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40이 훌쩍 넘고 친정엄마를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어요.
제 엄마는 평생 시장에서 장사를 하셨어요
아버지가 두부장사를 하셔서 두부를 맛있는 곳에서
떼와서 배달하는 일을 하셨어요.
아버지 소유의 상가가 있으니까.. 엄마는 거기에서
두부도 파셨고, 어울리지 않게 잡다한 과일도 팔고
햄도 팔고, 중구난방 식의 장사였지만 그럭저럭
밥은먹고 살았어요.
친정모는 늘쌍, 전업주부의 삶을 부러워 했으며
본인에게 주어지지 않은
그 삶의 분풀이를 딸인 저에게 했었어요.
(중매로 결혼을 하셨거든요.)
90년대 저녁무렵 유모차밀고, 엄마 또래의 여성이
부부금술 좋게 늦둥이를 봤다며 시장보러 뽀얀 피부로
시장나온 사람을 보면 바들바들 떨면서 싫어 했었어요.
(부러워서 그랬을것? 같아요. 저는 그런날엔 이유도 모르고
엄마에게 화풀이 대상으로 두들겨 맞았습니다.)
제가 20대 중반이 되도록 친정엄마는 장사를 싫어했고
돈이 벌리니까, 본인 마음대로 수천만원 정도는 아버지
몰래 엄마본인 유흥으로 융통하는 사람이었는데..
아이러니 하지요? 장사는 싫고! 돈은 좋고! 남편 자식은
귀찮아 미치겠고!!
지금은 장사에 손을 놓으셨어요.
장사하는 동안 징글징글하게 엄마 아버지 싸움하셨어요.
아버지 돌아가시고 장사가 중단이 된 거예요.
그런데. 친정엄마는 늘~ 가정에서 사랑받고, 존중받는
아내가 되고 싶어 하셨거든요. 전업주부로 지내면서요.
반대로 제가 파악한 엄마는..
장사는 해서 손에 돈은 쥐었는데, 이돈이 어디로 새는지
아버지몰래 혼자 꿍꿍이로 다 없애버렸단 말입니다.
(장사는 하셨지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쓰고싶은
돈을써도 터치 하지 않는, 터치받지 않는 삶이셨어요.)
그리고 두부장사로 큰 고생을 하신 아버지가 시골에서
중졸이고, 엄마는 그때당시 나름 고졸이라서
학벌 짪다고 남편을 하찮게 여겼어요.
저희 외할머니만 봐도. 외할아버지께서 전구하나 갈아
끼워 주방에 밝게 불이 들어오면 "아이고~ 우리남편은
못 하는거 없네요." 진심인지 거짓인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러셨거든요?
근데 제 엄마는 아버지가 전구를 갈아끼워도
"옆집 남편은 건설회사 다니는데 그깟 시골중졸이
전구하나 겨우 갈아끼운게 뭐 대단 하다고"
이러니까 평생 싸움이 되고 아버지와 갈등이 되신거예요.
엄마는 당장 제가 결혼을 할때도 반대가 많았어요.
왜냐면? 시댁에서 47평 아파트를 남편 명의로 사주었는데
게다가 딸이 전업으로 있는게 싫었던 거였어요.
그러거나 말거나 결혼은 했는데요.
제 남편이 대학원 석사는 했지만, 작은 유통업으로
밥을 먹고 살아요.
그랬더니.. "석사까지 한 주제에 구멍가게 한다고.
고등학교 졸업해도 대기업 다니는데", 하면서
대놓고 무시를 하셔서.
지금은 친정에 안가고 남편은 친정근처에 제가 얼씬도
못 하게 한답디다.
남편 그늘에서 사랑받고, 대접받고, 전업의 일생을 원하사람이 저렇게 상대방을 거칠고 무모하게 무시한다면
세월을 거꾸로 되돌린다 하더라도 제 친정엄마에게 가능한
일생이 되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