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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잠시나마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 조회수 : 3,334
작성일 : 2024-12-10 08:51:15

그들이 2차 계엄을 실행할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더 이상 미국에 산다는 것을 핑계로 지켜만 볼 수는 없다

는 생각을 했어요. 

 

지난 화요일. 

그 늦은 시간에 국회 앞으로 모여들어 계엄군들을 막던

시민들이 있었기에 국회가 계엄 해제를 시킬 수 있었어요.

이번에는 함께 있고 싶었어요. 

 

토요일 이른 오후까지는 여의도에 가야하는데

제 결심이 빠르지 못해, 몸이 좀 고생했어요. 

제 시간으로 목요일 오후 6시에 비행기를 탔는데, 

인천에 도착하니 토요일 오전 6시가 조금 못되었어요. 

공간도 시간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도 모두 현실에서

빗겨나간 느낌이었어요. 

 

탄핵은 투표에 부치지도 못했지만, 더 이상 총 든 자들이

국민 앞에 서지는 못했어요. 

 

저는 90년대 중반 학번이어서 현대사의 큰 비극을

자료집으로, 증언으로 그리고 가족들의 경험으로만

접했어요. 하지만 어릴 때 광주학살의 사진을 본 것은,

87항쟁 전후에 형제자매들이 당한 일들과 그들의

학우들의 주검 앞에 선 그들의 고통을 본 것은 지금도

생생한 아픔으로 제 몸 안에 있어요.

 

제가 총 든 자들 앞에 선 것은 팬더믹의 한가운데 였어요. 

미국에서 범죄율, 총기 범죄율이 가장 낮다고 할 수 있는 

곳에 살아요. 20년 넘게 이 곳에 살면서 총을 든 민간인을

본 적이 없어요. 총소리도 들은 기억이 거의 없어요. 

그런데 큐어넌 이라는 자들 열 댓명이 팬더믹 가운데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마트 앞에 총을 바지춤에 차고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었어요. 사람들 모두 경악을 금치 

못하면서도 그들을 피해 빙 돌아서 마트에 들어가는데, 

한 사람이 그들 앞에 섰어요. 얼굴을 보니, 많이 가깝지는

않아도 만나면 늘 가벼운 대화를 나누는 같은 블록에 사는 

아저씨였어요. 그 아저씨가 그자들에게 총기 신분증명서가 

있냐고 물었어요. 매사추세츠에서는 아무도 함부로 총을 들고 

다니지 못해. 어디서 와서 사람들을 위협하는 거야.

그들이 그 아저씨를 둘러 쌓으려 할 때, 저도 모르게 몸이 

움직였어요. 곁에 서 있어야겠다는 생각만 있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폭력에는 함께 저항해야 한다는 내 조국에서의 

가르침이 제게 각인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총 든 자들 앞에 선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무서운 일이었어요. 

몇 달 후에 그 큐어넌이라는 자들이  미국회의사당 폭력난입을 

한 것을 보고는 크게 숨을 내쉬어야 했어요. 

 

민주국가의 대통령이라는 자가 

국민에게 전쟁을 선포하고,

국민들을 총 든 계엄군 앞에 서게 했어요. 

이 일이 끝날 때까지 한국에서 같이 하고 싶은데, 

고작 며칠 있다가 돌아와서 죄송해요. 

마감해야 할 일이 있다는 핑계가 부끄럽습니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월요일 아침 9시가 좀 넘었는데, 

여기 도착하니 여전히 월요일 아침 9시였어요. 

지나왔으나 지나지 않은 시간처럼

제 마음도 한국에 계신 분들에게 지나오지 않았습니다. 

 

부디 모두 건강하세요. 

 

 

 

 

 

 

 

 

 

 

IP : 108.20.xxx.186
3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12.10 8:55 AM (223.39.xxx.205)

    원글님 감사합니다.
    우리 민족은 어찌 이리 진심입니까?

