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경희대 교수·연구자 226명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 [전문]

......... 조회수 : 1,436
작성일 : 2024-11-13 15:20:24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67176.html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나는 매일 뉴스로 전쟁과 죽음에 대해 보고 듣고 있다. 그리고 이제 내가 그 전쟁에 연루되려고 하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평화와 생명, 그리고 인류의 공존이라는 가치가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가치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역사의 아픔이 부박한 정치적 계산으로 짓밟히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보편적 인권과 피해자의 권리를 위해 피 흘린 지난하면서도 존엄한 역사에 대한 경의를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여성과 노동자와 장애인과 외국인에 대한 박절한 혐오와 적대를 본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모든 시민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사회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이태원 참사 이후 첫 강의에서 출석을 부르다가, 대답 없는 이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지 못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학생의 안녕을 예전처럼 즐거움과 기대를 섞어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안타까운 젊은 청년이 나라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어도, 어떠한 부조리와 아집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는지 알지 못한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군휴학을 앞두고 인사하러 온 학생에게 나라를 지켜줘서 고맙고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격려하지 못한다.

나는 대학교 졸업식장에서 졸업생이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팔다리가 번쩍 들려 끌려나가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나는 우리의 강의실이 어떠한 완력도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절대 자유와 비판적 토론의 장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나는 파괴적 속도로 진행되는 대학 구조조정과 함께 두 학기째 텅 비어있는 의과대학 강의실을 보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 교육의 토대가 적어도 사회적 합의에 의해 지탱되기에 허망하게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수많은 격노를 듣는다. 잘못을 해도 반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격노의 전언과 지리한 핑계만이 허공에 흩어진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잘못을 하면 사과하고 다시는 그 일을 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존중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경계가 무너지며 공정의 최저선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고 듣는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공정을 신뢰하며 최선을 다해 성실한 삶을 꾸려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의 보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신뢰와 규범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규범을 지키는 것이 공동체 유지의 첩경이라 말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수많은 거짓을 목도한다. 거짓이 거짓에 이어지고, 이전의 거짓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진실을 담은 생각으로 정직하게 소통하자고 말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말의 타락을 보고 있다. 군림하는 말은 한없이 무례하며, 자기를 변명하는 말은 오히려 국어사전을 바꾸자고 고집을 부린다. 나는 더 이상 강의실에서 한 번 더 고민하여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말을 건네고 서로의 말에 경청하자고 말하지 못한다.

나는 하루하루 부끄러움을 쌓는다. 부끄러움은 굳은살이 되고, 감각은 무디어진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나는 하루하루 인간성을 상실한 절망을 보고 있고, 나 역시 그 절망을 닮아간다.

어느 시인은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하지만 그는 그 절망의 앞자락에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리라는 미약한 소망을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두었다.

나는 반성한다. 시민으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나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나는 취약한 사람이다. 부족하고 결여가 있는 사람이다. 당신 역시 취약한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는 취약하기 때문에, 함께 목소리를 낸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인류가 평화를 위해 함께 살아갈 지혜를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역사의 진실 앞에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모든 사람이 시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갖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서로의 생명과 안전을 배려하는 방법을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이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자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럼없이 표현할 권리를 천명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우리가 공부하는 대학을 신뢰와 배움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잘못을 사과하는 윤리를 쌓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신중히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정한 규칙을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서로를 믿으면서 우리 사회의 규칙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진실 앞에 겸허하며, 정직한 삶을 연습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존중과 신뢰의 말을 다시금 정련하고 싶다.

우리는 이제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며,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면서 만들어갈 우리의 삶이 어떠한 삶일지 토론한다.

우리는 이제 폐허 속에 부끄럽게 머물지 않고, 인간다움을 삶에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말과 현실을 발명하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낸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관심하며, 거짓으로 진실을 가리고,

무지와 무책임으로 제멋대로 돌진하는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2024.11.13.

경희대학교 ·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연구자

IP : 119.69.xxx.20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짝짝짝
    '24.11.13 3:23 PM (182.229.xxx.41)

    SKY도 조만간 참여하기를 바래봅니다

  • 2.
    '24.11.13 3:23 PM (58.140.xxx.20)

    김민전 봤니?

  • 3.
    '24.11.13 3:26 PM (222.104.xxx.99)

    감탄이 나오는 명문입니다. 역시 교수님들이시네요.

