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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문재인이 문제잖아?했던 아들내미랑 여의도 다녀온 이야기.

담에도 피자? 조회수 : 3,477
작성일 : 2024-12-09 14:58:40

무슨 수렁에서 건진 내 아들, 같긴 한데요.

 

애가 영과고를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중학교때는 학원의 아들이었고, 고등학교 가서는 주말에 대치동의 아들이었죠.

 

간만에 시간이 나서 끝나고 집에서 치킨 먹으며 빈둥 거릴때
“엄마, 있잖아 문죄*이 어쩌구저쩌구~~~~”

 

저는 순간 놀라서
”얘, 너는 엄마가 민주당 지지하는데 그렇게 말해도 돼?” 했더니
자기도 놀라서 버벅대고.
또래 친구들이 말하는대로 그런가 했었는데, 엄마랑 생각이 다를 거라고는 전혀 생각도 못했나봐요.

 

뭐라 더 이야기해볼까 하다가 둘 다 잠시 침묵.

 

좀 있다가 다시 자신의 논리(?)를 개진합니다.
코로나 델타 바이러스일 때 왜 방역을 그따위로 했느냐 등등 - 몇년 전 일이라 저도 정확히 기억안나네요. 
뭐 코로나에 대한 대처로 당시 민주당 정부를 까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말빨로는 또 절대 안지는 엄마라서
코로나 같은 처음보는 호흡기 전염병은 현실적으로 최선을 다해서 방역한 게 맞고
델타 바이러스는 전염성이 더 강한 대신, 치사율은 더 적어진 상태로 변이된 거다.
그리고 이런 비상시국에 대처하려면 어느 정도의 강제성은 피할 수 없다.
엄마가 너 어렸을 때 예방접종 맞춘 것도 아픈 주사 맞추려는 나쁜 음모냐.


그걸 그런 식으로 비난하는 거는 매우 정치적인 거니
누가 그런 소리를 하거든 그냥 A는 이렇게 말하더라, B는 이렇게 말하더라 하고 들어놓고
저 사람들이 어떤 의도로 말하는지 찬찬히 생각해봐라, 하고 끝냈어요.

 

다행히 납득한 눈치였고
나중에, “엄마, 교무실에 갔을 때 어느 선생님이 문재인 달력을 책상위에 두셨더라구. 
그 선생님은 문재인 지지하는 거지?” 라고 하길래 그렇다고 했네요. 
다만 너희 친구들도 엄마아빠의 의견을 따라서 반문재인일 수 있으니, 친구들 간에 그런 이야기를 구태여 할 필요는 없지. 하고 덧붙여놓구요. - 강남친구들이 좀 많습니다.

 

그리고는 뭐 서로 잘 지내다가
계엄령이 떨어진 날 밤, 엄마 이거 봐봐, 하고 알려준, 이젠 대학생이 된 아들.
새벽까지 잠을 못이룬 엄마를 본 아들.

 

“아들아 이번 토요일엔 뭐함?”
“기말고사 하나 있음.”
“아들, 역사적인 현장에는 원래 가야 하는데, 이번에는 더욱 특별히 쪽수를 채워줘야 하네.
그래서 시험 끝나고 거기서 바로 여의도. 콜?”
“콜~~~”

 

토요일 집회에 참석했고, 끝나고 아들은 피자를 맛있게 먹었습니다.
“엄마도 먹지 그래?”
“우띠, 탄핵안이 부결되서 엄마는 피자가 안넘어가네. 너 다 먹어.”

 

“아들아, 엄마의 유언 몇개 중 하나를 지금 말하마.
우리가 국힘을 원래 안뽑는 집안이긴 하지만, 너도 평생 국힘 뽑으면 안돼.”
“오케이.”

 

어제 아들이 바쁘다고 미뤄뒀던 영화 서울의 봄을 봤습니다.
아무 생각없는 공대생, 그래도 조금씩 생각이 생기나 봅니다.

 

옆에서 추임새 넣어주는 엄마, 
“미친 전두광이 저러는데, 우리는 이태신만큼은 못해도, 좋은게 좋은 거지 했던 국방장관처럼 살면 안되지.”
“그리고 광주 민주화운동이 있었는데, 광주 출신인 아빠가 그때 국민학생이었어.

