 이후 풀어야 할 과제들.
1. 고속도로는 왜 휘었나.
2. 재벌 총수들과 폭탄주 파티, 엑스포는 참패.
3. 바이든-날리면 논란, 애꿎은 MBC만 두들겨 팼다.
4. “이게 나라냐”, 이태원에서 확인한 정부의 부재.
5. 아낌없이 퍼주고 농락 당한 굴욕 외교.
6. 눈 떠보니 후진국, 국제 망신 잼버리.
7. 군인의 명예로운 죽음을 누가 모욕했나.
8. 윤석열의 아킬레스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9. 디올 백을 왜 디올 백이라 말 못하고.
10. 김건희 지인 챤스로 몰아준 수상쩍은 수의 계약.
11. 철지난 이념 논쟁 부른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
12.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딴 세상 역사관.
13. ‘건폭’ 몰이로 시작된 윤석열의 폭주.
14. R&D 예산 삭감과 카이스트 입틀막 사건.
15. 정권 몰락을 부추긴 의대 정원 확대.
16. ‘대파 게이트’와 ‘벌거벗은 임금님’의 악몽.
17. 김건희-한동훈 ‘읽씹’ 논란으로 보는 파멸의 징후.
18. 윤핵관도 못 건드린다던 김건희의 ‘칠상시’.
19. 검사 위에 여사, “김이 곧 국가”였다.
20. 마약 수사 외압 사건, 아직 수사는 시작도 안 했다.
21. 언론 때려 잡으면서 성공한 정부 없다.
22. 김만배 커피 사건의 진실.
23. 윤석열 폭주를 부른 명태균 게이트.
24. 막말과 궤변, 내란은 예고돼 있었다.
25. 술 마신 다음날 가짜 출근? ‘뻥카’가 일상이었다.
26. 왕처럼 행동했던 ‘장님 무사’.
27. 자리 지키려 전쟁이라도 일으킬 생각이었나.
돌아보면 윤석열은 정말 이상했다.
일찌감치 대통령 선거 TV토론에서 손바닥에 임금 왕자를 쓰고 나왔을 때 알아봤어야 했다.
논란이 되자 “연세 많으신 이웃주민이 써줬는데 안 지워졌다”고 해명했지만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한 번도 아니고 확인된 것만 세 차례였다. 누가 써줬는지도 말이 계속 바뀌었고 안 지워진 게 아니라 지우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손가락 위주로 씻었다고 해명했지만 애초에 말의 무게를 모르는 사람이었다. 대통령=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몰락의 결정적인 장면 27가지를 살펴봤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의혹도 많다.
1. 고속도로는 왜 휘었나.
결국 서울-양평고속도로는 삽도 못 떴다.
- 고속도로가 휘었는데 알고 보니 김건희 땅이 있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벌어진 일이다.
-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2021년 4월에 예비 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윤석열 당선은 2022년 3월10일, 취임은 2022년 5월10일인데 5월24일 개편안이 등장했다.
2. 재벌 총수들과 폭탄주 파티, 엑스포는 참패.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는 윤석열 정부의 실력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박빙의 승부”라며 재벌 총수들을 끌고 세일즈 외교를 다녔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가 119표, 한국 부산은 29표에 그쳤다.
- “현실과 동떨어진 희망 고문이었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더 큰 문제는 정보력의 실패였다. “한국이 확보한 표가 훨씬 부족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왜 사기를 꺾느냐”는 질책이 있었다고 한다. “예스맨들에 포위돼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 엑스포 유치에 들어간 예산이 2년 동안 5744억 원이었다.
3. 바이든-날리면 논란, 애꿎은 MBC만 두들겨 팼다.
“(미국)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
- 윤석열이 2022년 9월 미국 방문 도중 회의 직후 한 말이 방송을 탔다.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었다”고 반박했고 외교통상부는 MBC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 MBC 기자를 전용기에 타지 못하도록 했고 “뭐가 악의적이냐”는 MBC 기자의 질문이 무례하다며 도어 스태핑을 중단했다.
4. “이게 나라냐”, 이태원에서 확인한 정부의 부재.
159명이 죽었다. 세월호 때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 이상민(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을 문책해야 한다는 요구에 윤석열이 이런 말을 했다.
- “책임이라고 하는 것은, 있는 사람한테 딱딱 물어야 되는 것이지, 그냥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 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김진표(당시 국회의장)를 만난 자리에서는 “특정 세력에 의해 유도되고 조작된 사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 이진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태원 참사는 좌파가 배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5. 아낌없이 퍼주고 농락 당한 굴욕 외교.
