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우덜도 한 때 다 MZ였음

쑥과마눌 조회수 : 1,860
작성일 : 2024-12-08 22:41:25

대학다닐 때, 강경대학생이 경찰에 의해 죽음을 당했습니다.

지금 생업에 바빴던 국민처럼, 취업준비에 바빴던 저랑 제 절친은

그날로 도서관대신 시위대로 나갑니다.

시위를 하던중에 배가 고파서, 시위대를 빠져나와 신촌 골목의 한 식당에 들어갑니다.

끼니때가 아니라, 식당은 널널했고, 우리는 밥이 나오자 먹느라 바빴는데,

어느 중년부부가 맥주를 반주로 늦은 점심을 하면서, 우리에게 조심스레 말을 겁니다.

학생들이 수고가 많다고..

우리 애도 여기 시위대에 온거 같아서 걱정되어 나왔는데..

인파가 어마어마해서 찾지는 못하고 이러고 있다고..딱 그 말씀만 하셨습니다.

그러시냐고 응대하고 밥을 허겁지겁 입에 몰아넣고, 계산하러 나왔는데,

식당아줌마께서 말씀하십니다.

아까 그 분들께서 학생들 밥값까지 계산하고 나갔다고.

 

저야 늘 바지를 입고다녀 그렇다고해도, 멋쟁이 제 친구는 바지가 없었습니다.

스콧트라고 겉에는 짧은치마에 안에는 반바지를 입고,

미스코리아 사자머리에, 핸드백은 크로스로 매고, 샬랄라 레이스 티를 입었더라죠.

저는 그때 우리가 엄청 어른인줄로만 알았는데,

그 시절 그분들 눈에 저와 제 친구가 어떻게 비췄을런지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지금 우리가 MZ를 보는 그 애틋함으로,

그 차림으로 최류탄이 난무하는 시위대를 나와서, 또, 배고프다고 처묵처묵하는 우리를 쳐다보았을..

그 마음이 제대로 이해되는 오늘입니다.

그들 손에 들린 반짝이는 응원봉을 탐내는 마음까지 더하여서 말입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나요?

그 말을 받고 더하고 싶네요.

비극인 일상마저 또 가까이서 보면, 

또, 희극, 비극, 기쁨, 슬픔, 웃김,기막힘...디테일한 감정들이 엄청 살아있습니다.

오늘도 살고, 지치지도 말고, 일상을 잡고 살아 봅시다.

IP : 96.255.xxx.19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쑥과마눌
    '24.12.8 10:43 PM (96.255.xxx.195)

    댓글마저 AI로 다는 반란의 힘은 각성하라!

  • 2. ..
    '24.12.8 10:50 PM (211.212.xxx.29)

    아..님 글을 읽으니 생동감이 느껴져요.
    그 날이 눈앞에 선연히 살아 숨쉬는 것 같아요.
    그 때도 지금도 국민으로 열심히 살고 계시네요.
    님의 일상도 응원합니다.

  • 3. ㅇㅇ
    '24.12.8 10:51 PM (39.7.xxx.20) - 삭제된댓글

    아까 뉴스에 누군가 '촛불은 금방 꺼진다'
    이 말 듣고 화가 나서 응원봉 들고 나왔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응원봉 들고 나온 친구들이 많은 걸
    보고 나만 정치에 관심 많은 게 아니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대요

  • 4. ...
    '24.12.8 11:05 PM (182.229.xxx.41)

    글 잘 읽고 갑니다

  • 5. ...
    '24.12.8 11:39 PM (223.39.xxx.161)

    진짜 닉네임 못보고 글 먼저 봤는데
    쑥과마눌님 생각났어요 ㅎㅎ
    저혼자 친한척 ㅋㅋ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56933 쉬는타임)전설의 방송사고ㅎ 2 윤건희사형 2024/12/10 2,542
1656932 ‘김건희 모교’ 명일여고에 탄핵 촉구 대자보 …“부끄럽지 않은 .. 8 ... 2024/12/10 3,270
1656931 집회갈 때 깃발, 대중교통으로 어떻게 이동하죠? 4 ., 2024/12/10 1,195
1656930 시험못봤다고 ㅈㄹㅈㄹ 하는 딸내미 16 .. 2024/12/10 4,306
1656929 헌법재판관 정형식 얘기 들으셨어요? 8 아줌마 2024/12/10 3,896
1656928 매불쇼 전우용 역사학 교수님편 꼭 보세요 9 2번보세요 2024/12/10 2,436
1656927 "엄마 찍지말라고 했잖아" 여당 의원 사무실에.. 1 123 2024/12/10 4,226
1656926 윤희숙씨 누구이기에 2024/12/10 1,525
1656925 사춘기로 힘들게 하던 아이 다시 돌아왔네요. 8 2024/12/10 2,533
1656924 한동훈 “탄핵 말고 윤 대통령 권한 뺏을 방법은 없어” 31 ........ 2024/12/10 6,491
1656923 고3 딸에게 애들이 여의도 가는 이유를 물어보니 4 2024/12/10 3,267
1656922 돼지새끼가 나흘째 두문불출??? 8 두더지 2024/12/10 2,038
1656921 이쯤되면 이재명 칼로찌른 12 ㄱㅌ 2024/12/10 3,284
1656920 아니 벙커에 가두고 뭐하려했죠? 23 2024/12/10 4,028
1656919 직장일이 힘들어 죽겠어요 5 ... 2024/12/10 1,873
1656918 윤상현 지역구 사무실에 붙은 쪽지 jpg/펌 11 2024/12/10 5,606
1656917 대한민국은 재야의 고수들 1 국민들 2024/12/10 1,486
1656916 윤석열이 나라 곳곳을 망치네 5 ... 2024/12/10 1,456
1656915 하루라도 운동을 안하면 9 .... 2024/12/10 2,528
1656914 광기의 미친놈이 .. 2024/12/10 943
1656913 국민 대신하라고 찍어준 시키들이 ... 2024/12/10 453
1656912 국회 부수라는 핵심 자백 들어보세요 ㄷㄷ 6 이런 2024/12/10 2,177
1656911 국힘당 진짜 나쁩니다. 26 2024/12/10 3,183
1656910 '사상 최대' 청소년 5만명 시국선언 10 탄핵체포! 2024/12/10 3,305
1656909 이재명 대통령 될까봐 탄핵 주저하시는 분들께.. 20 ..... 2024/12/10 2,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