  • 2. ㅇㅇ
    '24.12.10 8:56 AM (98.61.xxx.206)

    용감하신 분, 감사합니다.

  • 3.
    '24.12.10 8:56 AM (112.157.xxx.212)

    원글님 글읽고 코끝이 시큰해서
    고맙습니다 조심히 돌아가셔서
    건강히 당당하게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4. 아니
    '24.12.10 8:56 AM (211.243.xxx.169)

    괜찮습니다 !
    왔다 갔다 그 먼거리를.. 너무 고생하셨어요 !!
    해외 사시는 분들도 우리와 한 마음인거 다들 알고 있습니다.

    혹시라도 해외 지역 모임 있으시면 거기서 뜻을 모아주세요.
    아니면 인터넷으로 참여해주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 5. 감사
    '24.12.10 8:57 AM (118.235.xxx.175)

    원글님.. 한국까지 오셔서 여의도에 함께 해주셨다니 눈물 나네요 ㅠㅠ 너무너무 감사하고 우리 역사에서도 만주에서 하와이에서 ... 독립을 외쳐주셨던 분들이 계셨기에 독립을 이룰 수 있었지요. 원글님처럼 간절한 마음 모아주시는 분들이 얼마나 많을지.. 그게 우리나라의 저력이겠지요. 감사합니다. 미국에서도 건강하세요.

  • 6. 유지니맘
    '24.12.10 8:57 AM (211.234.xxx.149)

    한 공간에서
    같은 하늘을 바라보고 함께 할수 있었던
    그 순간이 감사합니다
    이제 또 원글님의 일상에서
    화이팅 해주시는 것이 함께 나아가는 것이겠죠
    여긴 우리가 지킬께요 !!
    건강하시길 .

  • 7. ㅠㅠ
    '24.12.10 8:58 AM (175.192.xxx.166)

    감사합니다.
    우리가 여기서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지치지 않고.

  • 8. ..
    '24.12.10 8:59 AM (223.38.xxx.188)

    용감하신 분, 정말 감사합니다!

  • 9.
    '24.12.10 9:00 AM (61.39.xxx.168)

    원글님
    비행기타고 미국에서 오시다니 ㅜㅜ
    정말 대단하세요. 진짜 널리 알려져야할 얘기입니다
    총들고 있는 큐어넌들 앞에서 맞서는 옆집아저씨옆에 계셔준 것도 감동이에요.
    모든 사람이 원글님같은 마음을 갖고 산다면 그곳이
    바로 천국일텐데..

  • 10.
    '24.12.10 9:01 AM (106.102.xxx.34)

    그 멀리서도 오시는군요
    님같은 분이 애국자세요
    감사합니다ㅠㅠ

  • 11. ㅎㅎ
    '24.12.10 9:04 AM (61.73.xxx.75)

    자랑스러운 우리 회원님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이젠 여긴 우리가 지킬게요 22
    건강하시길요

  • 12. ..
    '24.12.10 9:05 AM (223.39.xxx.205)

    고국의 우리 국민들, 특히 젊은이들 보셨죠?
    우리 국민이 윤석열을 하루 빨리 끌어내리고
    나라를 정상화시키겠습니다.
    우리 국민들의 일상을 빨리 되찾아 오겠습니다.
    다시 국뽕 차오르는 날까지 열심히 해봅시다.
    언제나 국민이 만들어왔고, 국민이 이겼어요.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 잘 살아내요!

  • 13. ㅇㅇ
    '24.12.10 9:06 AM (121.121.xxx.149)

    감사하고 또 고맙습니다.

  • 14. ..
    '24.12.10 9:09 AM (14.42.xxx.167)

    감사합니다.....