윤석열이 최대 성과라고 자화자찬하는 한일 관계는 참담하기 짝이 없다.
- 첫째, 강제 동원 피해자 보상을 3자 변제 방식으로 하자는 일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미쯔비시 등 피고 기업들은 배상 책임에서 빠졌고 일본 정부의 사과도 없었다. 2023년 3월 박진(당시 외교부 장관)이 “물컵이 물이 절반 이상 찼다”고 했지만 그 나머지 절반은 채워지지 않았다.
- 둘째, 일본 나가타현의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하는 과정에서 강제 동원의 역사를 삭제하는 데 합의했다. 박물관 한 구석에 조선인 노동자 전시실을 만든 게 성의 표시의 전부였다. 전쟁 범죄의 흑역사를 묵인해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추도식이 열렸는데 강제 동원은 언급조차 없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경력이 있는 이쿠니아 아키코(일본 외무성 정무관)를 일본 대표로 내세운 건 외교적 결례를 넘어 도발에 가까웠다.
- 셋째, 오염수 방류도 허용했다. 7년이 걸릴 거라 했다가 30년으로 늘었다가 “적어도 30년”으로 다시 늘었는데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란 말도 나왔다. 오염수는 일본이 방류하는데 한국 정부가 국민들 세금으로 오염수는 안전하다는 홍보 영상을 내보낸 것도 논란이 됐다.
6. 눈 떠보니 후진국, 국제 망신 잼버리.
새만금 갯벌 매립자에 4만 명이 텐트를 쳤는데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열사병이 속출했다.
- 샤워기는 5000개가 필요한데 1650개만 설치됐고 급수대도 278개에서 120개로 줄었다. 그늘도 없고 의료 시설도 부족했다. 편의점에서는 폭리를 취하고 있었다. 700억 원 넘는 예산을 들였지만 무엇보다도 화장실과 샤워실이 엉망이었다.
- 세계스카우트연맹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 때문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예산을 지원한다는 이유로 대회를 주도했어야 할 스카우트연맹을 소외시키고 주요 결정을 좌지우지하면서 대회를 망쳤다는 지적이다.
- “부끄러움과 참담함은 왜 늘 시민의 몫이어야 하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 결국 부랴부랴 조기 폐막과 함께 K팝 콘서트를 급조했고 아이돌 그룹을 동원해 ‘국풍 2023’ 관제 행사로 마무리했다. 김순덕(동아일보 논설위원)이 “긴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다”고 평가했다.
- 420억 원을 들인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는 1년 뒤에야 준공됐다.
7. 군인의 명예로운 죽음을 누가 모욕했나.
- 충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수색 작업에 나섰던 해병대 대원이 급류에 휩쓸려 죽었다. 사단장이 구명조끼도 주지 않고 (카메라에 잘 잡히도록) (해병대 상징인) 붉은색 티를 입으라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책임자를 문책하고 국가가 보상을 하면 끝날 일이었다.
- 그런데 수사 결과를 받아본 윤석열이 격노했고 갑자기 수사 결과가 뒤집혔다. 임성근(당시 사단장)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한 박정훈(수사단장)이 애꿎은 항명죄로 재판을 받고 있다.
- 알고 보니 임성근이 김건희 주가 조작 사건의 ‘선수’였던 이종호(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와 골프치는 사이였고 이종호가 “내가 VIP에게 이야기할 테니 사표 내지 말라 했다”고 말한 사실이 확인됐다.
- 그 VIP가 윤석열인지 김건희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종호의 허세였을 수도 있지만 윤석열이 왜 그렇게 임성근을 감싸고 돌았는지 밝혀지지 않는 의문이 있다.
- 이종섭(당시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던 사람이 김건희라는 의혹도 있었다. 윤석열이 휴가 중이었고 발신 기지국은 한남동이었다.
- 채 상병 특검법이 세 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윤석열 탄핵과 별개로 이 사건은 원점부터 다시 조사해야 한다.
8. 윤석열의 아킬레스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윤석열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 거론될 때마다 “지난 정부에서 탈탈 털었지만 나온 게 없다”고 주장했다.
- 사실이 아니다. 수사팀이 꾸려진 건 2021년 8월이고 권오수(도이치모터스 회장)이 구속된 건 2021년 11월이다. 윤석열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수사가 중단됐다.
