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이들은 결국 타고 난 성정대로 크는 것 같아요.

자녀양육 조회수 : 4,130
작성일 : 2024-11-02 12:40:30

저는 불안이 높고 감정의 기복이 심한 사람이었어요.

욕심은 많은데 실력이 없어 아둔하게도 말빨로 교묘하게 상황을 모면하면서 살았구요.

급한 성격 탓에 뭐든 눈에 보여야 안심하는 "성장"이라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었어요.

지금 실력에 비해 성취도 이뤘고 인정도 받는 편이지만 여전히 예전의 버릇과 성향은 남아있어

불쑥불쑥 올라오기도 합니다.

 

아이를 낳고보니 너무 예쁘고 소중해서 정말 유난떨면서 키웠어요.

돌아보면 부끄러울 정도로 육아에 대해서 몰랐고 어쩜 저런 유난으로 애를 키웠나 싶어요.

아마 아빠없이 자녀많은 집의 장녀로 자라면서 저의 불안을 아이에게 그대로 투영해서 키운 것 같아요. 뭐하나라도 제 계획에 맞지 않으면 유난유난 그런 유난이 없었습니다..

남편은 한결같고 착한 사람이라 제가 아주 들들들 볶으면서 가정생활했어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남편은 일년의 8개월은 해외생활하는 사람이라 부딪힘이 많지는 않았고

두아이 거의 혼자 육아한터라 남편은 제 의견을 거의 따라주는 편이었어요.

 

두아이 키우면서 일중독수준으로 저를 괴롭히면서 맞벌이 했고 그렇다고 가정 내 환경이나 아이들 먹거리에 신경 안쓰지 않으려니 그때 그시절 하루에 세시간 이상 자본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 시간들이 힘들다고 생각되지는 않아요.. 아이들과 저녁시간을 오롯이 보내기 위해 새벽 네시에 시작하는 하루였지만 일할 수 있어서 감사했고 저녁에 아이들을 봐줄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불안했어요.. 아이들이 저처럼 자랄까봐..

 

그런데... 

지금 아이들은 너무 착하고 바르게 커주었어요.

 

아침에 정신없어 설거지를 못하고 가면 큰 아이는 학원가기 전에 싹 설거지를 해놓고 가고,

엄마가 해준 음식을 좋아하지 않아도 엄마의 성의를 생각해서 깨끗하게 비워주고,

택배가 오면 엄마가 무거운걸 들지 않게 하려고 미리 다 옮겨서 정리까지 해놔주고,,

정신없이 바쁜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운동화를 때마다 선물해주고,  

자신의 옷을 사지 못하고 벌벌떠는 엄마가 뭐가 필요한지 유심히 살펴 무심하게 화장대위에 사다놓고,,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에게 지금 필요한게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 상황을 객관적으로 잘 파악합니다..  엊그제는 잠결에 눈을 떠보니 새벽까지 공부하다가 짠순이 엄마가 전기장판을 끄고잘까봐 전기장판 불들어온걸 확인하고 있는 딸아이랑 눈이 마주쳐서 빵터졌었어요.

 

우리 초등6 아들은 또 얼마나 순진하고 귀엽게요..

부모에게 잘못하면 누나가 가만두지 않아요.. 누나가 운동을 잘하고 힘이 세서 어릴때부터 누나에게 꼼짝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누나가 너무나도 예뻐해요.. 

장본걸 들고가면 멀리서도 뛰어와서 엄마 어깨에 무리가는데 이런걸 왜 들고오냐.. 받아들고..

학원가기 전에 간식먹고 꼭 메모에 하루일을 써서 조잘조잘..

인터넷을 조금 많이 한날은 자기 전에 고해성사부터,, 오늘 잘못한 일, 개선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자기객관화가 잘되어 있어서 늘 복기해요.. 엉덩이 가벼워 숙제를 진득하게 하지 못하고 어수선하지만 자기의 그런면을 잘 알고있으니 개선되리라 봅니다.

 

 

요즘 그런생각이 들어요..

전 아이들과 성향이 많이 다르고 도덕이나 규범에 대해서 잘 가르치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이들은 참 신기하게도 그렇게 컸어요..

가끔 이 아이들은 이런걸 어디서 배웠지? 란 생각을 하곤 해요. 

