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한강 작가의 시집

... 조회수 : 787
작성일 : 2024-10-12 09:38:40

한강 작가가 시로 먼저 등단했다는건 많이 알고 계실것 같아요. 소설의 문체가 뭔가 다른 소설가들과는 확실히 다른, 사라질듯 아름다운 무언가를 가까스로 붙잡고 있는 느낌이 드는것도 그래서인것 같아요

 

소설이야기는 많이들 하시니

제가 좋아하는 한강작가의 시를 하나 올려봅니다

한강작가의 시집도 추천합니다

 

서시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 사이,

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

어리고

지워진 그늘과 빛을

오래 바라볼 거야

떨리는 두 손을 얹을 거야

거기, 당신의 뺨에,

얼룩진.

 

한강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시집에서

IP : 122.35.xxx.17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24.10.12 10:04 AM (211.234.xxx.209)

    불안한 마음에 위로가 되네요ㅜㅡ
    예약 구매해서 기다리는 중인데 얼른 읽고 싶네요

  • 2. 위로
    '24.10.12 10:05 AM (118.235.xxx.158)

    원글님의 마음과 올려주신 시 한편에 잔잔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강 작가의 시집을 구해 볼게요. 가슴이 아파서 작가의 소설을 읽지는 못하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6547 치과에 검진가면 의사야 뭐하.. 2024/10/12 370
1636546 술담배하면 더 빨리늙나요? 6 ㅇㅇ 2024/10/12 1,557
1636545 저는2003년 1 2003 2024/10/12 474
1636544 날씨가 너무좋아 1 투표 2024/10/12 487
1636543 제가 가입한 해 3 2008년 2024/10/12 320
1636542 잔주름과 굵은주름 어떤게 더 늙어보여요? 3 주름 2024/10/12 1,141
1636541 뭐라도 써야겠기에 6 over60.. 2024/10/12 557
1636540 앗!!!!! 소년이 온다!!!! 책 왔어요!!!!! 14 아아아아 2024/10/12 2,879
1636539 생존 신고 1 안녕물고기 2024/10/12 373
1636538 칭다오 여행 궁금하신 분 28 .... 2024/10/12 1,508
1636537 유연성이 정말 중요하군요! 7 부상 방지 2024/10/12 2,208
1636536 '53세'박소현 이상형“술·담배 NO,경제적여유 있는 남자” (.. 7 ㅇㅇㅇ 2024/10/12 4,797
1636535 퇴직하면 그냥 쉬라는 말이 고맙네요 3 2024/10/12 2,011
1636534 한가한 휴일이네요 1 비와외로움 2024/10/12 483
1636533 운영자님 공지 봤는데...글이 너무 줄고 있다고.. 18 ㄴㅇㄹㅇㄴㄹ.. 2024/10/12 4,222
1636532 경남 소식 참꽃 2024/10/12 523
1636531 고등어 18마리 구워 식히는 중임다 29 놀랐지 2024/10/12 6,636
1636530 10월 로마 덥네요 7 ㅁㅁㅁ 2024/10/12 972
1636529 안녕하세요~ 바람 2024/10/12 216
1636528 완연한 가을날씨네요 2 2024/10/12 665
1636527 육아는 정신적으로도 힘들던데요 2 we32 2024/10/12 949
1636526 일상, 평범함의 행복.... 2 초록 2024/10/12 1,014
1636525 편평형 사마귀 레이저나 냉동치료 말고 다른 방법으로 고쳐보신 분.. 2 ** 2024/10/12 777
1636524 바보같은 질문같은데요...운동관련 3 2024/10/12 836
1636523 기분전환 머리하고 왔어요 3 셋팅펌 2024/10/12 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