- 이 사건은 사실 관계가 상당 부분 확인 돼 있다. 이종호는 “윤석열과 김건희 결혼 이후 김건희에게 연락한 적 없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주가 조작 사건 수사가 시작되자 36차례에 걸쳐 문자 또는 전화를 주고 받았다.
- 김건희와 최은순(윤석열 장모)은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22억 원 상당의 이익을 챙겼다. 증권사 직원이 “2650원이 될 때까지 매수하겠다”고 보고하자 김건희가 “알겠다”고 말한 정황도 확인됐다. 윤석열은 “손실만 봤다”고 주장했는데 알고도 거짓말을 했다면 허위 사실 공표가 된다.
- ‘주포’가 ‘선수’에게 “12시에 3300에 8만 개 때려 달라 해주셈”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뒤 김건희의 계좌에서 8만 주 매도 주문이 나간 사실도 확인됐다. 미리 말을 맞췄을 가능성이 크다.
9. 디올 백을 왜 디올 백이라 말 못하고.
- 최재영(목사)이 김건희에게 준 뇌물은 세 차례다. 첫째, 180만 원 상당의 샤넬 향수와 화장품. 둘째, 40만 원짜리 위스키와 책 8권. 셋째, 300만 원 상당 디올 백 등 대략 520만 원어치다.
- 공직자의 배우자는 부정청탁 금지법의 처벌 대상이 아니지만 알선수재나 변호사법 위반, 뇌물죄를 적용할 수 있다.
- 검찰은 최재영과 윤석열이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최재영은 청탁을 했다고 자백하고 있다.
- 국민권익위가 문제 없다는 결정을 내린 뒤 국민권익위 과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양심에 반해 괴롭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 조국(전 조국혁신당 대표)과도 비교된다. 조국은 딸이 받은 장학금이 청탁금지법 위반이라며 유죄 선고 받았다. 다른 혐의들과 함께 징역 2년이 확정돼 수감될 상황이다.
- KBS와 신년 대담에서 박장범(당시 KBS 앵커)이 “외국 회사의 조그만 파우치”라고 말한 것도 논란이 됐다. 박장범은 KBS 사장으로 임명됐지만 반발하는 직원들을 피해 새벽에 출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10. 김건희 지인 챤스로 몰아준 수상쩍은 수의 계약.
- 하루라도 청와대에서 잘 수 없다며 관저를 옮긴 이유도 앞으로 밝혀져야겠지만 일단 수상쩍은 돈의 흐름이 있었다.
- 김건희가 대표로 있었던 코바나컨텐츠의 행사 후원사로 참여했던 21그램이란 업체가 관저 리모델링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따냈는데 입찰 공고 이후 낙찰까지 세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종합 건축업 면허가 필요했는데 자격도 안 됐고 공사비가 12억 원에서 30억 원으로 뛰어올랐는데 정작 준공 검사도 제대로 받지 않았다.
- 감사원이 1년 8개월 동안 감사를 하고도 이 업체를 누가 추천했는지 밝히지 못했다.
- 윤석열의 검찰 선배라는 인사가 이런 말을 했다. “김건희가 도배지나 수도꼭지를 고르는 건 문제 될 게 없다. 그러나 만약 국가 예산이 투입된 관저 공사의 업체 선정, 수의계약 등에 관여했다면 국정농단 행위가 될 수 있다. 그럴 법적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 최순실도 권한이 없는데 국정에 관여했다가 처벌받은 것 아닌가.”
11. 철지난 이념 논쟁 부른 홍범도 흉상 철거 논란.
- 육군사관학교가 뜬금없이 독립운동가들의 흉상을 없애고 간도특설대 장교를 지낸 백선엽 흉상을 설치하겠다고 나선 것도 징후적 사건이었다. 이종섭(당시 국방부 장관)이 “공산 세력과 싸울 간부를 양성하는 육사에 공산주의 경력이 있는 사람이 있어야되겠느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 홍범도 흉상 철거는 나종남(육사 교수)의 아이디어였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 교과서 집필진에 참여했던 사람이다. 위안부 문제를 축소하고 이승만과 박정희를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는 교학사 교과서를 집필했다.
- 윤석열은 “싸우지 않으면 강해질 수 없다”면서 “사방에서 공격을 많이 하는데 그런 공격에 대해 움츠러들지 말고, 당당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 유인태(전 민주당 의원)는 “윤석열의 ‘늦바람’ 이념전쟁은 불안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지도가 안 오르는 것에 대한 원망이 좀 섞여 있는 게 아닌가. 그 원망이 날 지지하지 않는 놈들은 반국가 세력 아니야? 이런 거 아닌가.”
