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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남의 말 하는 사람이 이렇게까지 하찮아 보일줄 몰랐어요

조회수 : 2,700
작성일 : 2024-11-09 14:08:26

이 또한 잘난척일수 있겠습니다만,

제가 가진 몇 안되는 장점 중의 하나가 남의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빨간머리 앤이 그러잖아요. 사람들은 남의 좋은 이야기는 절대 말하지 않고 나쁜 이야기만을 전달한다고요.

그래서 남말이란 으례 실제와는 무관한 나쁜 말이기가 쉽더라고요.

 

올해들어 어쩌다보니 한 사무실을 쓰게 된 분이, 

가끔 사람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언행을 하셨어요. 도대체 이분이 나한테 왜 이러지? 이런 말을 왜 하지? 싶은. 늘 그러는 게 아니라 제 입장에서는 한번씩, 뜬금없다 싶은 약간 레코드 판이 툭 튄다 싶은 그런 말들 있잖아요. 

 

이 또한 잘난척이지만, 저는 남을 높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제 마음이 편하기 위해 웬만하면 남의 언행의 바탕을 선의일 거라 생각하는 편이고,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제가 간섭할 수 있는 건 아니므로 그냥 깊이 생각하지 않고 넘겼어요. 오래봐야하는 분도 아니고, 그냥 시절인연인 건데 웬만하면 좋게좋게 지나가지 뭘 이러쿵 저러쿵 싸우고 드나 싶어서 그냥 내버려뒀어요. 뭘 어쩌겠어요, 남의 언행을. 원체 제가 전투력이 약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이제와서 그분이 그러네요. 

저에 관해 들은 말이 있다고요. 그런데 내가 너를 겪어보니 들었던 말들이 다 깎여내려가고 있다, 니가 내가 처음 생각했던거보다 훨씬 좋은 사람인거 같다.

 

 

이 말이 칭찬입니까? 뭐 글쵸. 알고보니 니가 좋은 사람이구나, 하는 말이니 칭찬이죠. 

네네, 저는 그냥 네네, 하고 말긴 했는데요. 

 

제가 그분에 대해 가지고 있던 좋은 이미지가 박살나는 건 한순간이네요. 

 

제가 지금 그분을 흉보거나(물론 흉보는 거 맞지요 마는)하는 게 아니라.

제가 그 순간에 느꼈던 감정은, 와, 사람이 이렇게까지 하찮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었어요. 

그분의 순간순간 튀어나오던 맥락상 도저히 이해되지 않던 어떤 언행들의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고, 그렇게 완성된 퍼즐을 펼쳐놓고 보니, 와, 너는 내가 생각했던거보다 훨씬 하찮은(나쁜이 아닙니다.) 인간이었구나, 하는 거였어요. 저는 사실 그분의 연세, 경력 등등을 생각해 높여 생각했고, 그분에 대한 저의 판단 자체가 높았기에 그분이 제게 하는 그 무맥락의 비난의 이유를 제게 뒀었거든요. 이유가 있으니 그러겠거니. 했어요. 그런데 그게 말이죠, 저를 알지도 못하는 겪어본 적도 없는 사람이 전해전해 듣고 해 준 이야기에 이유가 있었다니. 

 

또 한번 새삼스레 또 한번 느끼게 됩니다. 

남 말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 남말을 하는 사람은 정말 하찮아 보이는구나. 

 

명심보감에 그런 말이 나오죠. 

疑人莫用用人勿疑 사람이 의심스럽거든 쓰지 말고, 일단 사람을 쓰면 의심하지 말라

 

그분은 나름의 칭찬으로 좋은 의도로 그런 말을 하신 건 압니다. 뭐, 그 나쁜 선입견을 다 깨부술만큼 제가 좋은 사람이었다는 뜻도 되지 않겠어요? 저는 딱 그만큼만 받아들입니다. 그분에게 누가 무슨 말을 했는지 궁금하지도 않고요. 다만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을 거라면 저와 한 사무실을 쓰지 마셨어야죠. 여의치않아 한 사무실을 쓰게 되었다면 그런 선입견에서 나온 무맥락의 나쁜 언행은 스스로 안하셨어야 맞고요. 환갑이 다 된 양반이 뭐하는 겁니까. 나잇값 못한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뭐, 그분 흉을 보고 있지만, 

결국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남 말 하지 말아야겠다는 강렬한 깨달음을 다시한번 얻었다는 거예요. 