  • 4. ...
    '24.11.13 3:32 PM (211.39.xxx.147)

    김민전 봤니? 2222222222222222

  • 5. 오수0
    '24.11.13 3:52 PM (125.185.xxx.9)

    안그래도 시국선언 전문 보고 넘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다 나더라구요.

  • 6. 우리독도
    '24.11.13 3:53 PM (58.123.xxx.102)

    지금 나라 안팎으로 시국선언 엄청나네요. 힘냅시다!

  • 7. ..
    '24.11.13 4:09 PM (39.7.xxx.14)

    새삼 눈물이 터지네요.
    교수님들, 연구자분들 고맙습니다!

  • 8. 그게참
    '24.11.13 4:15 PM (122.43.xxx.66)

    가슴이 터질 듯한 그런 글이네요...고맙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게요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그리 특별하지도 장엄하지도 않은데..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사랑을 평화를 공존을 얘기하고픈 세상일진대.

  • 9. .....
    '24.11.13 4:25 PM (112.153.xxx.77)

    광장으로 바로 뛰쳐나가고 싶은 글입니다. 눈물납니다

  • 10.
    '24.11.13 4:37 PM (222.236.xxx.112)

    동창이 경희대 교수인데, 명단에 없네요. 으이구 ㅠ

  • 11. 지지합니다
    '24.11.13 6:52 PM (125.134.xxx.38)

    !!!!!!!!

  • 12. 시고 문학인
    '24.11.14 5:07 AM (174.254.xxx.172)

    선언문!
    문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명문이라 오랜만에 82 에
    글 쓸려고 왔는데 ㅎ 이미
    올려주셨네요.
    이런 글을 읽고나면
    서명하지 않을 수 없을 듯..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82894 홈플에 재료 뭐 주문 8 많이 2025/02/08 1,098
1682893 어르신용 낮은 매트리스 없을까요? 13 효녀심청 2025/02/08 996
1682892 새로산 침대매트리스 푹 꺼져서 허리가 아픈 잠못자겠어요 6 두달이 넘었.. 2025/02/08 1,173
1682891 티칭금지 8 바름 2025/02/08 1,133
1682890 수도 꼭지가 얼었어요 ㅠㅠ 어째야할지... 14 .... 2025/02/08 3,470
1682889 가방 같이 찾아주세요 11 ㅡㅡㅡ 2025/02/08 1,734
1682888 살이 빠져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갈까하는데 16 대학병원문의.. 2025/02/08 4,190
1682887 원주,사시는 분!원주 시장 어디가 구경할거 많나요? 1 원주 여행 2025/02/08 652
1682886 제사 2일전에 전, 나물해서 냉동 가능한가요? 4 2025/02/08 1,217
1682885 엄마가 애들에게 올인한 집 26 2025/02/08 15,489
1682884 캠프 간 아이가 걱정되어서요.. 79 2025/02/08 16,066
1682883 공장형 피부과에서 잡티 제거를 했는데요 5 ... 2025/02/08 4,891
1682882 제 외로움은 누가 채워주나요? 17 ㅇㅇ 2025/02/08 5,710
1682881 etf는 금융소득으로 잡히나요? 16 주식 2025/02/08 4,185
1682880 수면제 끊어 보신분 계신가요? 10 코자 2025/02/08 1,924
1682879 문정부 청와대 근무했던 윤건영의원 좀 보고 배우길. 25 ㅇㅇ 2025/02/08 6,020
1682878 대전에서도 반고흐 전시 한데요. 9 오페라덕후 2025/02/08 2,441
1682877 세상의 모든 음악 들으시는 분 계세요? 11 청취자 2025/02/08 2,115
1682876 조민 식품광고법 위반 무혐의 7 ㅇㅇ 2025/02/08 3,505
1682875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위임해서 임대차 계약할때요~ 10 어려운 부동.. 2025/02/08 902
1682874 윤 “상급자가 부당한지시하면 안따라야” 35 미친거니? 2025/02/08 6,422
1682873 점심 안먹는 습관 4 ... 2025/02/08 3,743
1682872 요양원 안가겠다는 시모 49 2025/02/08 20,118
1682871 친정엄마가 원어민 영어 수업을 시키자고 21 .. 2025/02/08 5,578
1682870 지금 반지 사면 안되겠죠? 4 에구 2025/02/08 3,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