12.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 딴 세상 역사관.
- 김형석(독립기념관장)은 “1945년 광복됐다는 것을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멘트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 김문수(고용노동부 장관)은 “일제 강점기 우리 선조들의 국적이 일본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상식적인 이야기를 해야지. 1919년은 일제 식민지 시대인데 무슨 나라가 있나. 나라가 망했는데 무슨 국적이 있었나.”
- 윤석열의 술친구라는 김태효(국가안보실 차장)은 KBS에 나와서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라고 말해 논란에 불을 불이기도 했다. “과거사 문제에 대해 일본이 고개를 돌리고 필요한 말을 하지 않으면 엄중하게 따지고 변화를 시도해야겠지만 중요한 건 일본의 마음이다. 마음이 없는 사람을 다그쳐서 억지로 사과를 받아낼 때 그게 과연 진정한가.”
- 성한용(한겨레 선임기자)은 “윤석열은 외교와 안보에 편견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정치에 뛰어들어 대통령이 됐다”면서 “김태효 등이 윤석열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면서 냉전 시대 극우 이념 노선으로 급속히 의식화됐다”고 분석했다.
13. ‘건폭’ 몰이로 시작된 윤석열의 폭주.
- 민변(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노동기본권 부정이 국헌 문란과 내란 시도의 출발점이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은 건폭 몰이부터 시작해서 지지율이 떨어진다 싶을 때마다 노조를 공격했다.
- ‘건폭’은 ‘건설 폭력배’의 줄임말이다.
- 윤석열이 “‘건폭’이 완전히 근절될 때까지 엄정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한 게 2023년 2월의 일이다. 원희룡은이 나서서 건설노조를 “경제에 기생하는 독”이라고 비난했고 “노피아(노조+마피아)”, “국민 경제의 암적인 존재” 등의 공격이 쏟아졌다.
- 2800명의 수사 인력을 투입해서 마녀 사냥을 시작했다.
- 인권위원회가 “정치인의 표현행위가 특정 집단의 존엄성을 침해하거나 공론장을 왜곡하는 형태로 행해져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국제노동위원회(ILO)의 권고도 무시했다.
- 월례비와 전임비를 집요하게 공격했지만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과 과장이 넘쳤다. 공사 기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불법 하도급 구조가 문제의 본질이다.
14. R&D 예산 삭감과 카이스트 입틀막 사건.
- 카이스트 졸업식장에서 R&D 예산 삭감에 항의하던 한 졸업생이 입이 틀어막힌 채로 끌려 나갔다.
- R&D(연구개발) 예산을 줄인 이유도 명확하지 않고 다시 늘린 이유도 논리적인 설명이 없었다. 2023년 31조 원에서 27조 원으로 줄였다가 내년 예산은 다시 30조 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 “R&D 카르텔을 타파하겠다”고 했지만 애초에 실체가 없는 개념이었다. 갑자기 예산을 삭감하면서 수많은 연구자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일부는 해외로 떠나기도 했다.
- 연구비 지급 관행에 일부 문제가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엄청난 혼란과 충격, 손실을 초래했다.
15. 정권 몰락을 부추긴 의대 정원 확대.
- 지난 2월,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의료 대란이 해를 넘길 판이다.
- 일단 왜 2000명어야 하는지 설명하지 못했다. 단순히 의사 수를 늘려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많았지만 고집을 꺾지 않았다.
- 첫째, 상급 병원 쏠림 현상. 우리나라 사람들 아프면 큰 병원에 가서 드러눕는다. 그래서 응급실 뺑뺑이에 병상이 없어 구급차에서 죽는 환자들도 여전히 많다.
- 둘째, 전공의들 과로. 전공의 평균 근로시간이 주 78시간에 이른다. 4주 평균 주 80시간 이상 일했다고 답변한 비율은 52%였다. (한때 주 120시간도 일했다고 한다.)
- 셋째, 필수 의료의 붕괴. 지금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응급실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가 부족한 거 아니냐는 이야기다.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이 부족한 게 아니다. 당장 의료 대란으로 필수 의료가 무너지고 있다.
- 윤석열의 고집 때문에 수많은 희생을 치렀고 또 치르고 있는 중이다.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전체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중증도 보정 사망률을 산출한 결과 지난 9년 평균 대비 사망자가 1700여 명 늘었다는 분석도 있었다. 살 수 있엇던 사람을 살리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16. ‘대파 게이트’와 ‘벌거벗은 임금님’의 악몽.