그게 남에게 나쁜 짓이어서가 아니라, 나를 정말 하찮아보이게 만드는 행동이더라고요. 

IP : 58.231.xxx.46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아..
    '24.11.9 2:13 PM (223.38.xxx.250)

    뭔 소린지 백퍼 알아듣겠어요 ㅋㅋ

  • 2. 명심보감의그말
    '24.11.9 2:16 PM (118.218.xxx.85)

    그말때문에 지금의 우리가 윤석렬이라는 인물과 만난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문통께서 윤석렬을 데려올때 뒷조사는 일체 하지말라고 시켰다네요
    기왕 쓰기로 한 인물 믿어보자하는 마음이셨겠죠.
    하지만 사람마음이 다 내맘같지 않아서 이렇게 큰 일이...
    옛말은 맞는것도 틀리는 것도 있다고 생각합니다,시대가 달라졌으니...

  • 3.
    '24.11.9 2:20 PM (114.206.xxx.139)

    자기 얘기든 남의 말이든
    사람이 말이 많으면 그 자체로 참 하찮아 보여요.
    말의 내용이 어떠하든간에
    입은 정 필요할 때 말고는 안 여는 편이 좋겠다는 걸 매 순간 느낍니다.
    말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해요.
    듣고 건질 거 없는 얘기를 무한반복, 그 와중에 실수도 많고 탈도 많고요.
    조용하던 사람이 한마디 던지는 말이 오히려 보석같은 경우가 더 많더라고요.

  • 4. 명심보감의그말 님
    '24.11.9 2:26 PM (125.129.xxx.117)

    문재인이라는 사람은 본인이 맘대로 즉흥적으로 선택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시스템을 굉장히 중요시 하는 분이 였고 밑에서 올라온 윤석열이란 사람을 안쓰실 이유가 없었던거고요
    선택했으니 믿어 보자는것이였고요
    그땐 윤석열 올려치기한 사람들중 이재명이라는 인간도 있잖아요

  • 5. ㅇㅇ
    '24.11.9 2:26 PM (112.155.xxx.90)

    전 원글님글에서 중요한 점은 남말안해야 되겠다기 보다, 스스로 보는 눈도 판단능력도 인간에 대한 이해도 예의도 없어서 뒷담화에 근거해 함부로 사람을 판단하는 어리석은 인간이 되지말자는 교훈이지 아닐까 싶어요. 원글의 등장인물은 그 교훈을 주는 사람인거구요^^
    남말이야 좀 할수도 있는 거 아닐까요?;;

  • 6. 아이러니하게
    '24.11.9 2:35 PM (118.235.xxx.31) - 삭제된댓글

    이 글도 뒷담화

  • 7. 오뚜기
    '24.11.9 2:36 PM (210.94.xxx.219)

    하찮아보인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윗 댓글님 글도 좋네요.
    함부로 판단하는 어리석은 인간이 되지말자.
    스스로 보는 눈을 기르자.
    에휴...인간다운 인간되기 힘드네요

  • 8.
    '24.11.9 2:39 PM (58.231.xxx.46) - 삭제된댓글

    ㅇㅇ 님, 남말이야 좀 할 수도 있죠.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도, 남말을 전혀 안하니, 라고 묻는다면 음... 하고 생각해 보게 되거든요. 저는 제 이야기는 조잘조잘 잘 하는 편이어서, 제게 있었던 이야기를 하는 과정에 그 이야기의 등장인물인 '남'의 이야기를 하게 되죠. 이것을 남말로 볼 것이냐 내이야기로 볼 것이냐는 시각에 따른 차이가 있지 않겠어요. 저야 제 이야기지만 누군가는 저한테 걔 남말 많이 해. 할 수도 있죠.

