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노벨문학상 소식듣고 하루종일..

광주사람 조회수 : 5,149
작성일 : 2024-10-11 15:04:05

결혼하고 타지에 살고 있기는 하지만

광주가 고향이라는 사실이 늘 자랑스러웠고 빚진마음이 있었어요

5.18이 일어났을 때 저는 겨우 생후 4개월이었죠.

초등학교때부터 최루탄냄새를 맡고 하교를 하고

충장로에 나가면 무장한 전경들이 쫙 깔려있는 풍경들

데모하는 대학생 언니 오빠들을 보는 건 흔한일이었고

가끔 가까이에서 언니 오빠들을 응원하면 씽긋 웃어줬던 기억들

버스가 양영학원을 돌 때 돌이 날라와 버스바닥에 엎드렸던 기억들

김대중대통령이 당선된 날 친척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도청으로 달려가셨죠

5.18이 되면 초등학교 때부터 선생님들은 그날의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어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요. 5.18은 광주시민의 정신속에 있어요.

전남대를 입학한 후 수업과제로 망월동묘지와 5.18기념관을 보고 난 후 동기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집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렸던 장면도 기억나요. 

전일빌딩 도서관에서 공부도 많이 했는데 정작 그때는 그 건물이 5.18때 헬기에서 총을 쏴서

흔적이 남은 곳이란 걸 몰랐어요. 

 

세월이 흘러 아이들을 낳고 타지를 옮겨다니며 살 때마다 광주사람이라는 걸 늘 자랑스럽게 얘기했어요

은근한 비하와 무시, 차별을 경험한 적도 있어요. 그때는 불쾌해하며 싸우기도 했죠. 

지역혐오 지역차별은 같잖게 느껴졌어요. 

지금도 중고생이 된 제 자녀들 세대에도 그런 분위기가 흘러온다는 것이

화도 나고 가슴이 아파요

저희 아이들은 부모가 광주사람이어서, 자기들도 전라도 사람인걸 자랑스러워해요. 

그리고 다행히 다른지역을 폄하하지도 않아요. 

그런 생각들은 이제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죠. 

 

한강 작가님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듣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과 함께 지나온 기억들이 떠오르네요. 

제주 4.3사건, 5.18..

가슴아픈 현대사속에서 직접 그 일을 겪으신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소식이기를 

진심으로 바래요. 

하루종일 울컥울컥 눈물이 나서 독백같은 글을 남겨봅니다. 

 

IP : 1.249.xxx.186
2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진심
    '24.10.11 3:09 PM (122.43.xxx.66)

    광주분들 존경합니다......전 갱상도사람이예요.
    늘 미안한맘 있답니다 ㅠ

  • 2.
    '24.10.11 3:10 PM (210.96.xxx.10)

    맞아요
    김영하 작가님 말처럼 우리는 광주에 빚졌어요
    (체류탄 x-> 최루탄 o)

  • 3. 진심
    '24.10.11 3:11 PM (122.43.xxx.66)

    갱상도엔 무식하고 무지한 사람이 많아요..그런 게 너무 마안해요. 이런 생각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여기 익명이라 제맘을 적어 보는 거죠. ㅎㅎ

  • 4. 감성이대단
    '24.10.11 3:14 PM (125.136.xxx.28)

    하시네요. 한강 작가 축하만 했는데....

    공감합니다.


    가슴아픈 현대사속에서 직접 그 일을 겪으신 많은 분들에게 위로가 되는 소식이기를

    진심으로 바래요. 222

  • 5. 광주사람
    '24.10.11 3:14 PM (1.249.xxx.186)

    앗 최루탄 맞아요. 정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경상도 아니었어요. 다른 지역이었답니다.
    다른지역을 비판하려는 의도는 없어요.
    그냥 광주 사람으로서 경험한 것을 적은거에요.

  • 6.
    '24.10.11 3:15 PM (211.234.xxx.102)

    저도 종일 울컥해요. 우리나라 한글 위상이 높아진거 이상
    이런 일련의 가슴아픈역사를 잊지않게 글로써주셔서 더
    의미가 있는거같아요. 세계적으로도 과거,그리고 지금도 일어나고있는 많은 공권력앞에 희생된 많은 시민들의 생이 결코 헛되지않았다는걸 보여주는거같아요 ㅜ

  • 7. 고마워요
    '24.10.11 3:17 PM (218.238.xxx.47)

    충청도에서도 존경의 마음 보내드립니다.
    소설이 너무 어둡고 참혹하다 하지만
    어떻게 현실보다 참혹하겠어요.
    죄송하고 고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라도분들 너무 좋아합니다~

  • 8. 저는
    '24.10.11 3:18 PM (203.211.xxx.243) - 삭제된댓글

    93학번이었는데 그 때만 해도 등록금투쟁을 했었어요.
    등록금 투쟁한다고 모이라 해서 집회에 갔는데 무대에 나온 학생이 광주 얘기를 했었어요. 서울에서 태어나서 서울 쭉 살았어서 그랬는지 무심해서 그랬는지 그 때 처음 들었었는데 대체 왜 등록금 투쟁이랑 관계도 없는 걸 얘기하나 시큰둥했던 기억이 나요.
    나중에 한참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내용 알고 정말 미안했던 생각이나요. 그 때 좀 제대로 들어나 볼걸하고요. 이제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어서 다행이에요.

