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야밤의 포고령

ㄱㄴ 조회수 : 453
작성일 : 2024-12-10 09:17:26

야밤의 포고령

너희는 나를 통제할 수 없다. 나를 검열할 수 있는 것은 가을이나 겨울 초입이겠다. 나는 품속에 여름의 햇볕을 숨겨서 겨울의 삼엄한 경계를 통과할 것이고, 들키지 않고 사람으로 살아서 찬란한 이 나라 산하의 봄을 맞을 것이다. 나는 태양의 검열만 받겠다. 

 

 

너희는 나를 처단할 수 없다. 나를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은사시나무나 상수리나무 숲이다. 나는 그들에게서 숨과 쉼을 얻었고 양식을 얻었고 불을 얻었고 그늘을 얻었다. 그들은 나를 살게 했고 꽃 피게 했고 키워냈으니 내 목숨을 처분하고 결단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푸른 녹음뿐이다. 지구의 나무만이 나를 처벌할 수 있다. 

 

 

 

너희는 나를 체포할 수 없다. 나를 수색하고 구금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태어나 기본권으로 획득한 나의 자유뿐이다. 나의 자유가 나의 나태를 수색할 수 있고, 나의 자유가 나의 방종을 구금할 수 있고, 나의 자유만이 나의 불의를 체포할 수 있다. 나는 무엇이든 사랑할 권리가 있고, 어디든 갈 자유가 있고, 언제든 행복할 권리가 있다. 영장 없이 무법으로 가둘 수 있는 것은 너희의 망상이고 광기뿐이다. 

 

 

나는 반국가세력이다. 아침에 뉴스공장 방송을 청취했으므로 반국가세력이고, 점심에 친구를 만나 나라를 걱정했으므로 반국가세력이고, 저녁에 슬픈 시를 써서 유포했으므로 반국가세력이다. 오천백만 송이의 진달래가 산하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고, 체제전복을 꾀하는 대설이 북녘에서 밀려오는데 그것들을 영장도 없이 죄다 잡아들여 가둘 것인가. 대체 너희가 말하는 반국가세력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나는 너희가 아름답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너희가 정의롭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너희가 시를 알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나는 너희가 사람에 가깝기를 바란다. 다만 나는 너희가 모국어를 공부했기 바란다. 포고문일지라도 너희의 부모와 너희의 자녀가 읽고, 후세의 역사가 대대로 기록해 둘 글이라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오천백만 국민을 위협하는 협박문을 포고한 너희가 석고대죄를 알겠느냐.

 

림태주 시인

IP : 210.222.xxx.250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64247 펌)그게 다 우파가 게을러서 그런거다 1 좌파우파 2024/12/23 668
    1664246 노상원 수첩에 언론인·판사 '수거 대상' 적시… 'NLL서 北 .. 7 0000 2024/12/23 1,241
    1664245 강혜경 심문하는 임이자 의원. 3 ........ 2024/12/23 1,692
    1664244 김건x 거짓말 2 8 ㄱㄴ 2024/12/23 1,713
    1664243 스타벅스 카드등록할때요 2 커피 2024/12/23 1,036
    1664242 학원쌤 상담갈때 뭐 사가나요? 8 궁금 2024/12/23 1,185
    1664241 ㅋㅋ공영방송 KBS 근황 9 .. 2024/12/23 3,052
    1664240 경찰특수단"노상원 수첩에 'NLL서 북한공격유도' 표현.. 24 ,,,,, 2024/12/23 4,426
    1664239 미니멀이 아니라 거꾸로 가네요 5 ㅇㅇ 2024/12/23 2,707
    1664238 저 밑에 친구의 결혼자금 셈법글을 읽고 8 ㅇㅇ 2024/12/23 1,615
    1664237 계엄날 김건희는 성형외과에서 3시간 13 ... 2024/12/23 4,215
    1664236 인간관계 줄이고 살면 좋은가요 10 ,,, 2024/12/23 2,897
    1664235 아이가 교정기를 잃어버리고 왔어요 20 커피믹스 2024/12/23 2,105
    1664234 구찌넥타이 구매했는데 집에서 언박싱하면서 올이 약간 튄 것을 발.. 2 네스퀵 2024/12/23 1,495
    1664233 계엄날 탱크 막아선 청년 18 ㄱㄴ 2024/12/23 4,441
    1664232 제가 살았던 행당동, 하왕십리 6 ... 2024/12/23 1,482
    1664231 우원식, "한덕수 대행은 법을 지키라" 4 에어콘 2024/12/23 1,103
    1664230 블랙스톤이천 회원 계신가요? 3 ... 2024/12/23 445
    1664229 남태령대첩 12 2024/12/23 1,630
    1664228 자동차에 EPB등이 뜨요 ㅇㅇ 2024/12/23 465
    1664227 시부모님께 할말 다 하고 사세요? 18 ㅇㅇ 2024/12/23 3,310
    1664226 야구 방망이도 준비했다. 5 .. 2024/12/23 1,286
    1664225 교활하게 생존해온 '국민의힘'의 역사! (강추) 2 .. 2024/12/23 612
    1664224 계엄날 아침 김용현 공관 온 '비밀손님' 노상원이었다 3 진작부터짐작.. 2024/12/23 1,504
    1664223 가짜뉴스가 아니라니까 그러네... 1 ㄹㄹㄹㄹㄹ 2024/12/23 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