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씻을때마다,
비누는 날 씻어주고 없어진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주말, 이런 시를 우연히 읽었어요.
비누가
나를 씻어준다고 믿었는데
그렇게 믿고서 살아왔는데
나도 비누를 씻어주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몸 다 닳아서야 가서 닿을수 있는곳.
그 아름다운 소모를 위해
내가 복무하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비누도 그걸 하고있다는걸
그리고 가고 있다는걸
알게 되었다.
마침내 당도코자 하는 비누의 고향
그곳이 어디인지는 알바 아니며
다만,
아무도 혼자서는 씻을수 없다는
돌아갈수 없다는
나도 누구를 씻어주고 있다는
돌아가게 하고 있다는
이발견이 이복무가
나는 기쁠따름이다 눈물이 날 따름이다.
-정진규.
그렇군요.
비누도 제손도 함께 부대끼면서
서로를 씻겨주었군요.
어쩌다 들른 오래된 건물 구석진 곳의 화장실에
들어가면 갈라지고 굳어진 비누가 화석처럼
놓여있긴 하던데, 그런것같아요.
비누도 누가 씻겨주어야 때가 끼지않음.
비누만큼이나 흔적없이 소멸되어버리는
것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했었는데
게다가 주부이다보니 너무 손을 자주 씻게 되어서
습진걱정도 되었는데 한편
아름다운 소모가 되기도 하는군요.
그리고,
비누거품을 포함한 이세상의 모든 것들은 다 돌아갈 고향이 있다니.
괜히 위안이 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