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안녕하십니까

봄날 조회수 : 437
작성일 : 2024-10-13 07:29:19

하나.

저는 자전거를 타다 교통사고가 나서
왼팔에 길고 큰 수술 흉터가 있어요.
속에 철핀이 있는데 그 핀을 뽑으려면 
또 다른 레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재수술은
포기한 중입니다.
어쨌든 퇴원 후 별 생각 없이  반팔 티를 입고 밖에 나갔다가
모르는 사람한테까지
팔이 왜 그러냔 소리에 질려
나시,반팔 티는 이제 입지 않습니다.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문득
이 흉터가 '나이 들어서 생겨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체육이 든 날,혹은 무용 수업을 위해
옷 벗을 일이 얼마나 많았을 거며
남들 하복 입을 때에 혼자 춘추복을 입을 수도 없고
이런 저런 일 다 이겨낸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첫 잠자리를 할 때
어휴~어찌 그 앞에서 과감하게 옷을 벗겠습니까.
 
그런 생각을 하니
가슴 떨리는 애인 아닌 남편이 있고
여름,가을 땡볕에도 흉터를 커버해 줄 토시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했습니다.
 
둘.
생전 처음 해외 여행을 간 날.
너무 들떠서 숙소를 나와 잠시 주변을 걷는데
조깅하는 한 남성이 저를 보고
morning~하는 거예요.
그 나라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아침 인사로
morning~ 하는가 봐요.
그때 전 너무 당황하여 못생긴 표정을 하며 지나갔습니다.'칫! 잘 생기기까지 하네'하면서.
 
저는 매일 같은 코스로 자전거를 타는데
어느 날부턴가 병원을 짓는다고 덤프가 오고 가는 거예요.
그러더니 연한 녹색 조끼를 입은 신호수가 생기고
양산도 아닌 커다란 검정 우산을 든 신호수는
쉬는 날도 없이 매일 일 하러 나왔습니다.비 오는 어떤 하루 빼고요.
평소에 그는 아침 일찍 현장에 나와
그늘도 없는 땡볕 아래 눈만 빠꼼히 내밀고
한가할 때면 전화 통화륻 하거나 유튭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잠시라도 매일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계속
만난다는 게 불편하더라고요.
나잇대도 모르겠고 햇볕 때문에 얼굴을 온통 모자니 복면으로 휘감고 있어
아주머니 같긴한데 그, 혹은 그녀가 '사람이긴 한 건가'하는 생각까지 들던 어느 날
 
용기 내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어요.
어머 그쪽에서도
안녕하세요? 받아주네요.여성스럽게요.
 
그렇게 인사하는 사이가 된 어떤 날부터
희한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제가 멀리서 오는 걸 보게 되면 그 신호수 여인이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제 앞에서 90도 인사를 하기 시작한 거예요.
제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황송한 인사를 하는지요.
생각지도 않게 그렇게 거한 인사를 받으니
저도 그녀를 만나기 백미터 전부터
인사할 준비를 하게 되고요..헤헤
 
82쿡 친구분들, 안녕하세요?
저는 수원에 사는 오랜 찐팬 봄날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눈팅을 이어가다 한번씩 소식 전하겠습니다.
 
IP : 116.43.xxx.47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쓸개코
    '24.10.13 7:42 AM (175.194.xxx.121)

    1. 상처는 남았을지언정 활동하는데 무리없이 수술이 된것 같아 다행이에요.
    큰 액땜하셨네요.

    2. 생각지도 못한 감동이에요. 저도 먼저 인사를 건네는 일이 드문 사람인데 상대가 인사해주면
    고맙더라고요. 그 신호수인 분도 원글님의 인사가 신선하고 고맙게 느껴졌나봐요.
    뭐든 시작이 어렵지 해보면 별것도 아닌것을..그쵸?^^

  • 2.
    '24.10.13 8:03 AM (114.200.xxx.141)

    모르는 누군가에게 선뜻 인사한다는게 참 쉽지가 않죠
    멋지세요
    우리애도 어릴때 다쳐서 팔에 상처가 있는데
    누군가는 끊임 없이 궁금해 하겠죠
    그래서 민소매는 안입고 칠부정도를 즐겨입어요ㅜㅜ

