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안녕하십니까

봄날 조회수 : 452
작성일 : 2024-10-13 07:29:19

하나.

저는 자전거를 타다 교통사고가 나서
왼팔에 길고 큰 수술 흉터가 있어요.
속에 철핀이 있는데 그 핀을 뽑으려면 
또 다른 레일을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재수술은
포기한 중입니다.
어쨌든 퇴원 후 별 생각 없이  반팔 티를 입고 밖에 나갔다가
모르는 사람한테까지
팔이 왜 그러냔 소리에 질려
나시,반팔 티는 이제 입지 않습니다.
 
오늘도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가 문득
이 흉터가 '나이 들어서 생겨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체육이 든 날,혹은 무용 수업을 위해
옷 벗을 일이 얼마나 많았을 거며
남들 하복 입을 때에 혼자 춘추복을 입을 수도 없고
이런 저런 일 다 이겨낸다 해도
사랑하는 사람과 첫 잠자리를 할 때
어휴~어찌 그 앞에서 과감하게 옷을 벗겠습니까.
 
그런 생각을 하니
가슴 떨리는 애인 아닌 남편이 있고
여름,가을 땡볕에도 흉터를 커버해 줄 토시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했습니다.
 
둘.
생전 처음 해외 여행을 간 날.
너무 들떠서 숙소를 나와 잠시 주변을 걷는데
조깅하는 한 남성이 저를 보고
morning~하는 거예요.
그 나라는 처음 보는 사람한테도 아침 인사로
morning~ 하는가 봐요.
그때 전 너무 당황하여 못생긴 표정을 하며 지나갔습니다.'칫! 잘 생기기까지 하네'하면서.
 
저는 매일 같은 코스로 자전거를 타는데
어느 날부턴가 병원을 짓는다고 덤프가 오고 가는 거예요.
그러더니 연한 녹색 조끼를 입은 신호수가 생기고
양산도 아닌 커다란 검정 우산을 든 신호수는
쉬는 날도 없이 매일 일 하러 나왔습니다.비 오는 어떤 하루 빼고요.
평소에 그는 아침 일찍 현장에 나와
그늘도 없는 땡볕 아래 눈만 빠꼼히 내밀고
한가할 때면 전화 통화륻 하거나 유튭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았어요.
 
잠시라도 매일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계속
만난다는 게 불편하더라고요.
나잇대도 모르겠고 햇볕 때문에 얼굴을 온통 모자니 복면으로 휘감고 있어
아주머니 같긴한데 그, 혹은 그녀가 '사람이긴 한 건가'하는 생각까지 들던 어느 날
 
용기 내어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어요.
어머 그쪽에서도
안녕하세요? 받아주네요.여성스럽게요.
 
그렇게 인사하는 사이가 된 어떤 날부터
희한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제가 멀리서 오는 걸 보게 되면 그 신호수 여인이
앉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제 앞에서 90도 인사를 하기 시작한 거예요.
제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그렇게 황송한 인사를 하는지요.
생각지도 않게 그렇게 거한 인사를 받으니
저도 그녀를 만나기 백미터 전부터
인사할 준비를 하게 되고요..헤헤
 
82쿡 친구분들, 안녕하세요?
저는 수원에 사는 오랜 찐팬 봄날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눈팅을 이어가다 한번씩 소식 전하겠습니다.
 
IP : 116.43.xxx.47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쓸개코
    '24.10.13 7:42 AM (175.194.xxx.121)

    1. 상처는 남았을지언정 활동하는데 무리없이 수술이 된것 같아 다행이에요.
    큰 액땜하셨네요.

    2. 생각지도 못한 감동이에요. 저도 먼저 인사를 건네는 일이 드문 사람인데 상대가 인사해주면
    고맙더라고요. 그 신호수인 분도 원글님의 인사가 신선하고 고맙게 느껴졌나봐요.
    뭐든 시작이 어렵지 해보면 별것도 아닌것을..그쵸?^^

  • 2.
    '24.10.13 8:03 AM (114.200.xxx.141)

    모르는 누군가에게 선뜻 인사한다는게 참 쉽지가 않죠
    멋지세요
    우리애도 어릴때 다쳐서 팔에 상처가 있는데
    누군가는 끊임 없이 궁금해 하겠죠
    그래서 민소매는 안입고 칠부정도를 즐겨입어요ㅜㅜ

