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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혹독한 시집살이서 얼굴은 지켰는데 마음은 못지킨 것 같아요.

저도50 조회수 : 3,061
작성일 : 2024-11-15 10:08:29

친정도 멀고 큰 딸이라서 친구나 주변지인은 물론 친정엄마한테도 내색하기 조심스러워서 82쿡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면서 조언도 얻고 힘을 받으며 이겨냈던 것 같아요. 내내 제 마음 살피면서 시집살이 당하는 것도 서러운데 얼굴 상해 늙어버리면 더 억울하다 싶어서 억지로라도 명랑하게 웃으며 지냈고 운동도 열심히 했죠.

(꼭 얼굴을 말하려는 게 아니예요. 표정, 분위기 등 외형적 모습을 말하는 거죠. 50대가 설마 팽팽하겠나요... 그런 분도 더러 계시겠지만.)

 

덕분에 텐션 좋은 50대로 살아남았는데 문제는 잘 참고 잘 무시하고 요령껏 피해다니는 능력은 생겼지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사람 몇 번 만나보고 시모, 시누 비스무리한 스멜이 풍기면 거리를 확 벌린다는 거죠.

저희 시모가 저 삼십대 때 요령 없이 만나기만 하면 말로 패더라구요. 주변 사람들이 하도 말리니 저 사십대 때는 비꼬기, 간보기, 시누랑 합세해서 왕따 시키기 등등을 시전했었죠. 그 앞에서 무력감을 느끼면서도 꿋꿋이 버텼어요.  압박한다고 굴욕감을 느끼거나 무력감을 내색하면 지는 거다 싶어서 말이죠.

 

그렇게 이겨낸 시간인데... 그게 트라우마가 된건지 꼬인 말이나 행동을 하는 사람, 간보기하면서 잔머리 굴리는 사람을 보면 제가 질색을 해요. 그 사람들도 저처럼 나름 사정이 있고 이유가 있는 걸텐데 곁에 있으면 불편하고 도망가고 싶어지거든요.

남편은 시모 앞에서 "어머니는 쟤한테 시집살이 시킬 만큼 죄다 빠짐없이 다 했다."라고 말하는 사람인데

가끔 사람 멀리하는 저한테 "사람 사는 게 그래. 우린 다 중생이잖아. 이꼴저꼴 보고 사는 건지. 넌 저꼴은 안보고 살겠다고 사람을 멀리하잖아."라고 말하거든요. 오래된 친구들, 가족 외에는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고 산지 꽤 됐어요.

 

지나간 시간 속에서 내가 당한 것들을 객관화하며 자기 연민이나 피해의식에 빠지지 않으려 애쓰고 살았는데 아집이 생기는 나이 오십에 문득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혹독한 시집살이에 제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씁쓸해요.

70년대 생이라 젊어서 그제껏의 가족 중심 문화, 집단주의에 작은 회의감이 들었었는데, 나이 오십에는 내가 너무 쉽게 사람을 솎아내는 건 아닌가 하고 의구심이 들더라구요.

친구들에겐 제가 감사하게도 따뜻하고 이해심 많다는 평을 받는지라 가끔 오랜 인연을 손절하는 것에 대해 의논을 하기도 하는데 예전 같으면 망설임 없이 손절해라, 내가 있잖아 했었는데 요즘은 저도 헷갈려서 할 말이 없더라구요. "글쎄 나도 그게 고민이야... 어렵네."라고 대답해주곤 합니다.

 

삼십대엔 열심히 살면 내 맘 알아주려니 했고,

사십대엔 내 맘 알아주지 않는다고 상처받지 말고 내 팔 흔들고 살자 했어요.

오십대엔 어찌 살아야할지 82쿡 선배들한테 여쭤보고 싶어요.

나이가 들어 사람 귀하다 싶어 그런 탓도 있겠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82쿡 선배들의 한마디에 제가 놓치고 가는 것들을 지키고 가게 되니까요.

IP : 59.11.xxx.100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래
    '24.11.15 10:11 AM (70.106.xxx.95)

    스트레스의 절반은 사람들이 주는건데
    직장이나 학교관련 아니면 굳이 나한테 스트레스주고 독이되는 관계까지 포용할 이유가 없죠
    나이들수록 사람관계에 굳이 연연안하고 나 좋다는 사람만 보고 살아도
    시간이 부족해요. 내가 싫은 만남은 과감히 자르고 냉랭해지고 건조해집니다 .