- 윤석열은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믿고 있을 수 있지만 총선 패배의 결정적인 요인 가운데 하나가 대파 게이트였다.
- 윤석열이 마트에 가서 대파를 샀는데 1kg에 875원이었다.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그런데 알고 보니 3월 둘째 주까지 전국 평균은 1kg에 3851원, 하나로마트도 2670원이었는데 윤석열이 방문하기 이틀 전부터 가격이 뚝 떨어졌다. 그날 전국 평균 소매 가격은 2866원이었다. 하필이면 윤석열이 찾은 마트만 반의 반값이었다는 사실을 윤석열은 몰랐을까.
- 이수정(경기대 교수, 당시 국민의힘 후보)가 “한 단이 아닌 한 뿌리를 말하는 것”이라고 말해서 논란에 기름을 끼얹었는데 이것도 거짓말이었다.
- 이재성(한겨레 논설위원)은 박근혜의 말이 떠올랐다고 했다.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고 있다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17. 김건희-한동훈 ‘읽씹’ 논란으로 보는 파멸의 징후.
- 지난 7월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터져 나온 김건희 메시지 ‘읽씹’ 논란은 윤석열 정부의 몰락이 멀지 않았다는 사실을 예감하게 했다.
- 디올 백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1월 김건희가 한동훈에게 “사과를 하라고 하면 하겠다, 뜻대로 따를 테니 검토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한동훈이 답을 하지 않았다.
- 첫째, 한동훈이 공개했을 리는 없으니 김건희가 공개했을 가능성이 크다.
- 둘째, 어차피 윤석열이 사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김건희가 사과를 했더라도 판세가 달라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 셋째, 굳이 둘 사이의 대화를 공개한 것은 한동훈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고 당 대표에서 떨어뜨리려는 계획이었을 수 있다.
- 어차피 사과를 하고 말고는 윤석열 부부가 결정할 문제였고 뒤늦게 한동훈을 공격한다고 해서 참패한 총선을 되돌이킬 수도 없고 이미 떨어진 지지율이 오를 상황도 아니었다.
- 애초에 윤-한 갈등이 아니라 김-한 갈등이었다는 말도 나왔다. 김건희가 김대남(전 대통령실 비서관)을 시켜 한동훈을 공격하게 하고 연봉 3억 원의 서울보증보험 감사 자리를 준 사실도 확인됐다. 명백한 국정농단이었다.
18. 윤핵관도 못 건드린다던 김건희의 ‘칠상시’.
- 돌아보면 이미 총선 패배 이후 정권 말 징후가 나타났다.
- “관저에 다녀오면 다른 말씀을 하신다”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 “비서실장과 정무수석, 홍보수석 등 공식 라인이 배제됐다”는 말도 돌았다. 김건희와 예스맨들이 윤석열을 흔들고 있다는 이야기다.
- 김대남이 서울의소리와 통화에서 “용산에 십상시 같은 사람이 몇 명 있다”고 털어놓은 뒤 동아일보가 한남동 라인 일곱 명의 이니셜을 공개했다.
- 강찬호(중앙일보 논설위원)는 “김동조(대통령실 국정비서관)가 진짜 비서실장이라는 뒷말이 돈다”면서 “그가 왕명(여사의 지시)을 출납하면 김건희 라인 비서관과 행정관들이 움직여 비서실장과 수석들도 모르는 가운데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 윤석열을 ‘삼촌’으로, 김건희를 ‘작은엄마’로 부른다는 황종호(대통령실 행정관)와 김건희 황제 관람을 기획한 최재혁(대통령실 홍보기획비서관), 음주운전 논란으로 사퇴한 강기훈(대통령실 선임행정관) 등이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다는 비판이 있었다.
19. 검사 위에 여사, “김이 곧 국가”였다.
- 전두환(전 대통령) 시절에는 “육사 위에 여사”라는 말이 돌았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검사 위에 여사”가 있었다.
-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짐이 곧 국가다” 했던 것처럼 지난 2년 반은 “김이 곧 국가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 애초에 취임식 때부터 “취임식이 ‘김건희 의혹의 중간 저수지’였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천광암(동아일보 논설위원)이 이렇게 평가했다. “취임식은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철학과 비전, 주요 정책 등을 전 국민에게 밝히는 엄숙한 자리다. 그런데 이런 자리에 주가조작 패밀리, 문서위조범, ‘업자’, 무속인, 정치 브로커 등이 무더기로 섞여 들어 있었던 것이다.”