횡단보도 건너는걸 기다려주는 차량에 대고 인사하는건 아주 애기때부터 그랬고 절대 무단횡단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건너거나 하지 않아요.  어른과 통화할 때 먼저 전화를 끊지 않고, 

이야기 중에 자신의 이야기로 치고 들어가지 않아요. 과한 용돈을 주실땐 사양할 줄 알고 ,,

일년에 한번씩 할머니들에게 용돈주셔서 감사하다고 자신들의 용돈으로 식사대접을 하기도 해요. (남매와 할머니들만 합니다) 

큰 아이는 친 할머니가 중등 들어가면서 월 오만원씩 용돈을 고정적으로 주시는데 이제 2년되었으니 그만 받겠다고 했대요.. 할머니 수입이 없으신데 부담스러우시다고요.. 엄마아빠가 경제활동을 하시니 필요하면 엄마아빠게 도움을 받겠다구요.. 

 

아이들은 결국 성향대로 크는 것 같아요.

부모가 잘못해서 혹은 잘해서 아이들이 바르게 크고 잘못된 길로 가고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타고나는게 훨씬 크다는 아이들이 클 수록 더 느낍니다..

제가 아이들을 보고 배우거든요..

 

 

 

IP : 211.253.xxx.160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4.11.2 12:43 PM (121.136.xxx.216)

    타고난 성향이 대부분이긴하죠 같은 부모에서 자란 자녀들 성격이 각각 다른거보면.그런데 부부가 많이 싸우거나 가정 분위기 안좋은 영향은 분명히 애들한테는 안좋은 영향주죠

  • 2. 부럽
    '24.11.2 12:48 PM (39.119.xxx.127)

    부럽네요. 저도 불안한 사람인데 전 실패했나 봅니다. 사춘기 아이들 때문에 속이 시꺼멓게 타고 있어요

  • 3. ㅇㅇ
    '24.11.2 12:58 PM (117.111.xxx.221)

    님아이들이 지금까지 잘커서 축하하오나 본인 경험으로 성급한 일반화는 하지마세요 경우의 수도 너무 많고 사람사이 성격궁합도 너무 다양함

  • 4. ...
    '24.11.2 1:01 PM (125.132.xxx.53) - 삭제된댓글

    뽑기를 잘하셨네요
    둘 다 착한 남편 닮은 듯
    엄마가 서툴지만 얼마나 열심히 살았는지 알아주는 고마운 자녀들이네요

  • 5. 좋은엄마
    '24.11.2 1:02 PM (124.216.xxx.79)

    서두에 보면 엄마가 자기개관화가 잘 되어 있으시네요.
    자신에 대한 성찰?만 봐도 아이들 잘 컸으리라 봐요.
    교묘한 자신이라 했지만 인간은 누구나 자기방어를 위한 치트키는 있죠~

  • 6. ㅇㅇ
    '24.11.2 1:04 PM (223.62.xxx.66)

    자식복 있으시네요.
    자식복도 랜덤이고 운이지 내가 노력해서 얻는게 아니더라구요.

  • 7. 라면먹는중
    '24.11.2 1:07 PM (118.235.xxx.27)

    자식복있으시네요22
    맞아요 환경은 높게 쳐도 20프로??
    학대나 방임만 하지 않으면 그 안에선 아이 그릇이나
    기질대로 크고
    부모 입장에선 원글님 아이들 같은 애들 만나면 자식복 있는거고 그렇더라구요

  • 8. 정말
    '24.11.2 1:14 PM (121.155.xxx.57)

    자식복 있으시네요.2222

    가르쳐도 안하는 아이도 있는데 ㅠ.ㅠ

  • 9. ㅠㅠ
    '24.11.2 1:23 PM (89.226.xxx.233)

    타고난 성정도 있는건 맞지만 (저랑 연년생 언니 성정 너무 다름) 아이들이 원글님 부부한테 보고 배운것도 분명히 있을것 같아요. 생각지도 못하게 본인이 좋은 부모일 수 있어요.
    그리고 부모 성정이 정말 좋은데 자식들은 안그런 경우가 있더라구요. 그러니 괜히 일반화 하거나 부모/자식 판단하면 큰일남.

