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야밤의 포고령

ㄱㄴ 조회수 : 494
작성일 : 2024-12-10 09:17:26

야밤의 포고령

너희는 나를 통제할 수 없다. 나를 검열할 수 있는 것은 가을이나 겨울 초입이겠다. 나는 품속에 여름의 햇볕을 숨겨서 겨울의 삼엄한 경계를 통과할 것이고, 들키지 않고 사람으로 살아서 찬란한 이 나라 산하의 봄을 맞을 것이다. 나는 태양의 검열만 받겠다. 

 

 

너희는 나를 처단할 수 없다. 나를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은사시나무나 상수리나무 숲이다. 나는 그들에게서 숨과 쉼을 얻었고 양식을 얻었고 불을 얻었고 그늘을 얻었다. 그들은 나를 살게 했고 꽃 피게 했고 키워냈으니 내 목숨을 처분하고 결단할 수 있는 존재는 오직 푸른 녹음뿐이다. 지구의 나무만이 나를 처벌할 수 있다. 

 

 

 

너희는 나를 체포할 수 없다. 나를 수색하고 구금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태어나 기본권으로 획득한 나의 자유뿐이다. 나의 자유가 나의 나태를 수색할 수 있고, 나의 자유가 나의 방종을 구금할 수 있고, 나의 자유만이 나의 불의를 체포할 수 있다. 나는 무엇이든 사랑할 권리가 있고, 어디든 갈 자유가 있고, 언제든 행복할 권리가 있다. 영장 없이 무법으로 가둘 수 있는 것은 너희의 망상이고 광기뿐이다. 

 

 

나는 반국가세력이다. 아침에 뉴스공장 방송을 청취했으므로 반국가세력이고, 점심에 친구를 만나 나라를 걱정했으므로 반국가세력이고, 저녁에 슬픈 시를 써서 유포했으므로 반국가세력이다. 오천백만 송이의 진달래가 산하 곳곳에서 암약하고 있고, 체제전복을 꾀하는 대설이 북녘에서 밀려오는데 그것들을 영장도 없이 죄다 잡아들여 가둘 것인가. 대체 너희가 말하는 반국가세력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나는 너희가 아름답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너희가 정의롭기를 바라지 않는다. 나는 너희가 시를 알기를 바라지 않는다. 다만 나는 너희가 사람에 가깝기를 바란다. 다만 나는 너희가 모국어를 공부했기 바란다. 포고문일지라도 너희의 부모와 너희의 자녀가 읽고, 후세의 역사가 대대로 기록해 둘 글이라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오천백만 국민을 위협하는 협박문을 포고한 너희가 석고대죄를 알겠느냐.

 

림태주 시인

IP : 210.222.xxx.250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56023 신경민 미쳤는갑다 24 아니 2024/12/10 6,814
    1656022 대장동 오후 재판, 이재명 불출석, 검찰 "재판 공전 .. 15 몸통 2024/12/10 2,193
    1656021 커피 500만원어치 선결제한 50대 남성 14 123 2024/12/10 7,589
    1656020 수다맨 유료방송, 지금 유튜브로 방송 중 2024/12/10 828
    1656019 이동형의 수다맨에서 큰 폭탄 터트린데요!! 5 .. 2024/12/10 3,007
    1656018 Jtbc오대영 보세요 전용기 뜬 이유 2024/12/10 2,514
    1656017 비상계엄을 미리 안 북한 회의실 모습... 10 에휴 2024/12/10 4,411
    1656016 국힘 덕분에 이재명을 알게됨 43 ㄱㄴ 2024/12/10 2,334
    1656015 국힘 중진, 원내대표에 ‘권성동’ 추대...한동훈 “적절하지 않.. 8 내란당 2024/12/10 1,622
    1656014 누가 매불쇼 애청자 깃발 8 ..... 2024/12/10 2,402
    1656013 너무나도 매운 김치, 처치 곤란 7 oo 2024/12/10 1,659
    1656012 영상)제 2의 전두환을 꿈꾸십니까? 윤: 저는 무기징역 때렸슴다.. 4 ... 2024/12/10 1,493
    1656011 식이섬유가 식욕조절에 도움이 되나요? 1 ㅇㅇ 2024/12/10 463
    1656010 불매제품에 한국야쿠르트 7 ..... 2024/12/10 1,878
    1656009 살다살다 옆동네 배현진을 응원하게되다니 26 잠실주민 2024/12/10 4,807
    1656008 내란 상설특검. 반대 의원 리스트 ~~ 9 이름 2024/12/10 1,580
    1656007 서울시민 몇천명 죽이고 혼자 살기 6 내란은 사형.. 2024/12/10 1,471
    1656006 미역국 냉동 해도 될까요.? 4 .. 2024/12/10 1,030
    1656005 차유람 남편 이지성, 정체가? ㅠㅠ 20 ... 2024/12/10 6,238
    1656004 토요일 오전에 윤씨가 12 2024/12/10 3,595
    1656003 아이 키우는 엄마예요... 3 .... 2024/12/10 1,955
    1656002 특검에 임은정 검사 임명하라는 댓글이 많아요 7 ... 2024/12/10 2,621
    1656001 2025 1월초 기차표예매 4 기차표 2024/12/10 1,095
    1656000 손에 왕자 쓴게 그저 미신으로 그런게 아니라 16 .. 2024/12/10 5,486
    1655999 유승민이 윤더러 제2의 전두환이 될 생각이냐는 발언이 다시 회자.. 3 .... 2024/12/10 2,5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