- 박용현(한겨레 논설위원)이 이렇게 평가했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에 맞춰 사지가 잘리거나 잡아 늘여지는 것처럼 온갖 법과 제도가 김건희라는 기준에 맞춰 비틀리고 꺾이고 뭉텅 잘려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윤태곤(정치평론가)는 이렇게 평가했다. “대통령실이 제공하는 자료를 보면 윤석열은 흥이 많고 낙천적인 분위기 메이커다. 김건희가 나온 사진들은 여전히 화보집 느낌이 든다. 바닥을 모르는 지지율, 본인과 부인을 향하고 있는 초거대 야당의 압박, 지리멸렬한 여당 상황 속에서도 변함이 없다.”
- 김건희 화보집은 명태균 사건 이후로 중단됐다.
20. 마약 수사 외압 사건, 아직 수사는 시작도 안 했다.
- 마약 조직을 수사하던 경찰이 관세청 직원들의 연루 혐의를 잡았는데 대통령실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었다.
- 조지호(경찰청장 후보자) 청문회에서 나온 이야기다. 백해룡(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 “이 사건을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 조병노(서울경찰청 경무관)가 전화를 걸어 “브리핑에서 세관 이야기 안 나오게 해주는 거냐”고 물었다고 한다. 조병노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공범인 이종호(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내가 승진을 챙겨줬다”고 말했던 사람이다.
- 조병노는 징계위원회에 넘겨졌는데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고, 백해룡은 징계를 받아 좌천됐다. 그 사이에 문제의 세관 직원은 핸드폰을 반복 초기화해서 포렌식이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었다고 한다. 제2의 채 상병 사건이라는 말도 나온다.
21. 언론 때려 잡으면서 성공한 정부 없다.
- 언론 잡으려다 성공한 정부 없다. 윤석열은 이명박과 박근혜의 실패에서 아무런 교훈을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아예 시스템을 무너뜨리려다 정권이 무너진 최악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 검사 출신 대통령이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표현의 자유를 찍어누르려다 자멸한 반면교사다. KBS 사장을 갈아치우고 YTN 매각을 밀어붙이고 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했다가 가처분이 인용돼 복귀했다. MBC 사장 교체는 실패했다.
- 방송통신위원회의 합의제 구조를 무너뜨리고 우리 편만 채워서 운영하려다 이진숙(방통위원장)이 탄핵되고 셧다운된 상태다.
- 이진숙은 세월호 추모를 두고 “나라 앞날이 노랗다”고 했던 사람이다. 이태원 참사를 두고 “좌파 시민단체, 좌파 언론의 뒤에는 대한민국을 뒤엎으려는 기획자들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 윤석열과 멘탈을 공유하는 사람이었다. “좌파들은 집요하다. 독하다. 그들과의 싸움에서 이기려면 그들보다 더 강하고 더 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싸움은 진다.”
- 류희림(방송통신심의위 위원장)은 가족과 지인들을 동원해 셀프 민원을 넣은 사실이 드러났다. 한겨레는 이렇게 평가했다. “이번 의혹의 본질은 독립적이어야 할 방심위의 수장이 심의 민원을 사주해 비판적인 언론을 손보려 했다는 것이다. ‘심의 권력’의 남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 방통심의위 법정 재제 16건 가운데 14건의 효력 정지 가처분이 받아들여졌다.
- 뉴스타파의 김만배 인터뷰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에 무더기 징계를 퍼부었지만 여덟 건 모두 가처분이 인용된 상태다. 애초에 두 명만 남은 방통위에서 결정한 모든 결정이 무효라는 게 최근 법원 판단이다.
- 윤석열은 비판과 토론에 귀를 닫고 언론을 적으로 몰고 유튜브 채널에 빠져들었다. 급기야 선거 결과는 조작됐고 국회에 종북 세력들이 암약하고 국가가 비상 사태에 놓여 있다는 망상에 빠져들었다.
- ‘국경 없는 기자회’가 집계하는 언론자유지수는 62위로 추락했다. 순위는 박근혜 정부 때 70위가 바닥이었지만 그때보다 점수는 더 낮다.
22. 김만배 커피 사건의 진실.
