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야밤의 포고령

ㄱㄴ 조회수 : 570
작성일 : 2024-12-10 09:17:26

야밤의 포고령

너희는 나를 통제할 수 없다. 나를 검열할 수 있는 것은 가을이나 겨울 초입이겠다. 나는 품속에 여름의 햇볕을 숨겨서 겨울의 삼엄한 경계를 통과할 것이고, 들키지 않고 사람으로 살아서 찬란한 이 나라 산하의 봄을 맞을 것이다. 나는 태양의 검열만 받겠다. 

 

 

너희는 나를 처단할 수 없다. 나를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은사시나무나 상수리나무 숲이다. 나는 그들에게서 숨과 쉼을 얻었고 양식을 얻었고 불을 얻었고 그늘을 얻었다. 그들은 나를 살게 했고 꽃 피게 했고 키워냈으니 내 목숨을 처분하고 결단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푸른 녹음뿐이다. 지구의 나무만이 나를 처벌할 수 있다. 

 

 

 

너희는 나를 체포할 수 없다. 나를 수색하고 구금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태어나 기본권으로 획득한 나의 자유뿐이다. 나의 자유가 나의 나태를 수색할 수 있고, 나의 자유가 나의 방종을 구금할 수 있고, 나의 자유만이 나의 불의를 체포할 수 있다. 나는 무엇이든 사랑할 권리가 있고, 어디든 갈 자유가 있고, 언제든 행복할 권리가 있다. 영장 없이 무법으로 가둘 수 있는 것은 너희의 망상이고 광기뿐이다. 

 

 

나는 반국가세력이다. 아침에 뉴스공장 방송을 청취했으므로 반국가세력이고, 점심에 친구를 만나 나라를 걱정했으므로 반국가세력이고, 저녁에 슬픈 시를 써서 유포했으므로 반국가세력이다. 오천백만 송이의 진달래가 산하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고, 체제전복을 꾀하는 대설이 북녘에서 밀려오는데 그것들을 영장도 없이 죄다 잡아들여 가둘 것인가. 대체 너희가 말하는 반국가세력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나는 너희가 아름답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너희가 정의롭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너희가 시를 알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나는 너희가 사람에 가깝기를 바란다. 다만 나는 너희가 모국어를 공부했기 바란다. 포고문일지라도 너희의 부모와 너희의 자녀가 읽고, 후세의 역사가 대대로 기록해 둘 글이라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오천백만 국민을 위협하는 협박문을 포고한 너희가 석고대죄를 알겠느냐.

 

림태주 시인

IP : 210.222.xxx.250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88417 옛날 매불쇼 재밌는편 같이봐요 11 ㅇㅇ 2025/03/07 905
    1688416 공군사고 3달째 수사 촉구 3 공군사고 2025/03/07 766
    1688415 실손보험 2 친구 2025/03/07 1,154
    1688414 중학생 집에서 수업 복습 해야하나요.? 2 full 2025/03/07 674
    1688413 무슨 말일까요 4 ettt 2025/03/07 750
    1688412 제가 좀 촌스럽게 생겼는데 33 /// 2025/03/07 5,454
    1688411 중고나라에 제가 올린 물건을 다른 사람이 도용했어요 도와주세.. 8 중고 2025/03/07 1,776
    1688410 한국에서 영업종료하는 외국브랜드 7 .. 2025/03/07 2,241
    1688409 버크셔헤이웨이 주식 대규모 매도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4 .. 2025/03/07 1,216
    1688408 결혼은 할 거면 빨리 빨리 하는게 좋은 거네요 4 ㅡㅡㅜ 2025/03/07 1,939
    1688407 생활지능 떨어지는 사람. 11 속터져 2025/03/07 3,314
    1688406 상속세는 이번 여당안이 좋은 듯요 22 .. 2025/03/07 1,875
    1688405 서강대 총장이 교비 6300만원를 횡령했는데 벌금이 고작 250.. 1 정의사회구현.. 2025/03/07 1,576
    1688404 우리 욱이는 한달에 얼마 벌까요?? 11 ㅎㅎㅎ 2025/03/07 4,224
    1688403 고가 주택에 대한 보유세가 너무 약한 듯 17 ... 2025/03/07 1,536
    1688402 초4인데 기억법, 집중력, 속독 수업 어떨까요? 6 초등 4학년.. 2025/03/07 512
    1688401 초저 영어학원 어떤지 봐주세요 2 영어 2025/03/07 533
    1688400 급하게 일본에 갈 일이 생겼는데 15 ... 2025/03/07 2,031
    1688399 겨울의 끝자락.. 식품 직구 중... 13 겨울 2025/03/07 2,422
    1688398 대학생 이런 말투 어떤가요? 21 엄마 2025/03/07 2,290
    1688397 농심도 가격 인상…신라면 1천원·새우깡 1,500원 .. 2025/03/07 555
    1688396 부동산에 전화 돌려보니.. (서울아님) 5 휴휴 2025/03/07 2,692
    1688395 미세먼지 나쁨으로… 실외운동 나가시나요? 4 미세먼지 2025/03/07 724
    1688394 너무 힘드네요 ㅠㅠ 4 etyyy 2025/03/07 2,171
    1688393 잠실 엘스 국평 30억 찍었네요 27 ㅇㅇ 2025/03/07 3,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