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여행다녀와 느낀점, 혼자 주절거림...

주절주절 조회수 : 4,908
작성일 : 2024-11-02 23:39:14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계획을 세우기 싫어하는 대문자 P

낼모레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 3~40대 이나라 저나라 총 10년정도의 해외생활을 했고, 

국제이사, 해외이사도 많이 해봤지만 딱히 요령도 없고 그저 생계형 해외살이.

먹고살기 바쁘고, 모아둔 돈은 한국오가며 다 써버리면 없었고,

늦은 귀국, 남들보다 집도 늦게 사놓고, 또 산 그가격에 팔아버린 모지리 늦깍이 부린이 부부.

애둘 낳아 외벌이로 산지 10년, 누군가에겐 선망이지만 나에겐 지긋했던 해외살이.

공항근처도 가기싫어서 아이들 데리고 해외여행은 주재원 (그나마 코로나로 리턴)말고 한적이 없었다. 마흔넘어 아이둘 키우니 기력은 항상 딸리고, 아이들은 항상 에너지가 넘치고..

다행이 둘다 머리는 좋은편인거 같은데 이상하게 공부에 집착없는 엄마 덕에

둘다 학원을 안다니고 집에서 책보고 음악듣고 팽팽 놀면서 성적은 학교현행만 한다.

(친구들이 너랑 몸을 바꾸고 싶다고 했다면서 신나서 자랑)

둘다 교우관계가 좋고 성격이 해맑다. 엄마가 항상 옆에서 같이 지지고 볶아줘서 그런가.

아니면 그냥 그렇게 태어난걸까. 모난거 없고 친구들에게 인기많은 애들이다.

 

얼마 전에 기회가 되어 여행을 다녀왔다. 

아이들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자, 다양한 인종과 문화를 보여주자 그런 의도는 없었고

그냥 나자신 포함 우리 부부에게 리프레시가 필요했다. 

지금은 전업주부지만, 나도 한때는 일욕심 많아서 밤새 일하고 내 사업까지 꾸리던 여자였고,

남편은 가진거없지만 긍정마인드 하나로 대기업 임원까지 되었다. 

우리는 둘다 명문대도 아니고, 시대를 잘 타고난편도 아니고 IMF 직격타를 맞아 풍비박산 난

집안에서 자란 경험이 있다. 형편 때문에 성적보다 하향해서 지방국립대를 갈수밖에 없었고 남편도 거기서 만났다. 돌아보니, 살면서 학벌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건 고 3때 말고는 없었다. 

어떤 대학을 가지? 미래에 나는 뭘하지? 어떤직업을 가져야 되는거지? 그러다 대학을 갔고, 대학생활도 회사생활도 그냥 내 성격대로 잘가다 엎어지다 뒤집어지다 뭐 그렇게 살아온거 갔다. 

사회에 나가서는 소처럼 일만 열심히 했다.  이렇게 일하면 언젠가 승진시켜주겠지.. 그냥 하루하루 사회의 톱니바퀴처럼.. 나중에 퇴사하며 돌아보니, 내가 그동안 이 회사에서 받은돈보다 회사에 벌어다준 돈이 백배이상 되지 않을까 싶었다. 누굴 위한 희생이었나. 누굴 위해 뼈를 갈며 일했는가...

남편은 좀 느즈막히 진로를 바꾸고 경력을 좀 무식하게 쌓아갔다. 

영어도 못하면서 해외를 가서 일을 하고 꾸준히 프로젝트를 빌드업해갔다.  들어가고 싶은 회사가 있으면 비행기 타고 가서 면접도 보러가고, 맨땅에 헤딩을 해가면서 이력서와 면접이 달인이 된 남편은 그렇게 중소기업에서 시작해서 대기업 계약직으로 들어가고 이직하면서 정직원이 되고, 또 이직해서 다니며 지금은 임원이 된지 얼마 안되었다. 남편은 내가봐도 참 성실하다. 인정욕구도 강한편이다. 

 

나는 첫째아이가 아프면서 일을 쉬게되고, 둘째가 생겨서 또 같이 키우다가 10년을 넘게 경단으로 살고 있다. 지금은 이런 생활이 익숙해졌다. 

