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계엄령 이후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안타까움을 보내는 데,
틱톡 한국 문화 전문가인 루카스는 유독 나에게 슬픔을 보내지 않고 기가 막힌 표정으로 이렇게 상황을 요약한다.
"아니. 그니까 봐봐. 내가 이해한 한국 탄핵 스토리 ㅇㅋ?
늦은 밤 이상한 대통령이 나와서 뭔 심각한 장소에서 계엄령 어쩌구 저쩌구.
직후에 바로 헬기에서 군인 내려와서 국회 점거. 유리창 와장창.
그리고 좀 있더니 시민들이 국회 앞에서 싸우고.
좀 있더니 어떤 여자가 나와서 군인 총 붙잡고 옥신각신하면서 '부끄러운줄 알아야지!'하고 소리지르다가,
그리고 무슨 탱크 몇대 막은 시민들이 탱크에 화내는 모습 보여주다가,
그다음 계엄령 끝.
그리고 장면 바뀌더니 케이팝 노래 나오고.
알록달록 팬클럽 응원봉 흔들고. 케이팝에 맞춰서 사람들 거리에서 춤추고.
데모중에 젊은 사람들 빅뱅 노래 한참 부르다가 할아버지들 나와서 felix navida(탄해기다비다;탄핵이답이다)포크송 노래하고. 그게 한국의 지난 1주일인거잖아 ㅇㅋ? 맞지?"
-ㅇㅇ... 맞기는 맞는데... 심각한 것도 맞았어. 근데 네 말 들으니까 좀 웃기긴 하네... 약간 한국 드라마 설정 같기도 하고.
"아니. 내 생각엔 이건 한국 드라마도 아니고. 이거 뭐라고 해야돼.
그냥 유튜브에서 유행하는 사회실험 하는 거 같애.
무슨 이상한 남자가 나와서 <자! 계엄을 하면 지나가는 시민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하는 제목을 단 b급 유튜브.
그런거 쇼츠로 찍으면 진행 속도가 이렇게 될 것 같은데.
아무튼 그 이상한 아저씨 니네 대통령 잡혀갔어?"
- 아직. 근데 이번 주말에 끌어내리지 않을까 싶네.
"그니까. 이게 뭐가 계엄이야. 한국 진짜 이상해. 이상해... 이상해..."
이상한 나라에 사는 국가로서 사과하긴 했는데 듣다가 빵터졌다.
어찌 된게 몇 초짜리 영상 짜깁기한 틱톡으로 한국 탄핵사를 배운 애의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