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말도 안되는 불안에 휩싸여 사는 사람입니다.
논리적으로 근거 없는 불안.
그리고 항상 과하게 죄의식을 갖고 뭔가 되게 큰 잘못을 한 사람인것마냥 제가 스스로 생각하고 살아요 (실제로 오히려 보통보다 더 높은 도덕성을 갖고 있어요)
이 글 쓰려고 일부러 컴퓨터 앞에 앉았어요
제가 이런 말도 안되는 불안에 확 휩싸일때
솔직히 가족 엄마아빠 그 누구도 진짜 안정감을 주지 못해요
근데 하필이면 제가..
어릴떄 엄마가 장사를 하셨는데 제가 태어나자마자 그 당시 70대셨던 엄마의 시할머니
저한테는 증조할머니.. 가 저희 집에서 같이 사셨어요
저를 돌봐준다는건 표면상 핑계였고 증조할머니가 그 당시 며느리였던 저희 엄마의 시어머니랑
사이가 안 좋아서 피신 차 저희랑 같이 산거였어요
정리하자면
제 증조할머니 <사이 나쁨-> 제 할머니
저희 엄마 <-사이나쁨->제 할머니
증조할머니 <-사이나쁘진 않지만 약간 시집살이 시킴-> 저희 엄마
뭐 이런 역학관계가 있었는데
또 증조할머니는 이상하게 저를 너무 끔찍히 사랑해줬대요
아직도 할머니가 그 거친 손으로 저를 쓰다듬던게 생각이 다 나고
저희 엄마 손길은 하나도 기억이 안나는데
사람의 품이나 손길 냄새는 전부 증조할머니 꺼에요
그러던 증조할머니가 제가 10살 되던 무렵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제가 엄청 울었던 기억이 나요
근데 저희 엄마가 시집식구들하고 감정이 안 좋으니
증조할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한번도 저랑 그 감정을 나누거나 위로해준적이 없어요
오히려 증조할머니한테 시집살이 당했던 이야기를 해서
제가 증조할머니를 의지했던 마음을 그 어린 나이에 삭제하듯 지워버렸던 기억이 나요
근데 나이가 아무리 먹어도
내 마음 속에 엄마의 그 스킨십이나 애착은 다 증조할머니가 해준것만 기억이 나고
제가 이유없는 불안이 어른되서도 밀려올때 세상 어떤 것도 저를 안정시켜주지 못해요
어설프게 증조할머니를 떠올리면 이상하게 마음이 안정되는데
증조할머니가 저를 사랑했다는 증거가 뭔가 확실하지 않은것 같다 해야 하나
뭔가 극도로 애착이 불안한거 같아요
근원적인 불안이 있는 저 같은 사람은 어떻게 접근해야 이 심리적인 문제를 치유할 수 있을까요?
방법을 모르겠어요
불안할때마다 증조할머니를 생각하며 위안을 삼는게 좋은지
평생 뭔가 내 진짜 엄마가 어딨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어요
이 이상한 감정이 오늘따라 너무 훅 올라와서 주절주절 이렇게 글을 씁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