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덜도 한 때 다 MZ였음

쑥과마눌 조회수 : 1,839
작성일 : 2024-12-08 22:41:25

대학다닐 때, 강경대학생이 경찰에 의해 죽음을 당했습니다.

지금 생업에 바빴던 국민처럼, 취업준비에 바빴던 저랑 제 절친은

그날로 도서관대신 시위대로 나갑니다.

시위를 하던중에 배가 고파서, 시위대를 빠져나와 신촌 골목의 한 식당에 들어갑니다.

끼니때가 아니라, 식당은 널널했고, 우리는 밥이 나오자 먹느라 바빴는데,

어느 중년부부가 맥주를 반주로 늦은 점심을 하면서, 우리에게 조심스레 말을 겁니다.

학생들이 수고가 많다고..

우리 애도 여기 시위대에 온거 같아서 걱정되어 나왔는데..

인파가 어마어마해서 찾지는 못하고 이러고 있다고..딱 그 말씀만 하셨습니다.

그러시냐고 응대하고 밥을 허겁지겁 입에 몰아넣고, 계산하러 나왔는데,

식당아줌마께서 말씀하십니다.

아까 그 분들께서 학생들 밥값까지 계산하고 나갔다고.

 

저야 늘 바지를 입고다녀 그렇다고해도, 멋쟁이 제 친구는 바지가 없었습니다.

스콧트라고 겉에는 짧은치마에 안에는 반바지를 입고,

미스코리아 사자머리에, 핸드백은 크로스로 매고, 샬랄라 레이스 티를 입었더라죠.

저는 그때 우리가 엄청 어른인줄로만 알았는데,

그 시절 그분들 눈에 저와 제 친구가 어떻게 비췄을런지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지금 우리가 MZ를 보는 그 애틋함으로,

그 차림으로 최류탄이 난무하는 시위대를 나와서, 또, 배고프다고 처묵처묵하는 우리를 쳐다보았을..

그 마음이 제대로 이해되는 오늘입니다.

그들 손에 들린 반짝이는 응원봉을 탐내는 마음까지 더하여서 말입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나요?

그 말을 받고 더하고 싶네요.

비극인 일상마저 또 가까이서 보면, 

또, 희극, 비극, 기쁨, 슬픔, 웃김,기막힘...디테일한 감정들이 엄청 살아있습니다.

오늘도 살고, 지치지도 말고, 일상을 잡고 살아 봅시다.

IP : 96.255.xxx.19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쑥과마눌
    '24.12.8 10:43 PM (96.255.xxx.195)

    댓글마저 AI로 다는 반란의 힘은 각성하라!

  • 2. ..
    '24.12.8 10:50 PM (211.212.xxx.29)

    아..님 글을 읽으니 생동감이 느껴져요.
    그 날이 눈앞에 선연히 살아 숨쉬는 것 같아요.
    그 때도 지금도 국민으로 열심히 살고 계시네요.
    님의 일상도 응원합니다.

  • 3. ㅇㅇ
    '24.12.8 10:51 PM (39.7.xxx.20) - 삭제된댓글

    아까 뉴스에 누군가 '촛불은 금방 꺼진다'
    이 말 듣고 화가 나서 응원봉 들고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응원봉 들고 나온 친구들이 많은 걸
    보고 나만 정치에 관심 많은 게 아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대요

  • 4. ...
    '24.12.8 11:05 PM (182.229.xxx.41)

    글 잘 읽고 갑니다

  • 5. ...
    '24.12.8 11:39 PM (223.39.xxx.161)

    진짜 닉네임 못보고 글 먼저 봤는데
    쑥과마눌님 생각났어요 ㅎㅎ
    저혼자 친한척 ㅋ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63299 아니 왜 김명신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4 ㄱㄴ 2024/12/21 2,639
1663298 낯가림은 나이가 들수록 없어지는걸까요 아니면 기혼자들이?? 15 .... 2024/12/21 3,006
1663297 내가 음모론을 펼치는 이유 f. 유시민 김어준 2 .. 2024/12/21 1,794
1663296 뇌 영양제 효과 보신분 8 걱정 2024/12/21 2,501
1663295 윤석열 사형 내란죄 수괴 3 2024/12/21 1,185
1663294 저는 오늘 코트, 원피스, 구두를 신어야 합니다 10 추워 2024/12/21 4,297
1663293 아무리 갈라치기를 해봐라 이것들아 8 .. 2024/12/21 831
1663292 (일상글)혹시 인덕션에서 가스로 바꾸신 분 5 인덕션 2024/12/21 2,046
1663291 아마존 약품 3 약품 2024/12/21 590
1663290 부산 분들 오늘도 집회 있어요 4 부산시민 2024/12/21 734
1663289 2찍 언어 어쩌고에게 12 ㅡㆍㅡ 2024/12/21 1,135
1663288 재혼 9 ... 2024/12/21 3,101
1663287 2찍이라는 언어의 신비 55 ... 2024/12/21 4,447
1663286 2030 남자들 이용하지 마십시요 31 .. 2024/12/21 6,447
1663285 하의 내복 입고 숏패딩 vs 내복 안 입고 롱패딩 10 추위 2024/12/21 2,853
1663284 전대갈이 육사가서 사열받을때 10 .. 2024/12/21 3,621
1663283 한줌극우정신병자들에 놀아나지 말아야 9 탄핵완성 2024/12/21 856
1663282 거위털인지 이불이 위로 붕붕 떠서 세탁이 안 돼요 7 통돌이세탁기.. 2024/12/21 2,827
1663281 서울경찰청장도 한패였군요. 6 흐음 2024/12/21 5,390
1663280 해외정치학자들 "한국은 이제 전 세계 민주주의 등대&q.. 5 ㅇㅇ 2024/12/21 4,810
1663279 지금 돌풍부는건가요? 18 .. 2024/12/21 14,658
1663278 비자림과돌문화박물관중 2 선택 2024/12/21 829
1663277 헐 미국주식시장... 13 ㅇㅇ 2024/12/21 22,952
1663276 주말 동안 아이랑 냉파식단 괜찮나요 3 ㅇㅇ 2024/12/21 1,793
1663275 계엄령으로 나라가 완전 갈라지는거같아요. 52 2024/12/21 7,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