  • 2. 저랑
    '24.11.15 10:16 AM (115.21.xxx.164)

    똑같네요
    시가에서 데이고 인간관계가 예전같지가 않아요

  • 3. 둘중하나라도
    '24.11.15 10:19 AM (121.190.xxx.146)

    둘 중 하나라도 지켰으니 이긴거다 생각하세요

  • 4. 저는
    '24.11.15 10:21 AM (115.21.xxx.164)

    얼굴도 마음도 못지켰어요 ㅠㅠㅠ

  • 5.
    '24.11.15 10:25 AM (114.206.xxx.139) - 삭제된댓글

    시집살이 내공으로 사람 알아보고 가려내는 것도 님이 키운 능력 중 하나죠.
    그걸 왜 본인 탓으로 돌립니까.
    나이들어 좋은 사람 만나기 힘들고 좋은 사람 귀하다고
    아무 사람이나 만나도 좋은 건 아니잖아요.
    만날 사람이 없으면 안만날 지언정, 님 시모 시누 스타일 만나서 하하호호 할 수 있겠어요.
    비슷한 사람은 자연스레 모이게 되어 있으니
    자주자주 바깥 나들이 하면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다보면
    님과 결이 같은 사람 만나게 됩니다.
    너무 불안해 하지 마세요.

  • 6. 70년생
    '24.11.15 10:29 AM (121.188.xxx.245)

    저도 힘들게 지나고 이젠 몸은 편한데 여기저기데인 상처로 자꾸만 고립을 선택하는것같아서 가능하면 유툽도 다양한것,독서도 다양한 장르를 선택하려고 노력중이예요

  • 7. phrena
    '24.11.15 10:34 AM (175.112.xxx.149) - 삭제된댓글

    에공~~ 그 모진 상황에서 얼굴ㅡ내지는 육체
    지키지 못해 팍 상하는 여자들이 대부분인데요

    잘 버텨내셨네요

    감정이란 게 ᆢ처리가 어렵죠 ㅡ 그런데 나이 오십 넘으면
    수십년 절친도 정리 수순들어가고 인간 관계 곁가지 치는 시기인데
    내게 긍정 영향력 1도 없었던 시가 인간들은 걍 완전히 맘에서
    끊어내세요 ㅡ 그 인간들과의 관계 때문에 내가 이리 되었나ᆢ

    하는 그 마음 자체가 그 인간들이 아직 내게서 완전히
    (심정적으로) 떨어져 나가지 않았단 반증이거든요

    저는 평생 웃어른ᆢ나이 지그한 분들께 많은 도움과 사랑받고
    관계가 좋았는데요 ᆢ심술맞은 시모에게 넘 시달려서

    이제 길거리에서 작달막하고 뚱뚱하고 머리 허옇고
    나이롱 등산복 같은 거에 배낭 매고 ᆢ 그런 할머니
    보게 되면 (시모를 소환시켜) 저절로 멀리 돌아가게 되더군요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ᆢ
    심리적 트라우마는 그런 식으로 발현되더군요

    원글님 잘못 1도 없으니
    그저 나 자신의 발전과 성장?만 생각하세요

  • 8. ph
    '24.11.15 10:35 AM (175.112.xxx.149)

    에공~~ 그 모진 상황에서 얼굴ㅡ내지는 육체
    지키지 못해 팍 상하는 여자들이 대부분인데요

    잘 버텨내셨네요

    감정이란 게 ᆢ처리가 어렵죠 ㅡ 그런데 나이 오십 넘으면
    수십년 절친도 정리 수순들어가고 인간 관계 곁가지 치는 시기인데
    내게 긍정 영향력 1도 없었던 시가 인간들은 걍 완전히 맘에서
    끊어내세요 ㅡ 그 인간들과의 관계 때문에 내가 이리 되었나ᆢ

    하는 그 마음 자체가 그 인간들이 아직 내게서 완전히
    (심정적으로) 떨어져 나가지 않았단 반증이거든요

    저는 평생 웃어른ᆢ나이 지그한 분들께 많은 도움과 사랑받고
    관계가 좋았는데요 ᆢ심술맞은 시모에게 넘 시달려서

    이제 길거리에서 작달막하고 뚱뚱하고 머리 허옇고
    나이롱 등산복 같은 거에 배낭 매고 ᆢ 그런 할머니
    보게 되면 (시모를 소환시켜) 저절로 멀리 돌아가게 되더군요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ᆢ
    심리적 트라우마는 그런 식으로 발현되더군요