  • 3.
    '24.10.13 8:24 AM (125.135.xxx.232)

    어멋~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날 하십시오~

  • 4. 봄날
    '24.10.13 8:28 AM (116.43.xxx.47)

    어머,댓글 달아주신 분들이 제게도 인사를 건네시네요.언제나 행복하세요~

  • 5.
    '24.10.13 8:39 AM (211.195.xxx.240) - 삭제된댓글

    먼저 하기가 힘들지요.
    그런데 먼저 인사해도 못들은척 외면하는 분들도 있지 않나요?
    머쓱한거 극복하면 80%의 낯선 분들은
    인사 잘 받아주시고 잘 응해 주신다는 느낌.

  • 6. 원글님
    '24.10.13 9:59 AM (223.62.xxx.16)

    넘 귀엽고 긍정적이고 예의바른 분이시네요^^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세요~~~

  • 7. 수선화
    '24.10.13 8:32 PM (211.117.xxx.229)

    봄날 님이셨군요
    전에 쓰신글들이 크게 다쳣음에도
    담담하면서도 깊이가 있어 내심 팬이엇어서
    잘 계시는지 궁금해서 올린글인데
    주인공이 등판하셔서 직접 근황을 올려추셧네요 건강 하시다니 정말 다행이고 무엇보다 자전거를 다시 탄다시니 그 용기도 놀랍네요 제가 갑자기 소환시켜서 장문의 아름다운글로 또 감동 주시네요^^

    소식 들려주셔서 감사하고
    모쪼록 늘 건강 하십시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5048 왜 그럴까요? ..... 2024/10/13 269
1635047 허리 신경차단주사도 안들으면 이제 어떡하나요?ㅠ 10 ........ 2024/10/13 1,639
1635046 오일 발라 머리 헹구기~ 3 후~ 2024/10/13 1,617
1635045 최태원 둘째딸은 정치하려고 하나요? 4 ... 2024/10/13 4,459
1635044 한강 다큐를 보면서 엄마의 말씀 12 ... 2024/10/13 4,808
1635043 드론쇼 분당탄천 2 궁금 2024/10/13 1,249
1635042 우연은 아니였네요 19 .. 2024/10/13 6,395
1635041 옷이 주는 행복 9 행복 2024/10/13 3,289
1635040 무리지어 다니는 남자애들 5 남자아이 2024/10/13 1,218
1635039 요즘 재미있는 드라마가 너무 많네요ㅎ 8 chloe0.. 2024/10/13 2,293
1635038 한동훈이 김건희와 선 긋기 한다면 8 1111 2024/10/13 1,973
1635037 분당 1기신도기 청솔중학교 폐교 16 천당아래분당.. 2024/10/13 4,242
1635036 암일지도 모르는데 왜이리 덤덤할까요 12 이클립스 2024/10/13 3,889
1635035 지저분한질문)큰일보고 나서요 7 향기 2024/10/13 1,074
1635034 배드민턴 안세영 혼자만 남았다가 출국했네요 2 .. 2024/10/13 4,899
1635033 고릴라 표정 좀 보세요. 7 고릴라 2024/10/13 1,720
1635032 남편이 추억의 팝송을 계속 듣고 봅니다 9 힘드네요 2024/10/13 1,757
1635031 오늘 낮에 광화문 교보문고 갔어요 레이디 2024/10/13 2,038
1635030 강동원 잘 생겼네요.스포 4 2024/10/13 2,279
1635029 아이 돌봄 알바 중입니다 8 아이돌보는.. 2024/10/13 3,240
1635028 73년 친구들 운동 얘기공유해봅시다 7 소띠당 2024/10/13 2,248
1635027 지금 kbs1에서 노벨상 수상 다큐하네요 3 matin 2024/10/13 1,658
1635026 토마토가 너무 비싸서... 7 @@ 2024/10/13 2,977
1635025 엄마랑 만보 2 .. 2024/10/13 1,133
1635024 세계적으로 인정받고,수상하려면 블랙리스트가 되야하나봅니다 5 앞으로 2024/10/13 1,2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