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안락사를 택한 친구의 마지막을 함께 해준 친구

영화처럼 조회수 : 8,785
작성일 : 2024-10-27 15:45:16

 

어제 영화를 봤어요 

'룸 넥스트 도어'

82에 올라온 글을 읽고 찾아보니 틸다 스윈튼, 줄리앤 무어 주연의 죽음에 관한 영화라는 데 호기심이 생겨 바로 극장가서 봤죠 

안락사를 결심한 암 말기 환자인 마사 (틸다 스윈튼)이 매우 오랜만에 만난 옛 친구 잉그리드 (줄리앤 무어) 에게 마지막 순간에 함께 해줄 것을 제안하고 잉그리드가 수락하면서 한집의 서로 다른 방에서 휴가온듯 지내며 그 마지막 날을 향해 하루하루를 같이 삽니다 

아름다운 뉴욕의 풍경, 화려하고 강렬한 색을 잘 쓰기로 유명한 알모도바르 감독의 스타일대로 색들이 춤추는 화면, 한번씩 깔리는 첼로의 선율,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이 살아난듯한 화면, 빨간 문이 전하는 메시지, 병약한 환자 자체가 된 틸다 스윈튼의 신비로운 눈과 눈주변 근육 연기, 줄리앤 무어의 말하기보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연기가 참 좋았어요 

시각적인 즐거움을 통해 삶과 죽음, 인간관계, 인생에서의 선택과 책임,.. 등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는 영화라 계속 머리 속에서 떠다니네요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남편이 "어떻게 80년대에 헤어져서 꽤 오래 못보다 이제야 우연히 재회한 친구에게 자신의 마지막을 부탁할 수 있지? 그 친구는 죽음을 무서워하면서도 왜 그 제안을 받아들였을까? 어릴때부터 나고자란 친한 친구들은 다 거절했는데.."라고 하길래 저는 망설임없이 "오랫동안 떨어져지내며 교류도 없었지만 다시 만났을 때 서로를 바라볼 맘이 생겼고 만나는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어서 그랬던 것 아닐까?"라고 대답했죠 

 

 

예전에는 이런 친구는 진짜고 저런 친구는 손절감이고 베프는 교과서적 기준으로 평생 만나며 마음을 다하고 내 모든걸 내줄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라며 이리저리 친구를 정의내리기 바빴는데 살다보니 특별히 나쁜 친구도 없고, 좋은 친구라고 평생 같은 모습으로 좋을 수만은 없다는걸 경험하게 되면서 친구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인간사에 영원한 것이 어디있고 완벽한 것이 어디 있을까요 

좋은 친구였지만 원치않게 이별할 수도 있고 그렇게 떨어져 지내다 타인처럼 되기도 하고, 나쁜 친구인줄 알았는데 실은 상황이 꼬인 것일 수도 있고 내 그릇이 작아서 그렇게 결론지은 것일 수도 있고 서로의 합이 그때는 안 맞았던 것일 수도 있는데... 

그래서 지금은 제 옆에 있는 사람에게 감사하며 성실하게 친구관계를 맺고 다듬어가는데 큰 의미를 두고 살아요 

이순간 함께 이야기하고 웃으며 즐겁고 행복하다 느낄 수 있으면 좋은 친구고 그런 친구가 되어줌에 감사하는..

아무도 모르는 인생길, 혹여 헤어지게 되더라도 미련이나 섭섭함이 아닌 지금 함께 했던 것만으로 충분하다 여기는..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 죽음으로 끝나는게 아니라 다시 시작되며 연결되고 이어지는 삶

우리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이해와 포용, 동행, 때로는 양보,.. 등 많은 것을 바라고 기대하고 실망하기 쉬운데 단지 곁에 있어주는 것, 그 하나의 힘과 위로가 크다는걸 이 두사람이 보여주네요 

나의 마지막은 어떠할런지, 그것은 어떤 새로운 것으로 연결될지, 나는 누구의 곁에 있어줄 수 있고 내 곁에 누가 있어줄 수 있을까.. 등 많은 생각이 드는 영화였어요 

영화 소개글 써주신 82님 감사드려요^^

 

 