  • 3.
    '24.10.13 8:24 AM (125.135.xxx.232)

    어멋~안녕하세요^^
    오늘도 좋은 날 하십시오~

  • 4. 봄날
    '24.10.13 8:28 AM (116.43.xxx.47)

    어머,댓글 달아주신 분들이 제게도 인사를 건네시네요.언제나 행복하세요~

  • 5.
    '24.10.13 8:39 AM (211.195.xxx.240) - 삭제된댓글

    먼저 하기가 힘들지요.
    그런데 먼저 인사해도 못들은척 외면하는 분들도 있지 않나요?
    머쓱한거 극복하면 80%의 낯선 분들은
    인사 잘 받아주시고 잘 응해 주신다는 느낌.

  • 6. 원글님
    '24.10.13 9:59 AM (223.62.xxx.16)

    넘 귀엽고 긍정적이고 예의바른 분이시네요^^
    오늘도 좋은하루 보내세요~~~

  • 7. 수선화
    '24.10.13 8:32 PM (211.117.xxx.229)

    봄날 님이셨군요
    전에 쓰신글들이 크게 다쳣음에도
    담담하면서도 깊이가 있어 내심 팬이엇어서
    잘 계시는지 궁금해서 올린글인데
    주인공이 등판하셔서 직접 근황을 올려추셧네요 건강 하시다니 정말 다행이고 무엇보다 자전거를 다시 탄다시니 그 용기도 놀랍네요 제가 갑자기 소환시켜서 장문의 아름다운글로 또 감동 주시네요^^

    소식 들려주셔서 감사하고
    모쪼록 늘 건강 하십시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4505 알리오 올리오 할때 꼭 올리브유 써야 되겠죠? 7 요리바보 2024/10/13 1,519
1634504 자동차 연수를 받으려는데요 6 아기사자 2024/10/13 855
1634503 문다혜씨 보니 우리나라 법잣대가 제각각이네요 31 ........ 2024/10/13 5,371
1634502 남편과의 대화 9 2024/10/13 2,432
1634501 요새 유행하는 아부지 양복바지핏 5 어이쿠 2024/10/13 2,310
1634500 자기는 이런 일 취미로 한다고 유독 강조하는 사람들 4 ........ 2024/10/13 1,677
1634499 북한산 스타벅스 오픈런 8 케이크 2024/10/13 3,298
1634498 길 지나가는데 황당한일 8 ㅇㅇ 2024/10/13 2,561
1634497 강동구와 동작구 어디가 더 살기 편할까요? 22 2024/10/13 3,332
1634496 피부시술 경험 23 적당히 2024/10/13 3,591
1634495 유튜브 오디오북에 한강의 소설 1 오디오북 2024/10/13 1,105
1634494 55세 은퇴... 현금 10억 어떻게 운용하면 좋을까요? 6 이제 2024/10/13 4,050
1634493 무슨 진동일까요? 3 . . 2024/10/13 1,118
1634492 무릎 인공관절수술 아시는 분이요~ 12 ... 2024/10/13 1,225
1634491 주인과 겸상(?)하고 싶어하는 울 강아지 4 해피엔젤 2024/10/13 1,406
1634490 치즈는 짭짤해서 맛있나봐요 3 ... 2024/10/13 770
1634489 나이 80에 공공기관 일 다니는 이모 53 34vitn.. 2024/10/13 21,576
1634488 코스트코에서 산 진공포장기가 안되는데 7 진공 2024/10/13 1,064
1634487 전에 캐셔 10년 다니다 그만둔다고 7 .. 2024/10/13 2,868
1634486 얼굴 크고 넙대대한 40대 중반이예요 헤어스타일 추천 좀 해주세.. 3 ㅇㅇ 2024/10/13 1,735
1634485 여의도에서 홍대입구역 9 2024/10/13 680
1634484 저체중인 사람이 10개월전보다 체중이 더 줄었는데 컨디션은 나쁘.. 9 익명 2024/10/13 1,463
1634483 전세사기, 안 막나 못 막나…‘전세지옥’ 청년들의 절규 9 ... 2024/10/13 1,396
1634482 박위 송지은 결혼식에서 남동생 축사라는데... 61 ..... 2024/10/13 45,051
1634481 키로 베이커리 잘 아시는분 2 판교나 정자.. 2024/10/13 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