  • 9. 저도저도
    '24.10.11 3:33 PM (211.218.xxx.238)

    전라도 음식도 좋아하고 역사적으로도 그 의지와 투지 소명 존경합니다

  • 10. 333
    '24.10.11 3:34 PM (39.7.xxx.143)

    광주분들 존경합니다.... 22222222222

  • 11. 저도 전라도
    '24.10.11 3:42 PM (49.174.xxx.221)

    5.18 그때 중2였어요
    얼굴색이 창백한 국사선생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셨어요. 역사책을 눈앞에 가까이 대보세요 글씨가 보이나요?
    그리고 조금 더 멀리 놓고 보세요 이제 글씨가 제대로 보이죠?
    역사는 그런겁니다.
    몇십년이 지났는데도 그순간 선생님 음성이 또렷하네요

  • 12. 다시 한 번
    '24.10.11 3:47 PM (14.52.xxx.37)

    광주분들 존경합니다.3333333
    광주는 한 번도 가보지 않았는데
    기회가 되면 꼭 가보고 싶어요

  • 13. 광주입니다
    '24.10.11 4:01 PM (39.7.xxx.34) - 삭제된댓글

    초등 고학년였습니다.5.18때
    그때 광주사태라 했는데
    저희 집에 온 트럭탄 대학생들이 나중에 역사에 증인이 되어달라 했어요
    도청가까워 엄마가 주먹밥해서 트럭에 싫어줬거든요.
    도청에 관놔두고 봐달라 했고 역사증인

    어린 기억에 티비서는 계속 폭도라고 나오는데 역사가 기억할까 우린 어떻게 되는걸까

    그리곤 사는내내 5월만 되면 아팠어요.
    그날밤 총성이 유독 심했고 부모님과
    동네분들이 말했어요. 그학생들 다 갔겠다.

    광주 친구들
    다들 대구,부산,서울 이사가면 사투리 안씁니다. 왜그런지는 알듯 했어요.
    어린기억에 광주사태,폭도는 멍든 가슴이었던듯 합니다.

  • 14.
    '24.10.11 4:17 PM (121.141.xxx.12)

    광주분들 존경합니다.44444444444
    그리고 위로드립니다

  • 15. ...
    '24.10.11 4:34 PM (121.157.xxx.153)

    마음껏 기뻐하세요 저도 너무 기쁩니다

  • 16. ㆍㆍ
    '24.10.11 4:55 PM (118.33.xxx.207)

    김대중 대통령
    한강 작가님
    두 분 다 광주와 연결되어있죠.
    세상은 이렇게 평가하는데 정작 국내에서는...

  • 17. 광주사람
    '24.10.11 4:57 PM (1.249.xxx.186)

    아픈 기억을 꺼내게 해드린 것 같아 죄송합니다.
    초등, 중등때면 다 기억이 나실텐데 멍든가슴이란 단어가 너무 아립니다.

  • 18. 진심
    '24.10.11 5:03 PM (122.43.xxx.66)

    그 무렵 교사였는데 가정실습 기간에 맘맞는 선생님들과 망월동에 갔었어요. 꼭 가봐야 할 것 같아서요. 부산 이번 총선에 야권 국회의원 한자리밖에 안됐지만 낙선된 분들 투표율이 거의 40프로를 넘었어요. 희망을 가집니다. 이 작은 나라가 하루 빨리 정서적인 거리가 옶어져야 할텐데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될까???요???ㅠㅠ

  • 19. 저두...
    '24.10.11 5:38 PM (78.198.xxx.199)