  • 15. 해외
    '24.12.10 9:10 AM (119.74.xxx.180)

    지난 박근혜 탄핵때 미친듯이 비행기를 잡아타고 서울 한복판으로
    달려갔던 기억이 나면서 글쓴님의 이번 여정이 제가 겪은듯 생생하게 느껴집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무탈하시길 바랍니다.
    다음엔 우리 예전처럼 복작대지만 평화로운 대한민국에서 스치듯 만나요...

  • 16. ㅇㅇ
    '24.12.10 9:10 AM (124.61.xxx.19)

    미국에서도 오시다니
    고생하셨습니다

  • 17.
    '24.12.10 9:11 AM (119.64.xxx.78)

    대단하세요
    감사합니다

  • 18. 감사합니다
    '24.12.10 9:12 AM (117.110.xxx.135)

    나중에라도 이 글 또 읽고 싶습니다.
    원글님 같은 분들이 계셔서 대한민국이 잘 유지되고 있네요.
    외국에서도 급하게 오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 19.
    '24.12.10 9:13 AM (211.107.xxx.122)

    말 보다 행동이 먼저이신 분
    진심 존경스럽습니다.

  • 20. ...
    '24.12.10 9:26 AM (211.243.xxx.32)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가 부끄럽습니다.

  • 21. ...
    '24.12.10 9:33 AM (211.39.xxx.147)

    대한민국 국민은 강하다.(쓰레기 빼고)

    감사합니다.

  • 22. ..
    '24.12.10 9:49 AM (211.246.xxx.29)

    그 멀리서 오셨군요. 이 탄핵 국면에서 큰 희망과 감동을 주시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마트앞에서의 일은 정신이 퍼뜩 납니다.
    움츠려질 때마다 기억하고 힘내겠습니다!
    행복하세요.

  • 23. 행동하는
    '24.12.10 9:57 AM (1.216.xxx.18)

    멋진 분이시네요
    충분히 역할 하셨구요
    멀리서 또 응원 부탁드립니다

  • 24. 감사해요..
    '24.12.10 9:58 AM (218.147.xxx.249)

    원글님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고국의 되찾은 평화로움에 미소 지을 수 있는 날..
    우리 함께 맞이 할 것입니다..!!

  • 25. 세모시
    '24.12.10 10:04 AM (220.117.xxx.12)

    나라 걱정하는 님의 진심이 행,간마다 느껴집니다
    감사하고 사랑합니다

    저도 70대 할매 지만 지난 주 토요일 여의도 애국시민들의 끝줄에
    스티로폼 방석하나 깔았답니다 ^^

  • 26. 눈물이
    '24.12.10 10:04 AM (210.100.xxx.74)

    너누나 감사하고 엄청난 위로가 됩니다.
    저도 작은 힘이나마 어떻게든 보태겠습니다!

  • 27. 한낮의 별빛
    '24.12.10 10:59 AM (49.172.xxx.101)

    감사합니다.
    고작 며칠이라니요.
    그 먼곳에서 와주신 정성에 마음이 울컥합니다.
    나머지는 저희가 어떻게든 해내겠습니다.
    건강하세요.

  • 28. ...
    '24.12.10 11:10 AM (108.20.xxx.186)

    계엄령이 선포되고, 여기저기서 나라망신이다. 부끄럽다 할 때
    저는 하나도 부끄럽다, 창피하다 느끼지 않았어요.

    부끄러움은 창피함은 죄 지은 자의 몫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것을 또 바로 잡을 것을 알기 때문이었어요.

    다만 녹녹치 않을 시간들에 오래 함께 하지 못해 무거운 제 마음에 여러분이 또 이렇게 위로를 주시네요.
    정말 고맙습니다.

  • 29. ...
    '24.12.10 11:27 AM (193.114.xxx.38)

    님, 존경합니다. 저 역시 먼 해외 살고 있는 사람으로서 안타깝고 죄스럽고 ....

  • 30. _()_
    '24.12.10 12:41 PM (1.239.xxx.248)

    해외에서 국내에서....
    모두의 마음이 모여 꼭 이루어질것입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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