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는 요양원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입니다.

방글 조회수 : 5,074
작성일 : 2024-10-12 10:04:34

오랜만에 공지글을 읽고 저도 글을 한번 써보고자 합니다.

그동안 정치글이 하두 많아서 82를 잘 안보게 되는 원인이기도 했습니다만 저의 오랜 친구 82쿡을 외면할수 없기에 초보요양보호사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는 올해 24년 8월에 시험에 합격하여 자격증을 따고 10월 1일부터 요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요양보호사입니다.

2005년 귀농후 19년을 농사만 짓다가 이제 50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뭔가 다른일을 해야 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경력도 없는 우리 나이에 갈 만한 곳이 어디 있겠어요? 식당에서 일하는게 그나마 쉽게 취직을 할수 있는 일이죠.

그래서 학원을 다니고 백만년만에 공부하면서 시험을 치고 취직자리를 찾다가 요양원에 취직을 했습니다.

세상 처음 해보는 일이고 일반인들은 알지 못하는 요양원이라는 세계가 두렵기만 했습니다.  이제 겨우 2주밖에 되지 않은 초짜라 아직도 어리둥절하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하면서 선배님이 시키는 일만 왔다갔다하는게 다인데도 엄청나게 몸이 피곤하답니다.

저는 등산을 오래 해온지라 체력에는 자신이 있었는데도 진짜 피곤하더군요. 누우면 바로 기절입니다^^

그전에는 불면증이 있어 늦은 밤까지 잠을 잘 못잤는데 이제는 10시만 되면 완전 기절을 해서 자네요. 

 

엊그제는 내 평생 처음으로 야간 근무를 했습니다.

저녁 6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중간에 조금 자긴 하지만 그게 제대로 자는 것도 아니니 거의 날밤을 세운거나 다름 없었지요. 아침에 퇴근하니 딴세상에 온듯 새로운 기분이더라구요.

 

요양원에 근무하면 누구나 드는 생각,

나의 미래구나...

서글픈 일입니다.

 

웃기는 얘기 하나 해줄께요.

요양원에서 제일 대접 못받는 사람이 누군지 아세요?

뚱뚱한 사람이에요.

혼자서 기저귀를 갈고 침대에 바로 눕히고 하는 일을 해야 하는데 덩치 크고 뚱뚱한 사람은 진짜 얼마나 무거운지 몰라요. 그런분 케어하고 나면 제 허리가 아작날거 같이 힘들고 땀이 뻘뻘 나거던요. 게다가 와상어르신들이라 축 쳐져서 꼼짝도 못하시니 휠체어에 한번 앉히려면 어휴~ 몇사람이 달라붙어도 겨우겨우 들수 있어요.

저도 한 덩치 하는 여자라 우짜든둥 살을 빼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답니다^^

 

이제 겨우 2주된 초보 요양보호사가 뭘 알겠어요?

근데요..

어르신들 손잡고 말도 안되는 말 들어주고 똥도 닦아주고 밥먹여드리고 옷입혀드리고 하는 모든 일들이 제 적성이 맞는거 같아요. 뒤늦게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은거 같은 느낌이 들어요.

어르신들보면 마음이 짠해요.

 

ㅎㅎ

오늘 오랜만에 들어와 주저리주저리..

제 새로운 세상살이에 대해 떠들었네요.

 

82쿡이 다시 예전의 정감있는 곳으로 돌아온거 같아 참 좋아요.

IP : 124.153.xxx.38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4.10.12 10:07 AM (121.188.xxx.21)

    우와. 대단하세요.
    저도 살빼야겠다는 생각 먼저하고ㅎㅎㅎㅎㅎ
    진짜 적성아니면 못할것 같은 일인데..
    남의 몸 수발 해준다는게 어디 쉽니다요.
    아기도 아닌 어른을요.
    대단하십니다.
    존경스럽습니다.

