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경희대 교수·연구자 226명 “윤석열 퇴진” 시국선언 [전문]

......... 조회수 : 1,467
작성일 : 2024-11-13 15:20:24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167176.html

 

 

인간의 존엄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즉각 퇴진하라!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나는 매일 뉴스로 전쟁과 죽음에 대해 보고 듣고 있다. 그리고 이제 내가 그 전쟁에 연루되려고 하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평화와 생명, 그리고 인류의 공존이라는 가치가 우리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할 가치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역사의 아픔이 부박한 정치적 계산으로 짓밟히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보편적 인권과 피해자의 권리를 위해 피 흘린 지난하면서도 존엄한 역사에 대한 경의를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여성과 노동자와 장애인과 외국인에 대한 박절한 혐오와 적대를 본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지금 우리 사회가 모든 시민이 동등한 권리를 가지는 사회라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이태원 참사 이후 첫 강의에서 출석을 부르다가, 대답 없는 이름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을지 알지 못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학생의 안녕을 예전처럼 즐거움과 기대를 섞어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안타까운 젊은 청년이 나라를 지키다가 목숨을 잃어도, 어떠한 부조리와 아집이 그를 죽음으로 몰아갔는지 알지 못한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군휴학을 앞두고 인사하러 온 학생에게 나라를 지켜줘서 고맙고 건강히 잘 다녀오라고 격려하지 못한다.

나는 대학교 졸업식장에서 졸업생이 검은 양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팔다리가 번쩍 들려 끌려나가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나는 우리의 강의실이 어떠한 완력도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절대 자유와 비판적 토론의 장이라고 말하지 못한다.

나는 파괴적 속도로 진행되는 대학 구조조정과 함께 두 학기째 텅 비어있는 의과대학 강의실을 보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지금 내가 몸담고 있는 대학 교육의 토대가 적어도 사회적 합의에 의해 지탱되기에 허망하게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수많은 격노를 듣는다. 잘못을 해도 반성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격노의 전언과 지리한 핑계만이 허공에 흩어진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잘못을 하면 사과하고 다시는 그 일을 하지 않도록 다짐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존중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경계가 무너지며 공정의 최저선이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고 듣는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공정을 신뢰하며 최선을 다해 성실한 삶을 꾸려가는 것이 인간다운 삶의 보람이라는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신뢰와 규범이 무너지는 것을 보고 있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을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규범을 지키는 것이 공동체 유지의 첩경이라 말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수많은 거짓을 목도한다. 거짓이 거짓에 이어지고, 이전의 거짓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더 이상 나는 강의실에서 진실을 담은 생각으로 정직하게 소통하자고 말하지 못한다.

나는 매일 말의 타락을 보고 있다. 군림하는 말은 한없이 무례하며, 자기를 변명하는 말은 오히려 국어사전을 바꾸자고 고집을 부린다. 나는 더 이상 강의실에서 한 번 더 고민하여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말을 건네고 서로의 말에 경청하자고 말하지 못한다.

나는 하루하루 부끄러움을 쌓는다. 부끄러움은 굳은살이 되고, 감각은 무디어진다.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나는 하루하루 인간성을 상실한 절망을 보고 있고, 나 역시 그 절망을 닮아간다.

어느 시인은 “절망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하지만 그는 그 절망의 앞자락에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 / 구원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리라는 미약한 소망을 깨알 같은 글씨로 적어두었다.

나는 반성한다. 시민으로서, 그리고 교육자로서 나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나는 취약한 사람이다. 부족하고 결여가 있는 사람이다. 당신 역시 취약한 사람이다.

하지만 우리는 취약하기 때문에, 함께 목소리를 낸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인류가 평화를 위해 함께 살아갈 지혜를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역사의 진실 앞에 올바른 삶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모든 사람이 시민으로서 정당한 권리를 갖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서로의 생명과 안전을 배려하는 방법을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공동체를 위해 헌신하는 이를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자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럼없이 표현할 권리를 천명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우리가 공부하는 대학을 신뢰와 배움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선택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잘못을 사과하는 윤리를 쌓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신중히 동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정한 규칙을 찾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서로를 믿으면서 우리 사회의 규칙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진실 앞에 겸허하며, 정직한 삶을 연습하고 싶다.

나는 당신과 함께 다시 존중과 신뢰의 말을 다시금 정련하고 싶다.

우리는 이제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현실을 외면하지 않으며,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면서 만들어갈 우리의 삶이 어떠한 삶일지 토론한다.

우리는 이제 폐허 속에 부끄럽게 머물지 않고, 인간다움을 삶에서 회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우리는 이제 새로운 말과 현실을 발명하기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낸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무관심하며, 거짓으로 진실을 가리고,

무지와 무책임으로 제멋대로 돌진하는 윤석열은 즉각 퇴진하라!

2024.11.13.

