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킥킥 웃었어, 형님이.

문득 조회수 : 3,176
작성일 : 2024-11-20 22:48:34

한해 재수한 스물한살 딸과

얼마전 끝냈던 수능과 논술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누던중.

이젠 발길끊은 시댁 큰형님에 대한

대화로 잠시 이어졌어요.

딸이 일곱살이 되도록

반지하 단칸방에서 살았을때

그 가난을 비웃으며 시동생에게도

제게도 정을 주지않던 나이많은

큰 형님이 있었어요.

그 형님은, 시부모님의 제삿날에도

명절에도 저를 부엌에 못들어오게

필사적으로 막아서,

딸아이와 함께 부엌 문지방밖에서

앉아있었어요.

그 자리가 가시방석과도 같았어요.

그 형님은 그런 저를 흘끔거리다가

킥킥 웃었어요.

창백하고 무표정한 나이많은

형님을 처음 본날에도 전 겁을 먹었고

풋내기애송이티가 숨길수없이

티가 나는 저는 그 부엌 문지방을 넘어가본적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이렇게 사느니, 이혼하고 자유롭게

살아보겠다는 말을 남편에게 하고난뒤로, 전 그 집을 가지않게 되었고

시댁 먼어른의 장례식날, 마주친 그 형님께

인사를 드렸다가

한번도 오지않아 괘씸하다는 형님의 분노어린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했어요.

그냥 외면해버렸어요.

그 지나간 세월을 차분하게 설명할자신도, 들어줄 마음도 

없을것이라고 체념했으니까요.

그 사람은 내게 킥킥대었어. 엄마가 부엌문지방너머 앉아있는것을 알면서.

그랬더니, 딸아이가 엄마,

그 킥킥대었다는 사람, 올해 국어 수능에 나왔어

라고 폰속의 지문을 열어 보여주는데

허수경 시인의 혼자가는 먼길이란 시 전문이 나왔더라구요.

처음 보는 시였는데,

너무 길어서 다 옮길수는 없고.

당신..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그래서 불러봅니다.

킥킥거리며 한때 적요로움의 울음이 있었던 때.

한 슬픔이 문을 닫으면 또 한 슬픔이 문을 여는것을 이만큼의 

살아옴의 상처에 기대 나 킥킥...당신을 부릅니다..

중략...

당신..금방 울것같은 사내의 아름다움. 그 아름다움에 기대

마음의 무덤에 나 벌초하러 진설음식도 없이

맨술 한번 치고 병자처럼 

그러나 치병과 환후는 각각 따로인것을.

킥킥 당시 이쁜당신.. 당신이라는 말 참 좋지요.

내가 아니라서 끝내 버릴수없는 

무를수도 없는 참혹.

그러나 킥킥 당신.

나의 킥킥과 허수경시인의 킥킥.

똑같은 킥킥인데 

삶의 무늬가 다른것을 알면서도.

이상하게도 전 마음의 위안을 얻습니다.

 

IP : 58.29.xxx.183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11.20 11:11 PM (119.64.xxx.101)

    부엌에 못들어 오게 하면 큰형님 혼자 일했단 이야기인가요?

  • 2. ----
    '24.11.20 11:14 PM (211.215.xxx.235)

    음.. 저같으면 형님에게 왜 비웃었는지.. 확인하고 사과받을것 같아요. 부엌에는 왜 못들어오게 했는지. 아예 오지말라는 제스처였을까요?? 뭔가 애매하게 느껴져서 그 형님의 의도가 과연 무엇이었을까???

  • 3. 원글
    '24.11.20 11:17 PM (58.29.xxx.183)

    부엌의 냉장고를 양팔벌려 가로막고 안돼!라고 하면서 서있기도 했던 장면이
    지금도 생생해요.
    신혼여행후 인사하러 갔던 그후로부터 14년동안, 그 부엌문지방을 넘어가본적이 없어요.
    그 형님과 딸이, 함께 음식을 장만하고 설거지를 하고, 나중엔 며느리가 들어와
    일손을 도왔으나 저는 이방인처럼 그 문지방을 절대 넘지못했어요.
    왜냐면,
    남편이 시부모님이 고등학생때 돌아가신이후로, 누나따라 서울로 가기전까지 3년동안
    같이 사는동안 겉돌며 지냈거든요. 고등학교도 이미 고1이 되고 봄이 가기전에 중퇴했다는것을 결혼후 몇년지나 알았어요. 농사일을 거들게 하느라 수업료를 아무도 내주지 않았거든요.