- 뉴스타파가 윤석열 명예훼손을 했다며 압수수색에 제재에 난리법석을 떨었지만 공소 유지도 어렵다는 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 사건도 이제부터 다시 탈탈 털어봐야 한다.
- 이 사건은 복잡하지 않다.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 중수부장 시절,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이 검찰에 불려 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왔더니 사건이 사라졌다는 게 핵심이다. 윤석열이 사건 무마에 관여했는지를 밝혀야 하고 애초에 커피를 누가 타줬는지는 본질이 아니다.
- 뉴스타파 보도에는 “윤석열이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줬다”는 말이 없다. 핵심은 커피가 아니라 수사 중단이다.
-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라며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외쳤지만 태산명동 서일필, 떠들썩했지만 나온 건 없었다.
- 김만배는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윤석열 검사의 수사 무마 사건도 다시 수사해야 한다.
23. 윤석열 폭주를 부른 명태균 게이트.
- 박근혜 탄핵에 JTBC의 태블릿 보도가 있었다면 윤석열 탄핵의 트리거는 뉴스토마토의 명태균 파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 명태균은 지난 10월 JTBC와 인터뷰에서 “내가 구속되면 한 달 안에 정권 무너진다”고 엄포를 놨는데, 실제로 지난달 15일 구속됐고 오는 일요일이 딱 한 달 되는 날이다.
- 김건희가 명태균을 처음 만난 날 “물건이 왔네요” 했다고 한다.
-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지 않았더라도 명태균 게이트에서 치명적인 약점이 터져나올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명태균은 윤석열이 후보 시절 비공개 여론조사를 공짜로 넘겨준 대가로 김영선(전 국민의힘 의원)의 공천을 받고 김건희의 후광을 입고 국민의힘 인사들을 접촉했다.
- 윤석열이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다”고 한 통화 녹음이 공개됐고 명태균에게 “화내서 미안하다”며 한 시간 동안 사과한 통화 녹음이 곧 공개될 거라는 말도 나왔다.
- 윤석열 부부와 통화 녹음과 메시지 등이 저장돼 있다는 명태균의 ‘황금폰’도 검찰 손에 들어갔다. 명태균은 구속되기 직전인 지난달 13일 박주민(민주당 의원)과 통화하면서 “내가 구속되면 12월12일에 접견을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박주민이 나타나지 않자 ‘황금폰’을 검찰에 넘겼다.
- 윤석열 부부와 통화 녹음과 메시지 등이 저장돼 있다는 명태균의 ‘황금폰’도 검찰 손에 들어갔다. 명태균은 구속되기 직전인 지난달 13일 박주민(민주당 의원)과 통화하면서 “내가 구속되면 12월12일에 접견을 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박주민이 나타나지 않자 ‘황금폰’을 검찰에 넘겼다고 한다. 그 ‘황금폰’에 윤석열 부부가 감추고 싶었던 결정적인 무엇인가가 들어있을 수 있다.
24. 막말과 궤변, 내란은 예고돼 있었다.
- 윤석열의 망상과 분노 조절 장애는 여러 차례 징후가 있었다.
-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식에서 “왜곡된 역사의식과 무책임한 국가관을 가진 반국가 세력들이 종전 선언을 노래 부르고 다녔다”며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세력들이 가짜 뉴스와 괴담을 퍼뜨린다”고도 했다.
- 권칠승(당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일베와 하등 다를 바 없는 대통령의 인식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 지난해 광복절 경축식에서는 “반국가 세력이 활개친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극우 유튜버 채널에 심취해 유신 독재 시대를 살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이 의심된다”는 논평을 냈을 정도다.
- 올해 광복절 경축식에서는 표현이 더 세졌다. “사이비 지식인들이 가짜 뉴스를 상품으로 포장하여 유통하며, 기득권 이익집단을 형성하고 있다. 국민을 현혹하여 자유 사회의 가치와 질서를 부수는 것이 검은 세력들의 전략이다. 선동과 날조로 국민을 편 갈라 그 틈에서 이익을 누리는 데만 집착할 따름이다.”
- 비상계엄에 반발해 사표를 던지고 나온 류혁(전 법무부 감찰관)은 “윤석열은 사이코패스 아니면 소시오패스”라고 평가했다. 한국일보가 만난 한 심학과 교수는 “피해망상과 반사회적 성격 특성이 엿보인다”면서 “간헐적 폭발 장애 여부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25. 술 마신 다음날 가짜 출근? ‘뻥카’가 일상이었다.