IP : 220.117.xxx.100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4.10.27 3:48 PM (73.86.xxx.42)

    와 꼭 보고싶은 영화네요. 저도 안락사 해야 할 상황이 올때 같이 할 친구들이 있으면 너무 좋겠어요. 꼭 볼께요 - 룸 넥스트 도어

  • 2. ..
    '24.10.27 3:50 PM (121.137.xxx.107)

    아으..너무 좋은 글♡

  • 3. 좋은글
    '24.10.27 3:51 PM (183.103.xxx.126)

    다시 읽어보려 저장합니다.
    원글님 지우지 마셔요

  • 4.
    '24.10.27 3:53 PM (1.238.xxx.15)

    줄리엔 무어 너무 좋아하는 배우인데. 봐야겠네요.

  • 5. 원작은
    '24.10.27 3:55 PM (220.117.xxx.100)

    스페인 작가 시그리드 누네즈의 ’어떻게 지내요‘라는 소설입니다
    책을 먼저 보고 영화를 볼까 했는데 영화가 오래 상영될 것 같지 않다는 소리에 팔랑귀인 저는 바로 가서 봤습니다 ㅎㅎ
    좋은건 큰 화면으로 봐야^^
    올해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받은 작품인데 보통 그런 수상작들이 대중적 인기가 많은 편은 아니라서..

  • 6. ...
    '24.10.27 3:58 PM (211.206.xxx.191)

    룸 넥스트 도어
    영화 추천 감사합니다.

  • 7. 감사
    '24.10.27 4:04 PM (118.235.xxx.159)

    영화 춪던 감사합니다. 감상평이 은은하면서 여운이 있어 영화를 보고 싶게하네요.

  • 8. 저도
    '24.10.27 4:13 PM (125.187.xxx.44)

    꼭 볼게요

  • 9. 감사해요.
    '24.10.27 4:16 PM (211.208.xxx.87)

    님 덕분에 보러 갈래요.

  • 10.
    '24.10.27 4:32 PM (14.44.xxx.94) - 삭제된댓글

    친구의 정의에 동의합니다

  • 11. 저는
    '24.10.27 4:46 PM (118.235.xxx.210)

    그런거 같아요. 사랑하는 가족이나 진짜 옆에 있었던 사람은 그거 찬성 못해요. 남보다 조금 나은 사람의 그런 부탁은 덤덤하게 o.k 할수 있을란가 몰라도 제가 병원에 있으니 암걸리면 가족은 몰라도 대부분 친구들에게 그모습 비밀로 하고 싶어하더라고요
    나를 모르는 사람에게 암걸렸다 덤덤하게 말해도

  • 12. 가끔은 하늘을
    '24.10.27 4:47 PM (118.235.xxx.78)

    어머나~
    제가 소개했었어요.
    영화처럼님 글 진짜 잘 쓰시네요.
    가까운곳에 살면 만나서
    영화이야기 하고파지네요.ㅋ
    제가 올린 글이 도움이 되었다니
    기분이 좋네요.

  • 13. 후기
    '24.10.27 4:49 PM (39.125.xxx.74)

    후기글이 넘 좋아서 영화 꼭 보려구요 감사합니다

  • 14. 어머나
    '24.10.27 4:57 PM (220.117.xxx.100)

    가끔은 하늘을님!
    반갑습니다^^
    덕분에 넘 잘 봤고 덕분에 남편과 영화 이야기도 나누고 좋았어요
    전에 쓰신 글에 관객이 없다고 하셔서 저도 우리 밖에 없는거 아냐? 했는데 웬걸 2/3는 찼더라고요

    제가 보고 나서 주변에 알려주긴 했는데 아직 본 사람이 없어서 만만한 82에 ㅎㅎ
    색감이며 가구 배치, 이런저런 영화 디테일에 대해 수다떨고 싶은 마음 한가득이지만 스포라 꾹꾹 참는 중 ㅠㅠ
    이런 흐린 가을날 이야기하기 딱 좋은데..