  • 2.
    '24.10.12 10:08 AM (58.140.xxx.20)

    적성에 맞으신다니 천사시네요

    어르신들 학대한다는 기사들보면 맘아펐는데 이런글보니 흐뭇하면서 고맙네요
    우리동네도 요양원이 많이 생기는거보니 고령화시대인게 느껴지네요

  • 3. ^^
    '24.10.12 10:09 AM (115.92.xxx.169)

    좋은 분이신 것 같아요. 글에서 느껴지네요. 고운맘 변치 않고 건강하시길 바래요~

  • 4. 응원해요.
    '24.10.12 10:09 AM (121.188.xxx.245)

    적성에 맞는일을 하는건 진짜 행운이예요.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님덕분에 어르신들의 노후가 좀더 편안해지실거예요. 월급 받다보면 더 기쁨이 커질거예요. 저도 50넘어 어린이집에서 일하는데 정말 너무 행복해요. 돈은 덤이예요.

  • 5. ...
    '24.10.12 10:11 AM (115.138.xxx.181)

    원글님 같은 분들이 많으면 좋겠어요
    계속 그 마음 변치 않길 바랍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6. ...
    '24.10.12 10:11 AM (211.221.xxx.212)

    훌륭하세요.
    부디 허리 조심하시길 바래요.
    힘든 일 하시면서도 적성에 맞는다는 그 마음이 너무나 훌륭하십니다.

  • 7. 좋은 분이시네요
    '24.10.12 10:15 AM (118.235.xxx.129)

    좋은 하루 되세요!

  • 8. 레미
    '24.10.12 10:19 AM (211.234.xxx.154) - 삭제된댓글

    저 지금 시엄니 요양원 면회하고 나왔어요.
    요양보호사님이 따뜻한 표정만 보여주셔도
    보호자는 마음이 좋네요.
    간혹, 인상이 강하신분 뵈고 온 날은
    마음이 무거워요.
    잘 부탁드려요. 몸 챙기시구요!!!

  • 9. ...
    '24.10.12 10:20 AM (114.200.xxx.129)

    진짜 대단하시네요..ㅠㅠ 저는 요양원실습갔다가 절대로 내가 할수 없는 직업이구나를 제대로 알았어요... 거기에서도 원글님 같은 요양보호사들 많이 만났는데 그냥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만 들더라구요 ..

  • 10.
    '24.10.12 10:25 AM (175.113.xxx.230)

    멋지세요 적성에도 맞으시고 보람있는 직업이네요

  • 11. .....
    '24.10.12 10:25 AM (119.196.xxx.123)

    몸무게 50kg도 안나가시는 우리 엄마 이석증때문에 응급실 가는데...축 늘어지니 저혼자는 감당이 안되더라구요. 옷입히는것도 겨우 했어요. 결국 119 연락했어요. 그러니 뚱뚱한 어르신 케어하는게 정말 극한으로 힘들꺼에요. 그래도 그 요양원 어르신들은 원글님 같은 요양보호사 분이 있으셔서 복받으신거네요. 일하실때 꼭 허리 조심 하세요.

  • 12. 감사
    '24.10.12 10:28 AM (58.29.xxx.35)

    감사해요 힘든 일일텐데 좋은 마음으로 하시네요
    적성에 맞는 일 찾으셔서 축하드리구요
    꼭 건강 챙기시면서 일하시길요
    날씨가 선선하니 딱 좋죠?행복한 가을 되세요^^

  • 13. 엄마
    '24.10.12 10:30 AM (222.111.xxx.27)

    엄마가 요양원에 계셔서 더 공감이 가네요
    울엄마는 넘 날씬하셔서 다행입니다~~ㅋㅋㅋ
    멋지십니다

  • 14. 건강
    '24.10.12 10:36 AM (223.38.xxx.190)

    힘든 일 하시네요
    먼저 내몸부터 잘 챙기고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15. ..
    '24.10.12 10:37 AM (211.206.xxx.191)

    적성에 맞아야 길게 할 수 있어요.
    적성에 맞는다니 다행입니다.
    내 몸도 아파 질 시기이니 건강 잘 챙기면서
    즐겁게 일하시기를 바랍니다.
    원글님의 긍정 기운이 저에게도 전해집니다.

