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에 한번씩 어쩌다 컨디션 좋은 날이면 증명사진 미리 찍어둡니다.
저는 눈두덩이 워낙 잘 부어서 눈에 부기만 없어도 컨디션 좋은 날 입니다.
오늘 시장 보러 나갔다가 방향 틀어 충동적으로 사진관 들어가서 찍었어요.
눈썹도 입술도 암것도 안 칠해서 좀 심심하지만 뭐.
앞 손님이 증명사진 수정중이어서 그동안 잠깐 기다리며 화장대 앞에서 눈썹이라도 그릴까 고민하며 회전 의자에 앉아 거울을 보는데,
오른쪽 삐거덕, 왼쪽 삐거덕 돌때마다 엄마 조금, 아빠 조금, ㅎㅎㅎ 진짜 이렇게 보인다구? ㅋㅋㅋ 하다가
울컥 했어요.
이제 두분 다 안 계셔요.
아, 이런 눈 안 부어서 온건데 여기서 다시 붓게되다니. 거울 보면 안 되겠다, 일어서서 반대쪽 창문앞에 서성거리다가 찍었어요.
보정 안 하시죠? 한 5년 전에 사진 찍으면서 보정 하지 말아달라고 한걸 아직도 기억해 주시네요, 오오.
예전엔 사진 찍으면 어쩌다 예쁘게 나온 사진만 남기고 나머진 다 버렸는데 이젠 그냥 못생긴 사진도 안 버리고 그것들도 자꾸 봐요.
내 머릿속의 나는 젤 예쁜 표정 꾸민 나만 기억해서 아냐 난 지금 이렇다구 잊지말라구 지금도 괜찮아 아마 내일보다 오늘이 더 좋아 라구.
오늘 찍은 증명사진을 가족 톡 방에 올렸더니 남편은 이건 니가 아니다 눈이 너무 작다, 큰애는 머리숱이 이게 머냐 내가 포토샵 해주겠다 해요.
전 증명사진 맘에 들어요.
좀 주름은 졌어도 맘좋은 사람 같아 보여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