  • 15. 맞아요
    '24.10.27 5:27 PM (211.58.xxx.161)

    님이 정의하신 친구개념 동의합니다 ㅎㅎ
    룸넥스트도어 볼게요 감사

  • 16. ㄴㅅㅎㅎ
    '24.10.27 5:31 PM (211.58.xxx.161)

    영화같이보고 영화얘기하는 모임 82에 있음좋겠네요
    원글님 얘기 더 듣고싶어요

  • 17. 영통
    '24.10.27 5:42 PM (106.101.xxx.111)

    나이들면 누구나 하는 생각일 수 있는데

    글로 공감하도록 전달하는 능력이 좋으세요

  • 18. 써니맘1
    '24.10.28 10:26 AM (211.63.xxx.166)

    어제 보고와서 그 여운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는데 너무나 좋은 영화평 감사합니다. 영상도 좋지만 음악도 너무나 훌륭해요

  • 19. ^^
    '24.10.29 2:59 PM (223.39.xxx.158)

    ᆢ좋은 영화ᆢ감상 ᆢ글, 댓글 ᆢ고마워요

    영화관 앉아본지가 언제였는지?
    ᆢ역시 영화는 영화관에서~~가봐야겠어요

  • 20. ...
    '24.10.29 3:39 PM (1.231.xxx.71) - 삭제된댓글

    맞아요.
    사람은 상황에 따라 이럴수도 저럴수도 있는거 같아요.
    본인이 겪어보면 다 이해할 수 있을걸 경험이 없으면 무조건 왜그러지? 나쁘다로 정의내리는거 같아요.

    영화평 감사합니다.
    어쩜 이렇게 글을 편안하게 잘 쓰실까요?
    퇴근도 멀었는데 가고싶어지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9942 해운대 어린이 피아노 잘 가르치는 학원 Go Go 2024/10/28 247
1639941 점심먹고 가래떡 큰거두개먹었더니 배불러서 못앉아있겠어요 4 아아 2024/10/28 1,440
1639940 50대 보브단발로 갈까요? 13 갈등된다 2024/10/28 3,813
1639939 세무 수정 신고를 했는데.왜 우편으로 할까요? 2024/10/28 304
1639938 대상포진 접종후 독감접종요 4 기간 2024/10/28 713
1639937 더본코리아 상장 참여하시나요 16 상장 2024/10/28 3,673
1639936 설화수 파데 써보신분 좀 알려주세요ㅜ 2 53세 2024/10/28 1,147
1639935 생일자님 글 지우셨네요. 안타까워서 5 2024/10/28 2,382
1639934 요즘같은 날씨엔 테라스 카페 가야 직성이 풀려요 8 요즘 2024/10/28 1,511
1639933 선물주는 일은 정말 7 set 2024/10/28 2,441
1639932 수술후 간수치가 올랐어요 3 ..... 2024/10/28 1,383
1639931 극혐. 요즘에도 머리 안감는 사람이 있네요 4 .. 2024/10/28 3,485
1639930 궁금한거 1 블루커피 2024/10/28 381
1639929 옷을 샀는데 좀 황당했어요. 2 ... 2024/10/28 2,918
1639928 한강 부모도 한강 키우기 힘들었을까요 20 ㅇㅈ 2024/10/28 5,422
1639927 중복)어제 영상 올렸는데 못 보신분 계실까봐 다시 올려요(최호종.. 7 최호종 지인.. 2024/10/28 1,494
1639926 야구는 왜 재밌는건가요? 28 ㅇㅇ 2024/10/28 2,049
1639925 넘 한심하죠..힘들다고 배달 시켜먹어요 늘 11 ㅈㄷㄱㅈㄷㄱ.. 2024/10/28 3,099
1639924 엄마가 너무 안쓰러워서 울었던 기억 9 ... 2024/10/28 2,719
1639923 선의지만 황당했던 선물 20 ㅁㅁㅁ 2024/10/28 6,616
1639922 일하다가 아파서 쉬는분 계신가요? 3 .. 2024/10/28 830
1639921 잡채불려놓은거 내일써도되나요? 4 흠흠 2024/10/28 729
1639920 재혼반대 외로운게 어떤건지 모르는 사람들이다 32 !, 나 2024/10/28 5,440
1639919 뽀따 안개 2024/10/28 663
1639918 당선무효 ) 국민의힘 불법대선 관련 기자회견 9 탄핵 2024/10/28 1,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