해외에서 머물며 살면서 보고 느끼고 배운것들이 내 기억과 몸에 차곡차곡 남아있는건지 나는 뭔지 모를 근자감이 있다. 리스크 관리와 위기 극복 년차도 좀 있어서 차분하게 잘 헤쳐나가는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여행을 하면서 첫째 아이가 문득 이런 말을 했다. 엄마는 내 친구들 엄마들과 좀 다른거 같다고.. 뭐라 설명할수 없는데 그냥 엄마랑 말하다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걱정이 없어지는 기분이라고.. 그게 무슨말인지 나는 잘 알았다. 우리 친정 엄마에게 내가 자라면서 많이 들었던 말들.. 걱정하지마 다 잘될거야. 넌 잘 될수밖에 없어. 넌 최고야. 너밖에 안보여. 항상 잘하고 있어. 잘했네. 잘했어 잘했어. 넌 엄마보다 똑똑하니까 더 잘할거야. 어쩔땐 엄마에게 그런말을 듣고 안심하고 싶어서 더 대화를 하고 주절주절 말했던거 같다. (참고로 이혼가정이다.) 지금까지도 친정엄마와의 관계는 좋은 편이다. 

아이는 모든 고민을 나에게 털어놓고 기분이 편안해지고 표정이 밝아지는게 보인다. 

그냥 옆에 있어주는게 그거면 되는건가? 공부는 네가 진작에 좋아하고 흥미가 있으면 스스로 하겠지. 그래서 공부많이 해야 하는 직업을 가지는 방향으로 니 인생이 흘러가겠지. 좀 더 안전하고 안정되게 살겠지. 내가 아이에게 바라는게 이런건 아니다.  그냥 자신감, 자신을 믿는것, 미리 대처하는 능력, 스스로 책임지는 자연스러운 마음 같은거다. 

 

미래의 직업은 AI나 고도기술로 많은것이 발전되어 대체될 것이다. 

꼭 전문직이어야 할 필요도 없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나이 많은 엄마이지만 나름 새로운 기술과 신문물, 트렌드에 관심이 많은 엄마이다. (직업적 영향이 있다.)

여행가서 명문공대 근처에 며칠 머물게 된적이 있다. 학생들이 저마다 국적이 다르고 딱 봐도 똑똑해보이는 아이들이 기숙사에 지내면서 장을 보러 나오면 마트에서 자주 마주쳤다. 

일단 그 아이들은 먹거리에 굉장히 신경쓴다고 보여졌다. 우유코너는 거의 팔리지 않고 두유나 건강식품류, 슈퍼푸드, 글루텐프리 곡물빵, 고기보다 생선위주가 빨리 솔드아웃 되는걸 보고, 아는만큼 보이는건가? 고작 20살 남짓 아이들이 이렇게나 건강을 생각한다고??? 좀 놀라왔다. 

그리고 며칠은 서민동네에서 머물렀다. (무슨동네인지 모르고 공연때문에 연식이 있지만 동선 편한곳을 골랐다.) 일단 식당은 자극적인 음식들이 많이 보였고, 마트에도 탄산음료나 술 고기, 통조림, 이런코너가 빨리 팔려나갔다.  덕분에 건강에는 별로지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먹었다. 

그리고 이런게 미래를 단면적으로 보여주는거구나. 사는곳도, 소득도 씀씀이도, 먹거리도 양극화되고 한편으로 삶의 방향도 양극화 되어간다. 

미국인들은 안전한 곳으로 이사를 하고, 젋은 일본인은 시급 많은나라로 일하러 떠나고, 중국인들은 생계를 위해 목숨걸고 미국으로 밀입국 하기도 한다. 각자의 나라에서 사회경제적 염증을 느끼고 떠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그 안에서 매일 헛발질하고 엉뚱한 공급을 하며 일하는 각 정부와 정치인들.. 대부분이 엘리트 출신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꼭 태어난 나라에서 살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조국의 개념은 희미해지고 개인이 더더욱 중요해진다. 서민도 부자도 각자의 인생을 살 뿐 서로에 대해 잘 모른다. 특히 부자들은 겪어보지 못한 하층민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 안전한 무균상태로 태어나 고급 교육을 받고 상류층의 삶을 살다가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으로 산다. 그

앞으로 가난한집안 출신이 정치를 할수 있을까? 엘리트들은 점점 더 사회 계층을 들여다보기보다 자기 만족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가난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알아야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런 미래라면 아이들에게 꼭 좋은 대학을 가서 복지 좋은 큰회사를 들어가 평생 뼈를 갈아넣으며 살아가라고 아이에게 강요할수 있나? 싶다.. 또 누구를 위해 희생하며 살아야 그나마 편안하게 사는거라고 계획표를 짜주는게 맞는걸까... 평범한 엄마인척 살고 있지만 난 이렇게 괴짜적 생각을 하며 조용히 사는 엄마다. 요즘 엄마들과 좀 동떨어진 생각.. 그렇다고 물려줄 재산이 많지도 않다. 우리노후 먹고 살기도 바쁠거 같다. 