  • 10. phrena
    '24.11.2 1:26 PM (175.112.xxx.149)

    우와~~~

    남의 집 애들이지만
    글만 읽어도 훈훈 ᆢ

    근데요
    저희집이나 주변 다 둘러보면 , 엄마가 어찌 키웠냐 보단

    그저 ᆢ 랜덤

    일종의 도박처럼 뽑기 운이고
    사주팔자 ᆢ운명의 영역 같아요

    엄마가 직장 때려치고 착 달라붙어 유기농 집밥만 해 먹이고
    쌍욕 한번 안 하고 키우고 홈스쿨링 해서 키워낸다고
    애들이 잘 되는 것도 아니고

    발레 한다고 유아기부터 집안 온갖 에너지와 돈 탈탈
    털어붓고 애면글면 공주처럼 길렀는데
    중3어느날 갑자기 다 때려치고 뒤는게 공부도 안 되어
    멘붕에 빠져 있는 집 있는가 하면


    직장맘이라 애 유치원 등원길 나와보지도 않던
    그리고 애는 늘 머리감고 덜 말라 젖어서 부들부들 떨고 있고
    내의는 밖으로 다 삐져나와 있고 ᆢ 이웃집 이 애들이
    일단 진로는 잘 풀려 연세대 합격하고ᆢ

  • 11. ..
    '24.11.2 1:41 PM (121.139.xxx.183)

    저도 아이들을 보기 전에 제 자신부터 먼저 들여다 봐야겠습니다

  • 12. ....
    '24.11.2 1:42 PM (219.241.xxx.27)

    맞아요.
    그냥 아이를 잘 만난건데 자기가 그렇게 키워서 된냥
    착각하는 엄마들이 있죠.
    한참 모르는 소리..

  • 13. ..
    '24.11.2 4:05 PM (182.220.xxx.5)

    축하드려요. 부럽네요.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42237 정년이땜에 자꾸 사랑가판소리가 맴돌아요 16 ㄷㄹ 2024/11/03 3,746
1642236 급식대가님의 김치에서 궁금점 있어요. 3 내맘 2024/11/03 2,514
1642235 채소찜 참소스 찍어먹어도 되나요 6 2024/11/03 2,235
1642234 이제 죄를 지은 사람은 그만 물러나라 5 그만 2024/11/03 586
1642233 김혜경 불법수행비서의 오늘의 할일 34 법카도둑 2024/11/03 3,788
1642232 아이폰 핸드폰 2024/11/03 405
1642231 자꾸 삭제되는 글 4 스트레스 2024/11/03 982
1642230 40대 유튜브 개인맞춤형광고 저는 왜이러죠? 4 2024/11/03 943
1642229 아이고 정년이 11 ooooo 2024/11/03 6,299
1642228 여자에게 큰 관심이 없는 남자는 아니겠죠? 24 2024/11/03 3,140
1642227 김태리 연기 장난아니네요 28 ... 2024/11/03 15,733
1642226 조선대 치과병원 초진시 예약해야할까요? 4 칼카스 2024/11/03 679
1642225 까르띠에 반지 ㅡ 좋아요? 까르띠에 2024/11/03 1,431
1642224 경상도 남자가 와이프 옆에 있는데 다른여자 추근대는걸 봤어요 5 2024/11/03 3,005
1642223 신점을봤는데 이상한소리들으니 기분이너무안좋네요 31 구름빵 2024/11/03 6,838
1642222 람스5일차입니다 1 비해 2024/11/03 1,593
1642221 15년전 5천받고 지금 5천받으면...지금껏만 증여세 내나요? 5 세금 2024/11/03 2,486
1642220 시나노골드 같은 사과, 옛날에 뭐라 불렀나요.  21 .. 2024/11/03 5,122
1642219 아몬드 잼이 너무 맛이 없는데 구제 방법 없을까요? 3 아몬드 2024/11/03 888
1642218 요리도우미? 1 요리 2024/11/03 1,098
1642217 저는 60대인데 좀 지쳤었나봐요. 우리 딸 하는거 보니 2 딸 보면서 2024/11/03 4,636
1642216 목감기 몸살요 1 삭신이 2024/11/03 722
1642215 정년이는 정신 못차렸네요 14 어휴 2024/11/03 11,533
1642214 정년이 왜 저래요?? 1 진짜 2024/11/03 3,925
1642213 11월은 김건희 특검의 달 10 내려와라윤거.. 2024/11/03 1,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