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구로동 지하철역에서 내렸다. 한참을 걸어 언덕 위에 집들과 상점들 사이에 작은 부동산 가게에 들어섰다. 쌀가게도 함께 운영하는 포근한 인상의 키 큰 아주머니가 웃음끼를 머금고 나를 바라보며 저렴한 월세 단칸방 찾는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담 양쪽에 장미 덩쿨이 다듬지 않는 큰 줄기와 작은 새순들이 엉킨 사이로 큰 대문이 보였다.
5월에 장미꽃과 잎은 그냥 그대로 참 예쁘다.
주인 할머니는 어릴적 동화책에서 읽어 보며 내가 상상햇던 핸젤과 그레텔의 순수한 어린아이를 눈속임을 한 노인의 모습처럼 두꺼운 안경을낀 일흔살도 훨씬더 넘어보이는 노인이였다.
우리는 안내해주시는 대로 허리를 굽혀 건물 지하로 조심스럽게 내려갔다.
벽 우측에 손을 뻗어 딸깍하고 불을 켜니 깜깜한 지하 통로에는 세상 불빛이 색이 없는 히뿌연 먼지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다시 계단으로 두계단 더 내려가 문을열었다.
마치 작은 선물 상자를 열어보니 큰 세상이 펼쳐진것처럼 벽 반대쪽에서 햇볓이 가득 들어오는 큰 창과
주인집으로 통하는 계단 연탄아궁이 그 옆으로는 빨간고무다라니가 받쳐진 수돗가가 보였다.
양옆으로 큰방과 작은 방을 소개해 주셨다.
큰 방에는 이미 어린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매와 식당일로 매일 집을 비우는 부부가 살고 있다고 하셨고
우리는 작은 방으로 안내해 주셨다.
방문을 열어보니 마당이 보이는 작은 창과 맞은편 큰창에는 동네 아래가 보이는 시원하고 밝은 세상이보였다.
화장실은 대문 옆에 공동화장실 사용하라는 설명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