그런데 그냥 아이들이 어디서든 인종망라하고 사람을 대하는 능력이 출중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막연히 배려가 아니라 얻을건 얻고 버릴건 버리고, 본인의 행복을 온전히 누릴수 있는 사람을 되면 좋겠다. 본인의 마음을 잘 느끼는 사람이 되면 좋겠다. 참 이상한 소리일수도 있지만, 너희가 공부도 하고싶으면 스스로 절실해져서 하겠지 서른넘어 갑자기 진로바꾼 너희 아빠도 있는데.. 내가 로드맵을 짜준다고 너희가 그렇게 살겠니.  

 

 

IP : 122.35.xxx.223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24.11.2 11:47 PM (221.140.xxx.254) - 삭제된댓글

    네 뭐 근데
    정치댓글 엄청 달릴 포인트가 보이네요

  • 2. ㅇㅇ
    '24.11.2 11:52 PM (24.12.xxx.205) - 삭제된댓글

    우유와 고기는 이미 다 팔려서 다시 채워넣었다에 한표.

  • 3. ㅇㅇ
    '24.11.2 11:54 PM (24.12.xxx.205) - 삭제된댓글

    우유와 고기는 이미 다 팔려서 다시 채워넣었다에 한표.
    생선에 수은, 미세플라스틱이 많아서 조심하는 사람들이 많음.

  • 4. ㅇㅇ
    '24.11.2 11:55 PM (24.12.xxx.205)

    우유와 고기는 이미 다 팔려서 다시 채워넣었다에 한표.
    생선은 수은, 미세플라스틱 문제로 조심하는 사람들이 많음.

  • 5. ...
    '24.11.3 12:31 AM (121.137.xxx.107)

    엄마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니, 아이들도 정말 잘 성장할 것 같아요.
    아이들은 유년시절을 외국에서 보내고, 지금은 초등학생인거죠? 어린시절의 그 기억이 자양분이 되서 세계로 나가도 겁먹지 않는 글로벌 인재가 될거예요. 저 역시 젊은 시절에 외국서 n년간 살았는데, 그것 덕분에 자신감이 약간 늘었어요. 어디 가서든 잘살겠다 하는 자신감이요. 저 역시 제 아이가 사회성이 좋으면서도 자신의 행복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 되길 바래요. 그게 행복의 열쇠인 것 같아서요. 저 역시 로드맵 짜면서 아이를 계획하에 교육시킬 생각도 없고요. 그저 아이 스스로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뭔가를 하고 싶다는 욕구를 키워나가게 하고 싶어요. 그리고 저 역시 아이가 어릴때 한 2년정도 해외생활을 하고 싶단 생각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아직 정체성이 확고해지지 않은 초등학교 1~3학년까지 영어권 국가에 가고 싶어요. (남편만 허락한다면..) 그래서 아이에게 새로운 세상이 있는데 겁먹을 거 없다는거 알려주고 싶어요. 원글님이 저보다 인생 선배님이신데, 지금 가시는 길을 저도 가려고 합니다. ^^

  • 6. rollipop
    '24.11.3 12:43 AM (222.234.xxx.210)

    여행 다녀온 것과 글 내용간의 연관성이? 삼천포 대박인데요? 죄송해요. 제가 T여서 이해를 못해요....

  • 7. 공감합니다
    '24.11.3 12:48 AM (112.161.xxx.138)

    저도 서구권에서 꽤나 오래 살았는데 (살게 된 이유는 전혀 다르지만요) 원글님과 거의 같은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애들이 건강에 그렇게 신경쓰는게 건강지식이 많아서기도 하겠지만 내가 유럽서 하우스 메이트로 교환학생으로 석사과정을 공부하던 애는 어릴때부터 지식인 부모의 엄격한 식생활 습관이 젖어서 절대 콜라같은 탄산 음료 안마시고 온갖 tea를 마시고 군것질로는 견과류만 먹고 채식하더군요. 이런애들을 여럿 봤네요.

  • 8. 원글님같은
    '24.11.3 12:54 AM (213.160.xxx.210)

    엄마는 자식들에겐 100억 물려주는 부모보다 훨 나아요.

