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갈등상황을 많이 힘들어하는 성격이에요.
기본이 회피로 정해져 있죠.
누군가와 부딪쳐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내가 참다참다참다 안되면 단절해 버리는 성격입니다.
좋게 보자면 유하고 포용적인 성격이고 화를 잘 안내고
사실 어지간해서는 남들 하는 일을 눈에 거슬려 하지도 않으니 싫은 소리를 참는게 아니라 할 일이 없고 화를 안낸다기보다는 진심으로 화가 잘 안나요. 그냥 그러려니... 그럴수 있지... 저 사람은 그런가보다... 하고 휙 넘겨버리는 성격. 타고나길 대범한 게 아니라 50 가까운 나이가 되면서 깨달은 삶의 스킬이랄까요. 사람은 잘 안변하더라고요. 솔직하게 말씀드려 상대의 다름에 대한 존중에 기반한 게 아니라 너 그러거나 말거나의 무관심(무시가 아니라요!!)에 기반한 태도임을 고백합니다. 기가 약한타입에 눈치를 많이 보는 애라 삶이 너무 힘들더라고요. 나 살자고 만든 삶의 방패 같은 자세라고 생각하심 돼요.
방글방글 잘 웃고 상냥한, 소셜 스마일에 능하기도 합니다. 남에게 싫은소리 안하고 웬만하면 긍정적 피드백을 주면서 순둥순둥하게 구니 보통은 함께 순둥한 분위기가 되는데 항상 순둥이를 만만이로 보고 긁어대는 사람이 생긴다는 게 문제더라고요.
못된말을 들어도 속으로 헐 얘 뭔 워딩이 이리 쎄지? 하면서 겉으론 아예~ 하고 있으니
그분의 워딩이나 간섭의 정도가 점점 쎄진다는 느낌이에요.
들이받긴 귀찮고, 분명 들이받고 나면 저 병나서 쓰러질 거 알고 있고(저로선 세상을 떠메는 수준의 용기를 끌어내야 하는 일이라 온갖 애를 다 쓰고야 할 수 있는 일) 들이받은 뒷감당은 안무서운데 들이 받는 그 순간 서로간에 오고갈, 내 입에서 나와야 할 칼날품은 말과 그 분의 입에서 나와 내 귀로 들어갈 칼날선 말들이 벌써부터 지치고 아프고 무섭습니다. 내 입이 더러워지는 것도 싫고 내 귀가 더러워지는 것도 싫어요.
좋게도 얘기 해 봤죠. 날 알지 않냐. 나 연약한 사람이라 상처 잘 받는다. 내가 누구에게 쎄게 얘기하는 거 봤냐. 난 내가 쎄게 얘기 하는 사람이 아니라 누가 쎄게 얘기하면 상처 많이 받는다 그러지 말아달라. 알잖냐. 좋게좋게 얘기해도 다 알아 듣는다.
이렇게까지 대놓고 부탁했는데도
여전히 그런다면
제가 도망가는수밖에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