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한강 작가의 시집

... 조회수 : 821
작성일 : 2024-10-12 09:38:40

한강 작가가 시로 먼저 등단했다는건 많이 알고 계실것 같아요. 소설의 문체가 뭔가 다른 소설가들과는 확실히 다른, 사라질듯 아름다운 무언가를 가까스로 붙잡고 있는 느낌이 드는것도 그래서인것 같아요

 

소설이야기는 많이들 하시니

제가 좋아하는 한강작가의 시를 하나 올려봅니다

한강작가의 시집도 추천합니다

 

서시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 사이,

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

어리고

지워진 그늘과 빛을

오래 바라볼 거야

떨리는 두 손을 얹을 거야

거기, 당신의 뺨에,

얼룩진.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시집에서

IP : 122.35.xxx.17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24.10.12 10:04 AM (211.234.xxx.209)

    불안한 마음에 위로가 되네요ㅜㅡ
    예약 구매해서 기다리는 중인데 얼른 읽고 싶네요

  • 2. 위로
    '24.10.12 10:05 AM (118.235.xxx.158)

    원글님의 마음과 올려주신 시 한편에 잔잔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강 작가의 시집을 구해 볼게요. 가슴이 아파서 작가의 소설을 읽지는 못하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8482 인터넷 쇼핑몰 의류(안나앤블루) 7 가을엔 2024/10/23 3,115
1638481 미역국 끓일때 참기름을 왜 넣으시나요? 35 궁금해요 2024/10/23 5,207
1638480 파킨슨이 갑자기 나빠질수 있나요? 10 ㅇㅇ 2024/10/23 2,175
1638479 강아지 외부 기생충 예방? 11 궁금 2024/10/23 642
1638478 '신행'간 조세호..커플 샤넬 카디건만 1600만원 67 2024/10/23 31,874
1638477 시금치나물무침 맛나게 하는 방법중 하나가.. 6 소스테누토 2024/10/23 2,654
1638476 국정감사 - 김선민, 지방의료원 붕괴/ 응급실 제한메세지 관리 .. 3 ../.. 2024/10/23 601
1638475 손가락 퇴행성 관절염 12 슬프네요 2024/10/23 2,887
1638474 용산 내부적으로 김건희 시골로 요양 보내는것도 고려중 24 ... 2024/10/23 5,307
1638473 채식주의자를 읽은사람이 진심 청소년에게 적합하다고 29 2024/10/23 4,976
1638472 솔직히 이젠 꼴보기도 싫어 7 굥피로 2024/10/23 3,481
1638471 일단짜리 낮은 공기청정기도 효과 있을까요? .. 2024/10/23 372
1638470 40대 요즘 대충 요런 마인드로 살아요. 5 2024/10/23 4,480
1638469 보증금반환 질문이요 1 임대인 2024/10/23 492
1638468 법인카드 내역 숨긴 축구협회, 부회장 배우자 식당에서 최고액 사.. 1 ... 2024/10/23 1,334
1638467 의사국시 실기 합격률 76% 5 000 2024/10/23 2,025
1638466 저만의 특수한 도자기를 만들고 싶은데요 4 .. 2024/10/23 495
1638465 갑상선암은 알려진 인식이랑 많이 달라요. 40 ㅇㅇ 2024/10/23 19,874
1638464 70대아버지 20년째 상간녀가 10 육군 2024/10/23 6,886
1638463 저도 자녀있는데 그냥 애들 얘기하면서 3 애들 2024/10/23 1,499
1638462 아이들 키울때 너무 잘해주면 안좋은거 같아요 14 너무 잘해주.. 2024/10/23 5,403
1638461 저희 아들 진짜 무난한거 같아요..ㅋㅋ 37 .. 2024/10/23 6,637
1638460 명태균 게이트/ 퍼즐이 맞춰지네요 32 .... 2024/10/23 4,634
1638459 갑상선 암- 수술 안하는 케이스도 있나요 13 레드향 2024/10/23 2,432
1638458 같은 회사의 다른 부서에서 정규직 공고 20 같은 2024/10/23 3,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