    원글님 잘못 1도 없으니
    그저 나 자신의 발전과 성장?만 생각하세요

  • 9. ㅇㅇ
    '24.11.15 10:36 AM (211.179.xxx.157)

    얼굴 지킨 것만 해도
    대단,

    무기력, 짜증난 주부가 많은데
    대단하심

  • 10. ...
    '24.11.15 10:37 AM (124.49.xxx.13)

    내가 희생을 감내하면서 얻은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면요
    아마 남편의 사랑 아이들에게 평화롭고 안정적인 가정을 지켰다는 자부심이겠네요
    그럼 잃은건 홧병 마음의 상처 억울함

    그럼 만약 내가 뒤집어 놨다면
    초반의 남편과 격렬한 갈등 아이들 어릴때 불안정한 가정
    얻은건 억울함없는 마음
    사실 제가 두번째이고 형님이 첫번째인데요
    형님은 몸이 아프고 홧병있지만 아이들이 성실하게 잘컸고
    제 아이는 반대예요
    우연일수도 기질탓일수도 있지만
    그렇다고요

  • 11. 유리
    '24.11.15 10:38 AM (124.5.xxx.71)

    아니에요.
    여우소굴에서 빠져나와 여우 보는 눈 길렀는데요. 뭘
    저희 언니도 그런데 자기가 눈치만 18단이고
    인간필터가 코웨이급이라고

  • 12. 하푸
    '24.11.15 10:53 AM (121.160.xxx.78)

    마누라 마음도 못 지킨 주제에 훈장질하는 놈 있네요
    에라이

  • 13. 레이나
    '24.11.15 11:54 AM (1.210.xxx.122)

    저도 그래요.
    사진으로 본 딸 남친의 엄마가 시누이 느낌이라
    어떤 사람인지도 모른 채 마음의 벽이 생겼어요.

  • 14.
    '24.11.15 1:33 PM (218.147.xxx.180)

    글 잘쓰시네요 저도 친정도 멀고 자매도 없고 어디든 학교건 직장이건 원만한 사람이었는데
    애들과 저만 있는 주부가 되면서 이래저래 시달리고 지치고나니 굉장한 벽이 생겨서

    그나마 님 남편은 님의 그런 마음을 읽어주는 지능은 있는듯 ;;;; 저희 남편은 병신머저리 같아서
    그냥 저를 회사 직원정도로 대한달까 그냥 모른척 못본척해서 거기에서 오는 배신감이
    더 쩔어요 제가 시댁에 너무 시달리고 큰 행사앞두면 맘이 편치못해 전전긍긍하고 거기에
    대해 불편한것도 충분히 말했는데 시댁이랑 가는 너무 싫은 해외여행도 " 쟤는 힘들다니까
    쉬라하고 내가 애들이랑 간다" 이런식으로 병신머저리같이 말해서 뒷목잡게하고

    저는 김경일 교수가 얘기했던 얕고 넓은 관계를 쓸데없이라도 많이 맺어져 인간이 원래
    저런것들이다 걍 발넓히고 시간죽이며 살아야된다고 하는데 40대 후반 애들 입시중인
    상황에 일하러 나가야되나 그런 걱정들로 취미나 이런걸 즐길 여유도 없어서 그게 고민이에요

  • 15. 감사합니다.
    '24.11.16 9:06 AM (59.11.xxx.100)

    원글입니다.
    댓글들이 너무 따뜻해서 내게 언니가 있다면 이런 분들이 친정언니겠구나 싶었어요.

    또 습관대로 저도 모르게 내 탓을 하고 있었나 싶어 정신 차려졌어요.
    시집살이에 대한 구체적 예도 없이 그저 혹독했다는 표현 만으로도 절 헤아려주는 이심전심의 언니들 고맙습니다.
    나도 그렇다는 말에도 위로가 되구요.
    난 두 개 다 놓쳤다는 말에도 감사해요.
    훈장질 한다는 예리한 지적도 공감돼요 ㅋㅋㅋ
    필테가 코웨이급이란 말엔 빵 터졌어요.
    댓글 밑에 댓글 다는 기능 있으면 한 분 한 분께 감사드리고 싶은데 아쉽네요.

    며칠 전 눈동냥으로 얻은 한 줄이 중요한 사람보다는 소중한 사람이 되라 하대요. 저 댓글 덕분에 소중한 사람이 된 기분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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