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에 웹소설 이야기 나왔을때 제가 읽고 있는 봄그늘 이라는 소설, 후기 남겨 달라고 하신 분이 계셔서 뜬금 없지만 웹소설 얘기 들고 나왔습니다.
관심 없으신분들은 지나가 주셔요. :)
김차차님의 봄그늘을 읽었어요.
너무 긴 글이라 망설이다 후기가 좋아 시작했는데 올 해 가장 좋았던 소설이 되었네요.
청라라는 가상의 경상도 지역을 배경으로 사과 과수원을 하는 집안 딸, 윤차희와 그녀를 5살때부터 마음에 두고 계속 곁에 머무는 박우경(박우갱) 이라는 두 인물의 사랑 이야기를 축으로 하는 이 글은
여느 웹소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근방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유지의 아들인 박우경에 비해 계속 빚에 허덕이며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차희네 이야기가 현실적인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먹먹한 아픔을 줍니다.
대출을 걱정하고 사과 농사를 걱정하는 부모를 모른척 외면 할수 없는 차희의 아픔을 작가는 끊임없이 들추며 고단한 삶의 여정을 여과 없이 보여줌으로써 그 모든 과정을 함께 겪는것만 같은 고통을 줍니다.
이 부분을 부담스러워 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댓글도 무수히 달렸던 기억이 나네요.
그 모든 신란한 일상 속에서도 차희를 향한 우갱의 깊은 사랑은 환타지에 가깝습니다.
오랜 기간을 기다려 주고 끊임없는 애정을 보여주는 우갱의 사랑이 눈물겹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로 진행되는 대화를 처음에는 적응하기 어려웠지만 나중에 보면 모든 댓글들이 경상도 사투리로 달리는 놀라운 광경도 보게 됩니다.
저는 김차차 작가의 글이 처음인데요. 이 작가분 최대의 장점은 모든 등장인물의 감정을 아주 섬세하게 차곡차곡 쌓아 놓듯 그려낸다는 점인데요.
모두의 서사가 이해가 되고 두 주인공 뿐만아니라 주변 등장인물의 감정들까지도 충분히 이해 될때까지 서술합니다.
이 부분이 일반적인 스토리 위주의 웹소설과는 구별되는 점인것 같아요.
잔잔하지만 탄탄한 구성과 유머 있는 내용이 많아 순식간에 읽히긴 합니다.
글 자체가 너무 섬세해서 주인공 차희와 우갱의 사랑이 너무 절절하게 이해되고 그에 반해 반복되는 구간이 많아 속도감 있는 글에 익숙하신 분들은 좀 답답할수 있습니다.
저는 우갱이 만한 남주를 다시는 만나기 어려울거라고 생각되네요.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는게 어떤것인지를 묵묵하게 보여주는 우갱이 때문에 몇번을 울컥 할수 밖에 없었어요.
진지하고 잔잔한 글 좋아하시면 시도해 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이 글을 읽고 나니 국도변에 있는 사과 직판장에서 마치 차희와 차희의 어머니가 앉아 있을것만 같고 모든 농사 지으시는 분들이 대단해 보이는 그런 글이었어요.
마지막으로 글 초반에 차희와 우갱의 대화 하나를 소개합니다.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차희가 우갱에게 서울에서 여러 남자를 만났다는 거짓말을 합니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우경을 밀어내기 위한 거짓말이죠.
그 얘기를 듣고 난 우갱이 차희에게 말합니다.
"......윤차희."
"응."
"아무나 만나지 마라."
"......"
"그래도, 네 손 한 번 잡는것도 아까워했던 놈도 있으니까."
꼭 읽어 보세요. 추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