    다만 제가 말하는 그분은, ㅎㅎㅎ 그분과 제가 접점이 전혀 없거든요. 그래서 그분 주변의 분들과 제가 다이렉트로 연결되어 있는 분이 없어요. 그분 주변의 누군가가 자기 이야기를 하는 중에 그 등장인물로서의 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거죠. 그러면 그분에게 제 이야기를 했다는 사람 또한 누군가에게 저의 이야기를 건너건너 듣고 이런저런 자신의 판단을 거쳐 이야기를 했다는 건데, 뭐 거기까지도 인정이요. 그럴수도 있겠죠.
    같은 사무실을 쓸 수도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가하는 걸 알아볼 수도 있잖아요, 저라면 안그러겠지만, 제가 정답은 아니니까요. 거기까지도 이해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건너건너 들은 이야기속 제가 그렇게 이상한 사람이었다면 사무실을 같이 쓰는 일을 막았어야죠. 정말 어쩔수 없이 피치 못하게 사무실을 쓰게 되었다면, 제게 그런 무맥락의 언행은 하지 말으셨어야했고요.

    본인은 아마도 지난 1년여간의 그 무맥락의 언행들에 대한 핑계 겸, 나름대로는 칭찬이라 생각해서 한 말 같은데, 아... 진짜 하찮아요, 인간이. 내가 이런 하찮은 인간 때문에 내 행동을 그리도 복기하고 있었나 싶은게, 에혀.

  • 9.
    '24.11.9 2:43 PM (58.231.xxx.46) - 삭제된댓글

    아이러니하게 님, 이 글 뒷담화인 거 인정입니다. 제가 본문에 계속 썼듯, 제가 그분 흉보는 거 맞아요.

    제가 남말을 하지 않게 되기까지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이 82를 비롯한 커뮤니티예요.
    여기서 하는 뒷담화는 실체가 없는 뒷담화여서, 배 지나간 강물처럼 흔적이 남지 않죠.
    저는 여기서 뒷담화를 실컷하기에 오프에서는 뒷담화 안할 수 있어요.
    보세요, 제 말 듣고 어머 내 옆에 누가 이런 사람이었구나! 할 사람 없잖아요. ㅎㅎ

    오프라인에서 서로서로 연결된 인간관계에서 하는 뒷담화는 보세요, 저처럼 무맥락의 피해를 입는 무고한 희생자를 낳잖아요...;;;

  • 10.
    '24.11.9 2:45 PM (118.235.xxx.123) - 삭제된댓글

    본문까지만 하시지

    과도한 계몽주의네요

  • 11.
    '24.11.9 2:47 PM (58.231.xxx.46)

    그러게요. ㅎㅎㅎ 부끄러워 댓글 지워용~

  • 12. 이글도
    '24.11.9 3:08 PM (183.100.xxx.39)

    뒤담화 즉 남 말하는거네요
    참 길게 정성스레 쓰셨네요
    남 말 하는건 역시 잼 있죠?

  • 13. ㅇㅂㅇ
    '24.11.9 4:29 PM (182.215.xxx.32)

    스스로 보는 눈도 판단능력도 인간에 대한 이해도 예의도 없어서 뒷담화에 근거해 함부로 사람을 판단하는 어리석은 인간이 되지말자는 교훈이지 아닐까 222

  • 14. ...
    '24.11.9 4:30 PM (112.133.xxx.125)

    뒤담화 즉 남 말하는거네요
    참 길게 정성스레 쓰셨네요
    남 말 하는건 역시 잼 있죠?
    ㅡㅡ
    이런 배배 꼬인 꽈배기는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 15. 평판
    '24.11.9 4:33 PM (106.101.xxx.221) - 삭제된댓글

    평판을 믿지않고 스스로가 판단하자해서
    만나보면 왜 평판이라는게 있는지
    알게됐어요....
    남말을 어찌 안하고 살아요
    세상사가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서사인데요
    처음부터 남의말만 한다던가 흉을 주구장창
    보는 사람을 조심하자가 제가 가진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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