    원글님 글 읽으니 저도 아스라한 기억들이 자꾸 떠오르네요. 80년도 막바지에 태어났고 아버지 직업상 광주에는 중, 고등학교 시절 4년만 살았을 뿐인데 조대 근처의 고등학교를 다녀서 등하교길에 만난 데모하는 언니 오빠들. 그리고 젊디젊 청카바 입고 일렬로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대기하고 있던 전경 오빠들이 천진난만하게 장난 거는 것도 기억에 남네요. 데모하는 학생들, 전경들 지금 떠올리면 정말 다 어렸어요ㅠㅠ. 기억을 떠올리 알싸한 최류탄의 향기가 아직도 코 끝에 남아 있는 거 같네요.
    고등 졸업 후에는 수도권으로 온 가족이 이주했고, 타지에 살며 원글님이 느끼셨던 그 은근한 차별. 저도 알아요. 광주가 고향인 울 엄마는 말투에 사투리가 남아 있었죠. 교회에서 만난 어느 분이 엄마에게 "집사님은 다 좋은데 전라도 출신이라 친해지기 쫌 그래" 이 말을 들었을 때 기가 막히더라구요 (참고로 그 집사님 경상도 출신 아니심..ㅎㅎ)
    해외에 터잡고 산 지도 어언 십년. 이곳 언론에서도 대서특필 중인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 소식에 벅차오르는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흔히 말하는 국뽕감정을 넘는 뭔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에요.

  • 20. 포로리2
    '24.10.11 6:55 PM (39.7.xxx.15)

    저랑 같은 80년 1월생이시군요. 저는 서울 출생이지만요.
    언젠가 문득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 해 5월, 광주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를 잃고 수많은 부모들이 자식을 잃으며 피울음을 토해내는 동안 갓난아기인 나와 우리 가정은 아무 것도 모른 채 단칸방에서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구나.. 정말 아무 것도 모른 채 일상의 행복, 가정의 행복을 버젓이 누리고 있었겠구나.. 그 생각을 하면서 많이 울었어요.
    광주 시민 분들 언제나 존경하고 감사하고 빚진 마음입니다.
    한강 작가님의 수상으로 비로소 5.18과 4.3이 세계사적 지위를 인정받게 된 것 같아 기쁩니다. 여전히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자들이 있지만요.

  • 21. @@
    '24.10.11 7:31 PM (118.235.xxx.215)

    늘 빚진 맘으로 사는이로서 광주분들 정말 고맙고 죄송하고 그렇습니다 .
    피의 민주화가 이뤄낸 현재인데 지금은 --;;

  • 22. 광주사람
    '24.10.11 10:54 PM (122.252.xxx.40)

    함께 아파해주시고 기뻐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밤 되세요

  • 23. 광주분들께
    '24.10.12 1:20 AM (61.254.xxx.115)

    감사합니다.모든국민이 빚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대대손손 기억할것입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4381 날씨가 너무좋아 1 투표 2024/10/12 527
1634380 제가 가입한 해 3 2008년 2024/10/12 362
1634379 잔주름과 굵은주름 어떤게 더 늙어보여요? 3 주름 2024/10/12 1,182
1634378 뭐라도 써야겠기에 6 over60.. 2024/10/12 588
1634377 앗!!!!! 소년이 온다!!!! 책 왔어요!!!!! 14 아아아아 2024/10/12 2,927
1634376 생존 신고 1 안녕물고기 2024/10/12 407
1634375 칭다오 여행 궁금하신 분 26 .... 2024/10/12 1,627
1634374 유연성이 정말 중요하군요! 7 부상 방지 2024/10/12 2,248
1634373 '53세'박소현 이상형“술·담배 NO,경제적여유 있는 남자” (.. 7 ㅇㅇㅇ 2024/10/12 5,232
1634372 퇴직하면 그냥 쉬라는 말이 고맙네요 3 2024/10/12 2,073
1634371 한가한 휴일이네요 1 비와외로움 2024/10/12 520
1634370 운영자님 공지 봤는데...글이 너무 줄고 있다고.. 16 ㄴㅇㄹㅇㄴㄹ.. 2024/10/12 4,262
1634369 경남 소식 참꽃 2024/10/12 564
1634368 고등어 18마리 구워 식히는 중임다 29 놀랐지 2024/10/12 6,695
1634367 10월 로마 덥네요 7 ㅁㅁㅁ 2024/10/12 1,010
1634366 안녕하세요~ 바람 2024/10/12 248
1634365 완연한 가을날씨네요 2 2024/10/12 702
1634364 육아는 정신적으로도 힘들던데요 2 we32 2024/10/12 992
1634363 일상, 평범함의 행복.... 2 초록 2024/10/12 1,049
1634362 편평형 사마귀 레이저나 냉동치료 말고 다른 방법으로 고쳐보신 분.. 2 ** 2024/10/12 832
1634361 바보같은 질문같은데요...운동관련 3 2024/10/12 866
1634360 기분전환 머리하고 왔어요 3 셋팅펌 2024/10/12 873
1634359 한샘 1인 리클라이너 써보신 분 2 oo 2024/10/12 535
1634358 우리 할머니 8 그냥저냥 2024/10/12 1,203
1634357 명동성당 근처 손님대접 식당 추천 부탁드려요~^^ 9 명동 2024/10/12 1,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