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다닐 때, 강경대학생이 경찰에 의해 죽음을 당했습니다.
지금 생업에 바빴던 국민처럼, 취업준비에 바빴던 저랑 제 절친은
그날로 도서관대신 시위대로 나갑니다.
시위를 하던중에 배가 고파서, 시위대를 빠져나와 신촌 골목의 한 식당에 들어갑니다.
끼니때가 아니라, 식당은 널널했고, 우리는 밥이 나오자 먹느라 바빴는데,
어느 중년부부가 맥주를 반주로 늦은 점심을 하면서, 우리에게 조심스레 말을 겁니다.
학생들이 수고가 많다고..
우리 애도 여기 시위대에 온거 같아서 걱정되어 나왔는데..
인파가 어마어마해서 찾지는 못하고 이러고 있다고..딱 그 말씀만 하셨습니다.
그러시냐고 응대하고 밥을 허겁지겁 입에 몰아넣고, 계산하러 나왔는데,
식당아줌마께서 말씀하십니다.
아까 그 분들께서 학생들 밥값까지 계산하고 나갔다고.
저야 늘 바지를 입고다녀 그렇다고해도, 멋쟁이 제 친구는 바지가 없었습니다.
스콧트라고 겉에는 짧은치마에 안에는 반바지를 입고,
미스코리아 사자머리에, 핸드백은 크로스로 매고, 샬랄라 레이스 티를 입었더라죠.
저는 그때 우리가 엄청 어른인줄로만 알았는데,
그 시절 그분들 눈에 저와 제 친구가 어떻게 비췄을런지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지금 우리가 MZ를 보는 그 애틋함으로,
그 차림으로 최류탄이 난무하는 시위대를 나와서, 또, 배고프다고 처묵처묵하는 우리를 쳐다보았을..
그 마음이 제대로 이해되는 오늘입니다.
그들 손에 들린 반짝이는 응원봉을 탐내는 마음까지 더하여서 말입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나요?
그 말을 받고 더하고 싶네요.
비극인 일상마저 또 가까이서 보면,
또, 희극, 비극, 기쁨, 슬픔, 웃김,기막힘...디테일한 감정들이 엄청 살아있습니다.
오늘도 살고, 지치지도 말고, 일상을 잡고 살아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