- 한남동 관저로 옮긴 뒤 출근이 늦을 때마다 가짜 출근 행렬을 보내는 게 일상이었다. 한겨레가 확인했더니 지난 한 달 동안 정시 출근한 날이 이틀 밖에 안 됐다.
- 11월10일의 경우 아침 9시1분에 관저에서 출발한 차량 다섯 대가 9시6분 대통령실에 도착했는데 10시1분에 한 번 더 차량 여섯 대가 출발했다. 9시에는 정문으로 10시에는 남문으로 왔다.
-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12월3일도 ‘뻥카’가 8시52분에 출발하고 진짜 출근 차량은 9시42분에 출발했다.
- ‘가짜 출근’ 쇼는 경찰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위장제대’라는 은어도 있었다. 전직 경찰 고위 간부가 이런 말을 했다. “2022년 11월 도어스테핑 중단 이후 늦게 출근하는 날이 늘었다. 그때부터 차량 행렬을 두 번씩 내보내기 시작했다.”
26. 왕처럼 행동했던 ‘장님 무사’.
- 명태균은 윤석열 부부를 “장님 무사 위에 올라탄 앉은뱅이 주술사”라고 평가했다.
- 대통령실 수석과 보좌관들에게 ‘이 새끼’ ‘저 새끼’ 하는 것은 물론이고 59분 동안 혼자 떠든다고 해서 59분 대통령이란 변명이 있었다.
- 참모들은 주눅이 들어 보고를 못하고 ‘알겠습니다’ 하고 물러나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부터 공무원들이 ‘사고만 안 터지면 된다’는 생각으로 버티기만 했다고 한다.
- 윤석열 주변에는 직언하는 사람이 없었다.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자폭을 하기까지 보수 언론의 조언도 듣지 않았다. 조선일보가 “구정물을 함께 뒤집어쓴 느낌”이라면서 “아내와 나라 가운데 선택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을 정도다.
27. 자리 지키려 전쟁이라도 일으킬 생각이었나.
- 비상계엄 선포 직후에야 알게 됐다. 윤석열이 평양에 무인기를 보낸 건 북한의 도발을 부추기기 위해서였다. 신원식은 “북한이 자살을 결심하지 않으면 전쟁을 못할 것”이라고 자극하기도 했다.
- 수상쩍은 징후는 꽤 오래 됐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시작해서 북한을 자극했고 북한의 경의선과 동해선을 폭파하자 대응 사격을 하기도 했다.
- 김용현이 합동참모본부(합참)에 북한의 오물 풍선이 또 내려오면 경고 사격한 뒤 원점을 타격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자칫 남북 교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시도였지만 애초에 북한의 도발을 유도하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이 있다.
- 안전은 뒷전이고 일부러 전쟁을 일으켜서라도 정권을 지키려는 위험 천만한 시도였다. 내란죄와 별개로 외환유치죄나 여적죄를 적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환유치죄는 “외국과 통모(通謀)하여 대한민국에 대하여 전단(戰端)을 열게 하거나 대한민국에 항적(抗敵)하는 죄”를 말하고 여적죄는 “적국과 합세하여 대한민국에 항적한 죄”를 말한다. 외환유치죄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 여적죄는 사형이 법정형이다.
이제는 무너진 민주주의를 복원해야 할 때.
- 김준일(시사평론가)은 윤석열의 2년 반을 이렇게 평가했다. 김영삼(전 대통령)은 사악하지는 않았지만 경제적으론 확실히 무능했다. 이명박(전 대통령)은 사악했지만 상대적으로 유능했다. 박근혜(전 대통령)는 적당히 무능했고 상당히 사악했다. 윤석열은 무능한 데다 의도적으로 사악했다. 윤석열의 끝은 자폭일 뿐만 아니라 한국 민주주의의 비극이다.
- 12.3 윤석열 내란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얼마나 취약한가 보여주는 사건이지만 동시에 여전히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살아 움직인다는 자긍심을 확인하는 사건이기도 했다. 우리는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3시간 만에 해제했고 내란 11일 만에 윤석열을 축출했다.
- 이제 철저하게 진상을 조사하고 그동안 뭉갰던 권력형 비리를 원점에서 수사해야 할 때다. 검찰 국가를 종식하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넘어 새로운 시대정신을 모색해야 할 때다. 아무리 대통령이라고 해도 헌법적 가치를 뛰어넘어 권력을 사유화할 수는 없다는 헌법적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 한국 사회는 이제 윤석열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윤석열의 실패를 딛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토론을 시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