아빠는 아마도 평생 서울의 봄을 보지 않을거 같애.”
“박근혜때는 괜찮았는데, 이젠 엄마가 허리가 아프네. 집회 더 못나가겠다.”
“그래도 또 쪽수가 필요하면 가줘야지. 아들아 그때도 피자사줄께. 그리고 누나 응원봉 중에서 괜찮은 거 빌려가자.”

 

근데 확실히 8년전이랑 다르네요. 허리가 아픕니다.

IP : 119.69.xxx.233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4.12.9 2:59 PM (223.38.xxx.119) - 삭제된댓글

    수렁에서 건진아들 우리집도있습니다

  • 2. ....
    '24.12.9 3:01 PM (210.100.xxx.228)

    멋진 어머니들!!!

  • 3. 탄핵이다
    '24.12.9 3:01 PM (223.49.xxx.39)

    착하고 바른 아들이에요.
    2찍 부모들 70대는 아무리 말해도 몰라요.
    원글님 응원합니다!!

  • 4. 나무
    '24.12.9 3:02 PM (147.6.xxx.21)

    맞아요.. 우리가 이태신 만큼은 못해도.....

    이렇게 문화의 힘이 중요 합니다.

    잘만든 영화 한편이 이번 비상계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많은 젊은 청춘들이 깨닫게 되었어요..

  • 5. 박수
    '24.12.9 3:03 PM (122.43.xxx.66)

    좋아요 백만개 던집니다.
    엄마와 아들의 대화가 따뜻해요.
    느리지만 명료하고 짧은 말투로 대화해야
    하는 모범을 보이셨어요 ㅎㅎ

  • 6. 저도
    '24.12.9 3:04 PM (223.38.xxx.7)

    홍준표 찍어주려고 그당 당원 가입까지 했다던 저희집 대학생 아들은 재수생 사촌동생 데리고 토/일 이틀 나갔다 왔어요
    당원탈퇴도 했구요

  • 7. 멋지심
    '24.12.9 3:04 PM (210.100.xxx.74)

    힘 보태 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 8. ..
    '24.12.9 3:04 PM (118.235.xxx.72)

    아고 눈물납니다 ㅠ

  • 9. less
    '24.12.9 3:04 PM (182.217.xxx.206)

    울 아들도.. 고등때. 문재인 욕하고.. 중국몽 어쩌구 하더니..~~

    올해 대학가면서 여친사귀고..`~

    집에와서 하는말이.. 예전에 문재인대통령 욕한거 후회한다고....`~

    올 총선때도.. 민주당 뽑은 아들임..

    주말에 와서.. 엄마 아빠 집회갔다온거 보더니..

    나도 집회나 갈까..그러더군요

  • 10. ...
    '24.12.9 3:05 PM (220.75.xxx.108)

    저는 애초에 수렁에는 발도 안 담궜던 딸이 있어요.
    8년전 중딩때 저 따라 광화문 꽤나 헤매고 다녔던 앤데 토욜에 어차피 집에 있어도 시험공부 안 된다며 여의도에 가자길래 같이 다녀왔습니다.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돌 응원봉 들고 양쪽에 엄마아빠 팔짱끼고요.
    박근혜때는 내가 저를 지켜주는 입장이었는데 이번에는 딸이 늙은 엄마아빠의 지팡이역할이었어요.
    이렇게 새대교체가 되는구나 싶은...

  • 11. 저도
    '24.12.9 3:05 PM (116.121.xxx.37)

    지난 촛불 때는 첫날 한번 빠지고 다 참석했는데 그사이 나이가 들었는지 이번에 끝까지 있자라고 다짐하고 나갔었는데 9시까지 못 있겠더라구요 젊은 처자들 가득한 광장을 보고 뒤를 맡기는 심정으로 빨리 퇴정하면서 미안하더라구요 그러나 이런 일이 또 일어난 것은 정말 못참겠어요 꼭 관련자들 다 처형 되길 바랍니다

  • 12. ㄱㄴㄷ
    '24.12.9 3:07 PM (120.142.xxx.14)

    서울의봄과 한강작가의 노벨상 수상도 신의 한수.
    저도 지난 토욜 다녀와서 담날 늦게 까지 누워있었어요. 이젠 쉽지 않네요.
    그래도 머릿수1은 채우러 나갑니다.