  • 4. ㅇㅇ
    '24.11.20 11:23 PM (112.166.xxx.124)

    형님은 가난한 원글님네가 뭐라도 공짜로 가져갈까봐 그런 듯....
    에궁 힘드셨겠어요 토닥토닥

  • 5. ..
    '24.11.20 11:23 PM (73.195.xxx.124) - 삭제된댓글

    보통은 가정부처럼 혼자만 일 시켜서 문제라여겼는데
    아예 부엌에 못들어가게 하면 감사하죠.
    (손님처럼 있다 오면 안되나요???)

  • 6. ----
    '24.11.20 11:26 PM (211.215.xxx.235)

    햐...정말 못된 형님이었네요. 원글님 부부가 받은 상처와 모멸감이 이제 이해되었어요.

  • 7. 독서 좋아하심?
    '24.11.21 12:51 AM (211.234.xxx.53) - 삭제된댓글

    문장이 좀 특이하신 편

  • 8. 111
    '24.11.21 7:42 AM (121.165.xxx.181)

    정말 이상한 사람이네요.
    원글님, 쉽지 않겠지만 잊고 행복하게 사세요.
    저 지문은 재수생 아들이 얘기해줘서 저도 들었어요.
    난해해서 틀렸다고 해요 ㅎㅎ ㅠㅠ
    원글님의 평안을 기원합니다.

  • 9. 원글
    '24.11.22 6:33 AM (58.29.xxx.183)

    이제 수능 지문은 어디에서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일이에요,
    이번엔 국어가 쉽게 출제되었다는데
    우리애도 어려웠대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52290 종가집 무말랭이 5 .... 2024/12/02 1,788
1652289 술판 의혹 수원지검 1313호실 현장조사 검찰이 막았다 2 검사는강도다.. 2024/12/02 573
1652288 눈길 / 김의철 겨울노래 2024/12/02 560
1652287 응팔의 라미란은 아들 밥상 차리기 안 귀찮다던데... 23 ... 2024/12/02 5,499
1652286 유명 개그맨 집이 경매에 나왔다는데 20 ㅁㅁ 2024/12/02 32,331
1652285 일론 머스크는 알수록 대단하네요 13 sdwg 2024/12/02 3,897
1652284 의사 진료 중 녹음 할 수 있나요 20 녹화 2024/12/02 3,243
1652283 배추전 할 때요 6 ... 2024/12/02 1,645
1652282 홍준표가 슈킹해서 국회 특활비 삭감된 것!! 5 내로남불 2024/12/02 1,040
1652281 서울 눈밑지방재배치 잘하는병원 추천부탁드립니다. 봉선화 2024/12/02 412
1652280 민주, 최재해 감사원장·이창수 지검장 등 탄핵소추안 발의…본회의.. 15 ... 2024/12/02 1,423
1652279 국회특활비 박때 90프로 삭감 1 000 2024/12/02 678
1652278 급질 노지갓 하우스갓 2 ... 2024/12/02 421
1652277 가수 박서진 군대 거짓말은 이해가 안가네요 15 ........ 2024/12/02 4,583
1652276 아이돌 CD(책자)같은거 버리는것도 골치네요 5 ㅓㅏ 2024/12/02 877
1652275 본능부부는 진짜 이혼하려고 나온거에요?? 17 이혼숙려 2024/12/02 5,410
1652274 굴 어디서 사서 드세요? 5 ㄷㄷ 2024/12/02 1,232
1652273 아시아나항공, 승객 짐 승무원이 안올려준다…직접 올려야 37 .. 2024/12/02 6,710
1652272 손피부가 아픈데 좋은 거 있을까요? 3 .. 2024/12/02 523
1652271 초등 겨울방학 언제부터 하나요? 7 초등 2024/12/02 810
1652270 추경호 "민주당 사과 없으면 어떤 협상도 없다".. 20 ... 2024/12/02 1,769
1652269 심리상담센터 검사 결과지 1 아이둘맘 2024/12/02 570
1652268 경주 겨울에도 좋네요 11 ... 2024/12/02 1,972
1652267 거래처 담당자와 이야기중에 취미가 뭐예요? 4 .. 2024/12/02 783
1652266 우리은행 이체 갑자기 보안카드번호 입력하라고 8 ㅇㅇ 2024/12/02 1,5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