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덜도 한 때 다 MZ였음

쑥과마눌 조회수 : 1,836
작성일 : 2024-12-08 22:41:25

대학다닐 때, 강경대학생이 경찰에 의해 죽음을 당했습니다.

지금 생업에 바빴던 국민처럼, 취업준비에 바빴던 저랑 제 절친은

그날로 도서관대신 시위대로 나갑니다.

시위를 하던중에 배가 고파서, 시위대를 빠져나와 신촌 골목의 한 식당에 들어갑니다.

끼니때가 아니라, 식당은 널널했고, 우리는 밥이 나오자 먹느라 바빴는데,

어느 중년부부가 맥주를 반주로 늦은 점심을 하면서, 우리에게 조심스레 말을 겁니다.

학생들이 수고가 많다고..

우리 애도 여기 시위대에 온거 같아서 걱정되어 나왔는데..

인파가 어마어마해서 찾지는 못하고 이러고 있다고..딱 그 말씀만 하셨습니다.

그러시냐고 응대하고 밥을 허겁지겁 입에 몰아넣고, 계산하러 나왔는데,

식당아줌마께서 말씀하십니다.

아까 그 분들께서 학생들 밥값까지 계산하고 나갔다고.

 

저야 늘 바지를 입고다녀 그렇다고해도, 멋쟁이 제 친구는 바지가 없었습니다.

스콧트라고 겉에는 짧은치마에 안에는 반바지를 입고,

미스코리아 사자머리에, 핸드백은 크로스로 매고, 샬랄라 레이스 티를 입었더라죠.

저는 그때 우리가 엄청 어른인줄로만 알았는데,

그 시절 그분들 눈에 저와 제 친구가 어떻게 비췄을런지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지금 우리가 MZ를 보는 그 애틋함으로,

그 차림으로 최류탄이 난무하는 시위대를 나와서, 또, 배고프다고 처묵처묵하는 우리를 쳐다보았을..

그 마음이 제대로 이해되는 오늘입니다.

그들 손에 들린 반짝이는 응원봉을 탐내는 마음까지 더하여서 말입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나요?

그 말을 받고 더하고 싶네요.

비극인 일상마저 또 가까이서 보면, 

또, 희극, 비극, 기쁨, 슬픔, 웃김,기막힘...디테일한 감정들이 엄청 살아있습니다.

오늘도 살고, 지치지도 말고, 일상을 잡고 살아 봅시다.

IP : 96.255.xxx.19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쑥과마눌
    '24.12.8 10:43 PM (96.255.xxx.195)

    댓글마저 AI로 다는 반란의 힘은 각성하라!

  • 2. ..
    '24.12.8 10:50 PM (211.212.xxx.29)

    아..님 글을 읽으니 생동감이 느껴져요.
    그 날이 눈앞에 선연히 살아 숨쉬는 것 같아요.
    그 때도 지금도 국민으로 열심히 살고 계시네요.
    님의 일상도 응원합니다.

  • 3. ㅇㅇ
    '24.12.8 10:51 PM (39.7.xxx.20) - 삭제된댓글

    아까 뉴스에 누군가 '촛불은 금방 꺼진다'
    이 말 듣고 화가 나서 응원봉 들고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응원봉 들고 나온 친구들이 많은 걸
    보고 나만 정치에 관심 많은 게 아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대요

  • 4. ...
    '24.12.8 11:05 PM (182.229.xxx.41)

    글 잘 읽고 갑니다

  • 5. ...
    '24.12.8 11:39 PM (223.39.xxx.161)

    진짜 닉네임 못보고 글 먼저 봤는데
    쑥과마눌님 생각났어요 ㅎㅎ
    저혼자 친한척 ㅋ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75836 1년동안 계엄모의할 때 다 쓸어버릴 생각에 윤 얼마나 행복 했을.. 4 명신잡자 2025/01/15 2,137
1675835 이뮨 영양제요 2 ... 2025/01/15 1,176
1675834 김민전의원 제명 청원 29 ㄴㅅ 2025/01/15 2,001
1675833 나혼산에서 키가 했던 간장게조림 해봤어요 6 ㅇㅇ 2025/01/15 3,775
1675832 잇몸치료받았는데 피가나네요 7 잇몸 2025/01/15 1,156
1675831 (mbc)차벽 차량에 키 꽃고 간 경호처 14 ... 2025/01/15 7,485
1675830 정신차리고 보니 경찰.공수처 감사하네요 자랬 쑤아 2025/01/15 901
1675829 폐암 진행속도 8 윈윈윈 2025/01/15 3,135
1675828 '법치' 조롱 윤 대통령‥이젠 법의 심판 앞에 1 뉴스데스크헤.. 2025/01/15 958
1675827 새벽에 갑자기 공기청정기가 5 모두가 잠든.. 2025/01/15 1,601
1675826 이케아에서 이불커버 사 보신 분 문의드려요. 9 .... 2025/01/15 1,584
1675825 1/15(수) 마감시황 나미옹 2025/01/15 442
1675824 고구마를 특이하게 먹어보았어요~ 왜나면 2025/01/15 1,218
1675823 지금 달 엄청 크고 예뻐요 5 2025/01/15 1,886
1675822 3년 전 윤석열 가장 행복한 때 5 3년 전 2025/01/15 4,150
1675821 시판 떡뽁이 소스 맛있는 것좀 추천해주세요 10 .. 2025/01/15 1,688
1675820 쌀세척볼 추천부탁드려요 3 2025/01/15 516
1675819 할인 이종임 옹심이 5 00 2025/01/15 1,287
1675818 편의점 반값택배 잘 아시는 분요 24 ㅇㅇ 2025/01/15 1,428
1675817 요번 달 난방비가 얼마 나왔어요? 9 2025/01/15 2,846
1675816 조국혁신당은 이준석당과 달리 하나로 똘똘 뭉친게 보기좋네요 11 ㅇㅇㅇ 2025/01/15 2,275
1675815 멧돼지 잡은 기념 저녁은 족발입니다 7 ..... 2025/01/15 812
1675814 기자회견) 김건희 법무부 출국금지, 수사기관 본격적 수사 촉구 .. 15 윤석열 2025/01/15 4,221
1675813 전광훈 목사 “공수처의 목적은 윤 대통령 체포가 아니라 나를 체.. 22 ㅍㅎㅎ 2025/01/15 4,066
1675812 저것들은 국민들을 개돼지로 본게 분명 2 파면 2025/01/15 1,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