  • 13. 판별력
    '24.12.9 3:07 PM (175.124.xxx.136) - 삭제된댓글

    아드님이 엄마닮아서 반듯하고 똑똑하네요.
    역시 가정교육이 중요한걸 느낍니다.
    저희딸도 대학갔을때 애타드나들더니 문재인욕하다
    서서히 졸업때되니 판단력이 생기는지 윤석열 국짐당을
    욕하더라구요.

  • 14. 내가
    '24.12.9 3:08 PM (118.235.xxx.217)

    내가 아무리 제대로 교육시킨다고 해도 그 세대의 분위기, 사회적 분위기가 결국 자식들에게 스며들더라구요. 그래서 아들 키우는 엄마들은 더 잘 키워야됩니다. 요즘 우파적인 시각이나 데이트폭력... 이런 거 문제 많잖아요(저도 아들엄맙니다) 그래도 얘들이 나름 똑똑하고 실리를 찾는 아이들인데다가 지네들이 교과서에서 봤던 계엄을 실제로 봤으니 역사교육 톡톡히 할거라 생각해요.

  • 15. 와 진짜
    '24.12.9 3:08 PM (58.120.xxx.143)

    눈물납니다.
    멋진 어머님에 멋진 아드님이네요.
    이 와중에 힐링되는 글 감사합니다.

  • 16. 따뜻한대화로
    '24.12.9 3:09 PM (61.73.xxx.75)

    현명하시네요 덕분에 건강하게 잘 자랄거예요 토욜 같이 간 울집아이도 집 회는 신나고 재밌게 해야 오래 할 수 있다고 엄마꺼응원봉 검색해주던데 고마웠어요 세대교체를 실감하고 있네요 22

  • 17. 그래서
    '24.12.9 3:10 PM (118.235.xxx.217)

    사회분위기를 다같이 잘 만드는 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공동체의식도 부모들이 먼저 너무 내 자식만 생각하지 말고 돈만 많이 벌면, 인서울 대학만 가면, 이런 태도 돌아보고 우리가 다 같이 좋은 나라 만드는데 힘써야돼요.

  • 18. 지원만세
    '24.12.9 3:12 PM (14.43.xxx.14)

    멋진 어머니와 아들이네요.....
    정치를 공부하고 있는 딸이 하는말이 윤석열을 뽑은것도 우리나라 국민들이니까 인정하고 함께 가야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이 바꼈다고...... 윤석열 뽑은 사람들이 너무 싫다고...
    이번주 기말고사 끝나고 토요일에 집에 내려온다고 했는데 집회 참석하고 일요일에 온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어요~~
    이번에도 안되면 다음주에는 제가 올라가려구요....
    우리 다 같이 힘을 내요~
    원글님 응원합니다~

  • 19. 진짜 현명한 엄마
    '24.12.9 3:13 PM (118.218.xxx.85)

    고대로 배우고 싶네요,어쩌면 그렇듯 침착하게 아들을 교육하시니 어떤 못된 아들이라도 원글님같은 엄마밑에선 모두 감동하고말 듯 합니다.
    정말 훌륭하십니다,번호도 적어놓으려구요.

  • 20. 저도
    '24.12.9 3:34 PM (14.5.xxx.38) - 삭제된댓글

    8년전에 저희아들 수렁에서 건졌어요.
    세월호가 교통사고 같은거 아니냐란 얘기가 애 입에서 나오는 걸 듣고 충격을 받았더랬는데
    나중에 박근혜 탄핵하러 같이 나갔었어요.
    지금은 대학생인데 계엄선포되었을때 제일 먼저 문자로 가족들에게 알려주더라구요.
    애들도 크게 충격받은 것 같아요.
    이번일을 계기로 국민의 힘이 어떤 당인지 똑똑히 알게 된 듯 해요.

  • 21. 훈훈
    '24.12.9 3:59 PM (61.109.xxx.211)

    저도 유언중 하나라고 했어요
    " 절대 국민의힘 수구꼴통은 지지하지 않는다"

  • 22.
    '24.12.9 7:46 PM (58.230.xxx.165)

    부럽습니다. 가족 모두 건강하세요~ 토요일에 다시 힘내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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