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덜도 한 때 다 MZ였음

쑥과마눌 조회수 : 1,975
작성일 : 2024-12-08 22:41:25

대학다닐 때, 강경대학생이 경찰에 의해 죽음을 당했습니다.

지금 생업에 바빴던 국민처럼, 취업준비에 바빴던 저랑 제 절친은

그날로 도서관대신 시위대로 나갑니다.

시위를 하던중에 배가 고파서, 시위대를 빠져나와 신촌 골목의 한 식당에 들어갑니다.

끼니때가 아니라, 식당은 널널했고, 우리는 밥이 나오자 먹느라 바빴는데,

어느 중년부부가 맥주를 반주로 늦은 점심을 하면서, 우리에게 조심스레 말을 겁니다.

학생들이 수고가 많다고..

우리 애도 여기 시위대에 온거 같아서 걱정되어 나왔는데..

인파가 어마어마해서 찾지는 못하고 이러고 있다고..딱 그 말씀만 하셨습니다.

그러시냐고 응대하고 밥을 허겁지겁 입에 몰아넣고, 계산하러 나왔는데,

식당아줌마께서 말씀하십니다.

아까 그 분들께서 학생들 밥값까지 계산하고 나갔다고.

 

저야 늘 바지를 입고다녀 그렇다고해도, 멋쟁이 제 친구는 바지가 없었습니다.

스콧트라고 겉에는 짧은치마에 안에는 반바지를 입고,

미스코리아 사자머리에, 핸드백은 크로스로 매고, 샬랄라 레이스 티를 입었더라죠.

저는 그때 우리가 엄청 어른인줄로만 알았는데,

그 시절 그분들 눈에 저와 제 친구가 어떻게 비췄을런지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지금 우리가 MZ를 보는 그 애틋함으로,

그 차림으로 최류탄이 난무하는 시위대를 나와서, 또, 배고프다고 처묵처묵하는 우리를 쳐다보았을..

그 마음이 제대로 이해되는 오늘입니다.

그들 손에 들린 반짝이는 응원봉을 탐내는 마음까지 더하여서 말입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나요?

그 말을 받고 더하고 싶네요.

비극인 일상마저 또 가까이서 보면, 

또, 희극, 비극, 기쁨, 슬픔, 웃김,기막힘...디테일한 감정들이 엄청 살아있습니다.

오늘도 살고, 지치지도 말고, 일상을 잡고 살아 봅시다.

IP : 96.255.xxx.19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쑥과마눌
    '24.12.8 10:43 PM (96.255.xxx.195)

    댓글마저 AI로 다는 반란의 힘은 각성하라!

  • 2. ..
    '24.12.8 10:50 PM (211.212.xxx.29)

    아..님 글을 읽으니 생동감이 느껴져요.
    그 날이 눈앞에 선연히 살아 숨쉬는 것 같아요.
    그 때도 지금도 국민으로 열심히 살고 계시네요.
    님의 일상도 응원합니다.

  • 3. ㅇㅇ
    '24.12.8 10:51 PM (39.7.xxx.20) - 삭제된댓글

    아까 뉴스에 누군가 '촛불은 금방 꺼진다'
    이 말 듣고 화가 나서 응원봉 들고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응원봉 들고 나온 친구들이 많은 걸
    보고 나만 정치에 관심 많은 게 아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대요

  • 4. ...
    '24.12.8 11:05 PM (182.229.xxx.41)

    글 잘 읽고 갑니다

  • 5. ...
    '24.12.8 11:39 PM (223.39.xxx.161)

    진짜 닉네임 못보고 글 먼저 봤는데
    쑥과마눌님 생각났어요 ㅎㅎ
    저혼자 친한척 ㅋ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24904 나이들면 말을 줄여야해요 ㅠㅠㅠ 30 ... 2025/06/10 11,837
1724903 김병기의원이 검찰 특활비 반드시 들여다 본다했죠 9 ㅇㅇ 2025/06/10 2,332
1724902 냄비밥 엄청 질게 되었는데요.. 4 2025/06/10 816
1724901 갑자기 열심히 일하기 시작한 국세청 7 그동안 뭐했.. 2025/06/10 3,468
1724900 열무김치 담궜는데 망한 삘이 나는데요.;; 8 -- 2025/06/10 1,209
1724899 pd수첩10분영상_그날 계엄을 막지못했더라면 일어났을일들 .,.,.... 2025/06/10 1,229
1724898 자꾸 대통령 재판 얘기하는데 29 그의미소 2025/06/10 1,991
1724897 시부모가 이 세상에 없었으면 좋겠는 나쁜 마음이 드네요 20 710 2025/06/10 4,282
1724896 7시 정준희의 해시티비 역사다방 ㅡ 한국 특별검사의 길고짧은 .. 2 같이봅시다 .. 2025/06/10 393
1724895 공부 잘하는 애들 둔 지인과의 통화 15 // 2025/06/10 5,899
1724894 어떻게 해야 기분이 좀 나아질까요 4 어떻게해야 2025/06/10 1,379
1724893 지금 챗지피티 돌아가나요? 5 오잉꼬잉 2025/06/10 947
1724892 깨끗하게 산다 8 .. 2025/06/10 2,324
1724891 다이어리중에 호보니치라고.. 아시나요? 2 ㅔㅔ 2025/06/10 915
1724890 티쳐스 일타강사 조정식, 현직 교사 21명과 '불법' 문제 거래.. 13 ... 2025/06/10 7,237
1724889 내가 누리던게 없어지니 소중함을 알겠넹ᆢ 5 ㄱㄴ 2025/06/10 2,409
1724888 25만원 선별지급 검토 30 ... 2025/06/10 6,862
1724887 기사) 뺨27대에도 꿈쩍않던 9살 이재명 36 짠한 대통령.. 2025/06/10 4,779
1724886 친구 남편 면전에 싫은티 냈어요. 내가 너무 한가? 19 내가 2025/06/10 5,387
1724885 외로운 나날 4 외롭 2025/06/10 1,409
1724884 홍콩반점 백종원 17 영이네 2025/06/10 5,011
1724883 사래가 잦은데 어느병원을 가야하나요 6 병원 2025/06/10 1,229
1724882 민생지원금은.선별지원으로 가나봅니다 31 .. 2025/06/10 4,387
1724881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남편 울면서 태워다 주는 11 .,.,.... 2025/06/10 6,125
1724880 검찰·경찰·국세청·금융정보분석원, 세관 마약밀수 합수팀 출범 18 속보 2025/06/10 1,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