경희대학교 · 경희사이버대학교 교수-연구자

IP : 119.69.xxx.20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짝짝짝
    '24.11.13 3:23 PM (182.229.xxx.41)

    SKY도 조만간 참여하기를 바래봅니다

  • 2.
    '24.11.13 3:23 PM (58.140.xxx.20)

    김민전 봤니?

  • 3.
    '24.11.13 3:26 PM (222.104.xxx.99)

    감탄이 나오는 명문입니다. 역시 교수님들이시네요.

  • 4. ...
    '24.11.13 3:32 PM (211.39.xxx.147)

    김민전 봤니? 2222222222222222

  • 5. 오수0
    '24.11.13 3:52 PM (125.185.xxx.9)

    안그래도 시국선언 전문 보고 넘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다 나더라구요.

  • 6. 우리독도
    '24.11.13 3:53 PM (58.123.xxx.102)

    지금 나라 안팎으로 시국선언 엄청나네요. 힘냅시다!

  • 7. ..
    '24.11.13 4:09 PM (39.7.xxx.14)

    새삼 눈물이 터지네요.
    교수님들, 연구자분들 고맙습니다!

  • 8. 그게참
    '24.11.13 4:15 PM (122.43.xxx.66)

    가슴이 터질 듯한 그런 글이네요...고맙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게요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그리 특별하지도 장엄하지도 않은데..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사랑을 평화를 공존을 얘기하고픈 세상일진대.

  • 9. .....
    '24.11.13 4:25 PM (112.153.xxx.77)

    광장으로 바로 뛰쳐나가고 싶은 글입니다. 눈물납니다

  • 10.
    '24.11.13 4:37 PM (222.236.xxx.112)

    동창이 경희대 교수인데, 명단에 없네요. 으이구 ㅠ

  • 11. 지지합니다
    '24.11.13 6:52 PM (125.134.xxx.38)

    !!!!!!!!

  • 12. 시고 문학인
    '24.11.14 5:07 AM (174.254.xxx.172)

    선언문!
    문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명문이라 오랜만에 82 에
    글 쓸려고 왔는데 ㅎ 이미
    올려주셨네요.
    이런 글을 읽고나면
    서명하지 않을 수 없을 듯..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57669 급해요(카톡을 이메일로전송)~please 9 탄핵 2024/12/18 1,227
1657668 윤정부 우크라이나에 21억 달러짜리의 차관을 지원 (대략 3조원.. 2 와,,,, .. 2024/12/18 2,085
1657667 변정수 아이크림 써보신 분..리얼 후기알려주세요 1 궁금해 2024/12/18 1,470
1657666 시위 정보 알려드립니다(내란당 해체) 1 ... 2024/12/18 1,494
1657665 내란은 사형 1 1984 2024/12/18 862
1657664 아무리 오래 걸어도 발 안아픈 운동화 추천해주세요 27 운동화 2024/12/18 4,354
1657663 계엄군에 맞아 머리깨져 뇌가 흘러나오고 9 .. 2024/12/18 4,028
1657662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16 2024/12/18 4,159
1657661 제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대통령감 31 이리네 2024/12/18 3,840
1657660 김어준과 유시민 25 .... 2024/12/18 5,721
1657659 오늘 윤석열 생일이래요 43 ㅇㅇ 2024/12/18 6,033
1657658 헌재에서 이상한 판결내면 이건 전세계에서 욕을 하게 됨 20 내란수괴거니.. 2024/12/18 4,522
1657657 이시간에 마라탕? 2 답답 2024/12/18 1,005
1657656 옛날에도 여자친구, 남자친구 둘이서 해외여행 많이 갔나요? 18 ........ 2024/12/18 5,299
1657655 꿈을 크게 가지면 이뤄져요 4 2024/12/18 3,071
1657654 공수처 검찰 법원.... 죄다 수사하는 척 수사 안함. 3 ........ 2024/12/18 2,244
1657653 남편이 죽으면 집은 누구것이되나요? 29 arbor 2024/12/18 13,328
1657652 영양제 꼭 1개만 먹는다면 뭘 선택하시나요. 16 .. 2024/12/18 4,311
1657651 김상욱 의원! 이렇게 훌륭한데 왜 국힘을 간거야... 25 와우 2024/12/18 5,886
1657650 넷플에 화려한휴가 있길래 봤는데 3 ㅇㅇ 2024/12/18 2,468
1657649 경제부총리가 받은 尹 쪽지 “계엄 관련 예비비 확보” 1 ZZ 2024/12/18 3,322
1657648 (탄핵인용기원) 전두환과 노태우를 살려두질 말았어야 해요 10 사형 가자 2024/12/18 1,554
1657647 김상욱 의원 물건이네요 17 평화로운 2024/12/18 7,071
1657646 돈벌기 더럽게 힘드네요 ㅠㅠ 6 .. 2024/12/18 7,012
1657645 지가 육사출신이였으면 쿠테타를 일으켰을거라고 15 ........ 2024/12/18 4,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