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요 좀 지능이 떨어져요.
그래서 동네 아줌마들한테서 늘 무시를 받았어요.
한 동네에 있으니 얘기는 하지만 조금 말해보면 지능이 떨어진다는 걸 알거든요.
그러니까 무시하고 또 답답하기도 하니까 그랬겠죠.
심지어는 동네 아줌마에게 사기도 당했어요.
사기치기 얼마나 쉬웠겠어요. 돈 한푼 안 버는 엄마가 그것 때문에 죽일 X이 되어서
친정으로 도망친 적도 있고요. 안 그럼 아버지 손에 무슨 사단이 났을 테니까요.
그러니 딸인 저도 같이 무시를 받고 어떤 때는 나댄다고 욕도 먹었어요.
뒷소리, 험담도 들었구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안 할수가 없었어요.
왜냐면 저는 우리 엄마같이 모자라는 사람이 아니었던 거에요.
그리고 우리 엄마는 어른이 해야 할 일을 저를 잘 내세웠어요.
자기가 잘하지 못하는 건 아니까 저를 내세웠던 건데 저는 그 자리가 애가 낄 자리인지 뭔지
모르고 하라면 하는대로 했다가 어른들이 보기에는 제가 애같지 않게 나대는 것 같이 보였겠죠.
이런 가정사가 있는 애는 학교에서도 별로 챙김 받지 못해요.
선생들도 돈 많이 내는 학부형이 있는 애 챙기지 저같은 애는 그냥 관심 밖이죠.
그래서 별로 학교에서 존재감 없고 자신감도 없고 친구도 없고 뭐 거의 없고, 없고를
장착하고 있던 애였던 것 같아요.
과외도 못하고 학교에 엄마도 오는 일도 없고 그러니 그닥 자신감도 없고 그저 키만 큰 애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에서야 저를 보니까 저는 꽤 머리도 좋고 괜찮은 애였던 거에요.
대학도 아주 좋은데로 갔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대학교육은 제게 참 많은 걸 주었어요.
처음에 대학에 와서는 제게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잘 몰랐어요.
하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조금씩 내가 어떤 부족한 부분이 있고 어떤 아이들이 부럽고
어떤 성격이 좋아보이고 하는 것들이 보이더라구요.
좋은 대학이라 주변에는 어떤 측면에서건 좋은 사람, 수준 높은 사람들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보고 듣고 경험하는 게 내가 고등학교까지와 집에서만 듣고 배운 거랑은 너무나 다른
세상이었거든요.
그 이후로 내게 부족한 그런 점들을 의식하면서 살아왔어요.
좋은 부모를 갖지는 못했지만 그런 가정에서 큰 친구들이 보이는 모습들도 생각하고
좀 더 나은 나로 만들려고 노력을 꽤 했고 요즘은 그렇게 살아온 저는 저라는 사람이
맘에 들고 좋아요.
교양이 없지도 않구요 나이 들었지만 어디서든 대화에 막힘없이 끼어들
지식 내지 자신 있고 외국어도 꽤 하고 자신만의 잘 하는 것도 하나쯤 있고 그래요.
그래서 지금은 그렇다고 나서지도 않습니다만
어린 시절의 저처럼 그렇게 자신감 없지도 않고 얼굴이나 몸은 나이 들었어도
입을 열면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남들도 알만한 사람은 알지 않을까 싶어요.
부자는 아니지만 오늘 말고 내일이 더 기대되는 하루도 감사하고
나이들수록 인생 일희일비 하지 말자라는 생각을 갖게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