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 마음 속에 독기를 빼고

.. 조회수 : 1,236
작성일 : 2024-10-13 12:54:19

절에 다녀왔습니다.

불교를 좋아는 하지만 저는 아직은 무신론자입니다.

 

불교에 대한 책을 몇 권 읽었으나 도무지 모르겠고

요즘은 유튜브에서 스님의 방송을 듣고 있습니다.

이 스님은 현대판 원효대사인가 싶어요.

감사하며 잘 듣고 있습니다.

 

그리고 절에 가서 이틀을 자고 왔어요.

얼떨결에 저녁예불에 참여했는데 촛불만 켜놓고 스님의 목탁소리와 독경(염불?)을 들으니까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아

-내가 지금 감상에 빠지고 있다고 깨달으면서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사찰 안 여기저기를 마구 돌아다녔습니다.

혼자서도 돌아다니고, 옆방의 할머니와도 함께 다녔습니다.

산에 혼자 올라가도 무섭지 않았고

맨 얼굴에 가득 내리쬐는 햇빛도 좋았고

창호지 바른 문으로 들어오는 햇살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나뭇잎을 지나가는 바람소리가 가장 좋았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혼자여서인지

옆방에 머물던 할머니와도 대화를 했고

일하시는 보살님들과도 대화를 할 수 있었어요.

짧은 시간 동안 그분들의 삶에 대해 듣기도 했습니다.

저는 친화력이 부족한

나이를 먹어도 아직도 새침하다는 말을 듣는 성격임에도 이번에는 사람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었어요.

 

모든 게 다 좋았습니다.

 

내려오는 길에 생각했습니다.

내 안의 독기가 조금은 빠졌구나..

 

분노나 원망의 감정이 특별히 있었던 건 아니지만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하는 그런 독기가 제 안에 가득차 있었나 봐요.

그래서 더 맑고 순하게 더 열심히 살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이것은 새로운 형태의 독기인가 ㅋㅋ

데리러 온 남편이 평소보다 더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주어진 오늘을 산다, 그뿐이다.

 

그렇게 살다가 다시 일상의 독기가 쌓이면

다시 그곳을 찾아갈 것입니다.

 

헐렁한 절복을 입고 햇빛과 바람을 쐬며

순한 절밥을 먹고

부처님 앞에 절을 하고

스님의 독경소리를 들으며 예불을 드리고

산속의 적막함에 잠이 들고

종소리와 함께 잠이 깨는 그곳에 가서 순해지고 싶습니다.

 

 

IP : 118.235.xxx.16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해피
    '24.10.13 1:38 PM (118.235.xxx.19)

    템플스테이 다녀오셨군요
    종교를 떠나서 템플은 힐링자체고 본인의 모습을 돌아보는 좋은 시간이라 생각합니다

  • 2. 동감
    '24.10.13 1:50 PM (58.29.xxx.163)

    저는 새싹 돋아나는 봄에 제주 한달살기하면서 올레길을 전구간 걸었었는데 그 때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가족이 너무 그립고 지인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모든 나쁜 감정들이 씻겨 나가는 그런 시간이었답니다. 그런데 또 시간이 지나니 그 감정들이 희미해지네요.

  • 3. ..
    '24.10.13 2:30 PM (116.88.xxx.40)

    저도 며칠전부터 하루 한 번 주님의 기도를 필사하고 짧은 묵상을 남겨요.
    마음의 디톡스가 필요한 시기같아서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5241 세탁기 탈수 덜커덩 멈춤 증상이요 6 ... 2024/10/13 872
1635240 이번에 제주 가는데 4.3사건에 대해 잘 알아볼수 있는 곳 9 .. 2024/10/13 890
1635239 국산 서리태볶음 맛있는 거 어디서 사야하나요? 1 .... 2024/10/13 514
1635238 한강작가 뭐부터읽을까요 10 ㅇㅇ 2024/10/13 1,922
1635237 요즘 식당들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12 ㅇㅇ 2024/10/13 4,073
1635236 오늘은 고등 애가 점심을 차려주네요. 3 지킴이 2024/10/13 1,450
1635235 대화로 설득이 될거라는 착각을 내려놓고 살아야겠어요. 13 대화로풀기 2024/10/13 2,119
1635234 알리오 올리오 할때 꼭 올리브유 써야 되겠죠? 7 요리바보 2024/10/13 1,431
1635233 자동차 연수를 받으려는데요 6 아기사자 2024/10/13 832
1635232 문다혜씨 보니 우리나라 법잣대가 제각각이네요 32 ........ 2024/10/13 5,350
1635231 남편과의 대화 9 2024/10/13 2,406
1635230 요새 유행하는 아부지 양복바지핏 5 어이쿠 2024/10/13 2,292
1635229 자기는 이런 일 취미로 한다고 유독 강조하는 사람들 4 ........ 2024/10/13 1,648
1635228 북한산 스타벅스 오픈런 8 케이크 2024/10/13 3,274
1635227 길 지나가는데 황당한일 8 ㅇㅇ 2024/10/13 2,550
1635226 강동구와 동작구 어디가 더 살기 편할까요? 23 2024/10/13 3,273
1635225 피부시술 경험 23 적당히 2024/10/13 3,546
1635224 유튜브 오디오북에 한강의 소설 1 오디오북 2024/10/13 1,082
1635223 55세 은퇴... 현금 10억 어떻게 운용하면 좋을까요? 6 이제 2024/10/13 3,920
1635222 무슨 진동일까요? 3 . . 2024/10/13 1,082
1635221 채식주의자는 줄거리만 읽어봐도 통찰력이 대단한 소설 9 궁금 2024/10/13 3,486
1635220 무릎 인공관절수술 아시는 분이요~ 12 ... 2024/10/13 1,185
1635219 주인과 겸상(?)하고 싶어하는 울 강아지 4 해피엔젤 2024/10/13 1,387
1635218 치즈는 짭짤해서 맛있나봐요 3 ... 2024/10/13 755
1635217 나이 80에 공공기관 일 다니는 이모 54 34vitn.. 2024/10/13 21,5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