  • 9. ...
    '24.11.3 12:54 AM (14.5.xxx.214)

    저도 님과 같은 엄마가 되고싶은데
    궁금한 점이 있어요
    넌 잘할꺼야 잘될 수밖에 없어 이런 말이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같긴 한데
    한편으론 부담스러워 하지는 않나요?
    제 아이는 이런 저의 기대?를 맞춰야한다는
    부담이 있는 것같기도 해서요
    전 겉으로 보기엔 명문대 나와서 나름
    똑똑해? 보이는 엄마인가봐요
    실상은 아이에게 그런거 강요할 생각도 없고
    그냥 편안한 엄마이고 싶거든요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 10. ..
    '24.11.3 8:28 AM (119.69.xxx.167)

    긴글인데 쭉쭉 읽히네요..
    원글님 참 좋은 엄마에요
    저는 반성되는 부분도 있고 그러네요ㅜㅜ

  • 11. 글이
    '24.11.3 10:49 AM (121.141.xxx.12)

    글이 넘 좋네요~
    님이 해외에서 이것저것 접하면서 통찰력이 알게 모르게 커진 것 같아요
    저도 님 글에 동감합니다~

  • 12.
    '24.11.3 11:01 AM (59.16.xxx.198)

    좋은글이네요 경험에서 나오신 통찰이
    있으시네요 글 감사합니다

  • 13. ..
    '24.11.3 3:38 PM (121.183.xxx.173)

    자식들에겐 100억 물려주는 부모보다 훨 나으세요.22
    이런 좋은 글 쓰시는 것도 타인에 대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45316 이상순 라디오 디제이하네요 35 .... 2024/11/04 6,369
1645315 정숙한 세일즈 92년도 배경이라는데 첩얘기는충격이네요 24 ㅇㅇ 2024/11/04 4,552
1645314 대장내시경 알약vs물약. 추천부탁드립니다 12 ㅠㅡ 2024/11/04 1,324
1645313 정년이는 신기한 드라마네요 13 ... 2024/11/04 4,536
1645312 손목 안아프고 잘써지는 펜 추천 좀 부탁 3 ㅇㅇㅇ 2024/11/04 457
1645311 미국 대선은 어떻게 될 것 같아요? 20 ㅁㅁ 2024/11/04 3,361
1645310 치과의사인데요.. 제 애는 치과에서 잘할줄 알았어요 14 치과 2024/11/04 6,333
1645309 패딩보다 코트가 입고 싶어요 8 이젠 2024/11/04 2,450
1645308 사과대추가 맹맛인데 어쩌죠 5 ? 2024/11/04 592
1645307 형제간 우애 좋은게 큰형의 희생을 빨아먹는 것 8 진짜 2024/11/04 3,007
1645306 수목원에 왔어요 5 ㅡㅡ 2024/11/04 1,251
1645305 지드래곤 창작의 고통이 느껴지는 패션이네요 (오늘 공항) 43 ㅇㅇㅇ 2024/11/04 6,563
1645304 클립보드 어떻게 복사하는지 3 폰맹 2024/11/04 676
1645303 정년이 진짜 너무 짜증나는데요 15 ... 2024/11/04 4,561
1645302 오늘 비오고 추워진다들었는데 15 ㅜㅜ 2024/11/04 5,450
1645301 로또 5천원도 잘안되고 뽑기 운이 없어요 4 ㅇㅇㅇㅇ 2024/11/04 940
1645300 대통령실 "유럽도 20% 넘는 정상 많지 않아".. 25 정신승리오지.. 2024/11/04 3,587
1645299 살림 간섭하는 엄마에 대한 짜증 6 00 2024/11/04 1,509
1645298 '일용직, 요즘 돈 많이 번다'…건보료 부과 검토 21 ... 2024/11/04 4,314
1645297 동물을 너무 사랑하는 남자는 어떤가요?? 30 .... 2024/11/04 1,837
1645296 다들 부엌은 캐비넷안에 모두 넣어두고 밖으로 12 맥시멀리즘이.. 2024/11/04 2,637
1645295 우크라이나 언론에서 생포했다고 보도된 북한군 9 ..... 2024/11/04 1,977
1645294 당근 청소할 사람 구인광고에 15 .. 2024/11/04 2,816
1645293 아이 잘 키우는 엄마는 목소리 톤이 높지 않다.. 13 ㅇㅇ 2024/11/04 3,004
1645292 초등 야구선수 수준 ㅇㅇ 2024/11/04 3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