  • 16. 방글
    '24.10.12 10:37 AM (124.153.xxx.38)

    ㅎㅎ 잠시 사이 댓글이 달렸네요.
    저희 요양원은 밤에는 온도를 32도까지 올리거던요. 어르신들 감기 드시면 안되니까요.
    어휴~ 저는 야간근무하면서 반팔만 입고도 더워서 땀을 삐질삐질 흘렸네요.
    오늘은 쉬는 날이고 내일 근무하러 갑니다. 일하러 가는게 즐거워요.
    모든 요양보호사 선생님들이 얼마나 열심히 케어하시는지 몰라요. 밖에서 볼때와 완전 달라요. 집에서는 아무리 효자라도 절대로 그렇게 잘 케어해줄수 없을거 같습니다.
    물론 딱딱하신 선생님도 있지만 그건 성격이 그런거지 일부러 그러는거 아닌거 같아요.

  • 17. 대단하세요
    '24.10.12 10:43 AM (119.204.xxx.71) - 삭제된댓글

    아는분도 노인분 상대 하는 일이 적성에 맞아 즐겁게 하시던데
    전 정말 자신없는일이예요^^;;;
    요양보호사일은 더더군다나요. 대단하십니다. 엄지척

  • 18. 적성에
    '24.10.12 10:58 AM (180.68.xxx.158)

    맞는 일이
    천직이죠.^^
    그래도 건강관리 잘하시구요.

  • 19. 계신데가
    '24.10.12 11:15 AM (114.203.xxx.205)

    어딘지 알고 싶네요.
    그나저나 32도면 넘 높은거 아닌가요?
    간병할때 요령도 있더라고요. 모쪼록 본인 몸도 아끼면서 일하시기를요.

  • 20. 구절초
    '24.10.13 3:19 PM (106.101.xxx.199)

    대단해요.
    마음이 이뻐요.
    어르신들이 복이 많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3793 대학병원은 보험청구할 서류 뗄려면 3 보험 2024/10/12 445
1633792 BTS 진 슈퍼참치(방탄팬분만) 6 1111 2024/10/12 770
1633791 죽기전 자녀에게 증여 가능할까요? 4 ㅇㅇ 2024/10/12 1,243
1633790 저도 생존신고요,, 예전글 다시보기하다가... 1 2024/10/12 361
1633789 2006년도에 적극 동참 2024/10/12 187
1633788 피타브레드로 젤 간단하게 먹으려면???? 12 .. 2024/10/12 1,139
1633787 저 오늘 약간 사납습니다 38 사자인가 2024/10/12 4,974
1633786 고마운 82 4 그레이프 2024/10/12 480
1633785 펌) 인간 관계의 명언 2 ..... 2024/10/12 2,364
1633784 멀리있는 친구가..한강작가님 덕분에 원서. 책맘꿈맘 2024/10/12 869
1633783 미국갈때 궁금해요 31 나유타 2024/10/12 1,779
1633782 지방에서 서울 이문동으로 이사 예정인데요. 1 이사 2024/10/12 890
1633781 피부좋고 외형이 건강해보이면 대체로 건강한가요? 4 ㅇㅇ 2024/10/12 1,351
1633780 2010년 여름 가입자의 82활용법 9 나를부르는숲.. 2024/10/12 512
1633779 살찌는 아들 살 안(못)찌는아들 5 가을 2024/10/12 844
1633778 여왕벌과 시녀들 사이에서 5 강한사람이 2024/10/12 1,388
1633777 간호학과 취업도 힘드네요 7 제발 2024/10/12 3,056
1633776 오페라덕후님 감사합니다 2 감사 2024/10/12 487
1633775 보수종편 뉴스,한강작가 수상관련비교 1 방송국 2024/10/12 828
1633774 외국인 친구 1 서울사람아님.. 2024/10/12 449
1633773 중국인이 한국명의 도용해서 임영웅 티켓 싹쓸이 후 암표장사 했다.. 3 ... 2024/10/12 1,279
1633772 가을여행 2024/10/12 292
1633771 일전에 아이 독일가는 거 문의했던 엄마예요 11 독일 2024/10/12 1,246
1633770 토요일 지하철 풍경 2 눈부신오늘 2024/10/12 954
1633769 아침 부페 먹는 중인데..ㅋㅋ 16 하하하 2024/10/12 3,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