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떤 오래된 사랑

에휴 조회수 : 3,977
작성일 : 2024-10-04 19:38:28

사촌동생이 저랑 한 살 차이인데 1월생이라 학번이 같고 같은 학교에요. 지금으로부터 이십년도 한참 더 전에(정확히는 안쓰려고요, 혹시 몰라서) 그 사촌 남동생이 제 기숙사 룸메이트를 보고 사랑에 빠졌어요. 팔이 안으로 굽는다지만 제 사촌동생이 외모는 훨씬 나았어요. 과, 동아리 할 거 없이 여러 여학생이 대시할 정도로요. 제 룸메이트는 외모는 평범 쪽에 가까운데 빨간머리 앤이 떠오르는 분위기였어요. 씩씩하고 솔직하고 긍정적인...제 기숙사 친구들이랑 사촌의 친구들이랑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사촌이 완전히 반했던 것 같아요. 제가 둘 만나는 자리를 주선했는데, 그 룸메이트가 만나고 오더니 좋은 친구로 지내기로 했대요. 이런 남자가 왜 나를? 싶을 정도로 괜찮은 사람이지만 연애감정은 안든대요.자기도 이유를 모르겠대요. 뭐 그럴 수 있죠. 만인의 연인 연예인도 호불호가 갈리니까요. 

 

근데 그 후로 사촌동생이 연애를 안하더라고요. 제가 걔 일거수일투족을 다 아는 건 아니지만 학교에서 종종 마주쳐도 여친이랑 있는 걸 못봤어요. 사촌이지만 어려서 같은 동네에서 자라서 형제처럼 컸는지라 속내 얘기하는 편이었는데 여자 얘기 나오면 말 돌리고 그 아이 어머니인 이모도 저한테 오히려 물어보시더라고요. 몇 년 전에 이모 돌아가셨을 때 제가, 이모가 너 결혼 많이 바라셨다 하니 처음으로 말 돌리지 않고 자기도 안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비혼주의냐 왜 결혼 안했냐, 선도 많이 보지 않았냐, 하니(선호도 높은 직업이라 선 자리가 많이 들어온 걸로 들었음) 농담처럼 첫사랑을 못잊어서? 그러더라고요. 첫사랑이 누군데? 하니 누나도 아는 사람, 그러는 거에요. 장례식장에서 상주와 오래 나눌 대화는 아니라 그러고 말았는데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게 농담인지 진담인지, 진담이면 이게 말이 되는 소린지, 그 둘은 두어번 만난 게 다인데 그걸 못잊는다고? 어이가 없었어요. 

 

그 룸메이트와는 지금까지 아주 가끔 연락하는데 얘도 연애사가 순탄치 않더니 12월에 결혼한다고 연락이 왔어요.  그 친구가 몇 년 전에, 자기가 만난 남자들 중에 네 사촌이 제일 괜찮은 남자였는데 그 땐 눈이 나빴나, 농담처럼 말했었는데 그 때라도 둘이 다시 만나게 해줬어야 하나 부질없는 생각이 드네요. 

 

절절한 첫사랑과 결혼해서 소 닭 보듯 하는 사이가 된 저는 사랑이란 게 있기나 한가 싶은데 사회생활 멀쩡히 하고 분명한 이성애자 남자가 저럴 수도 있나 싶네요. 

IP : 211.234.xxx.130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_ㅇㅇ
    '24.10.4 7:46 PM (118.235.xxx.53)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고 다양한 사랑의 종류가 있으니
    전 가능하다고 봅니다

  • 2. 아마
    '24.10.4 7:50 PM (211.223.xxx.123)

    그 사촌동생의 대답이 정답이겠죠. 농담 반 진담 반...이지만 진심도 섞인.
    님 말처럼 몇 년 전에 자연스레 소식 전해 줘 봤으면 좋았을텐데 이제 나이들이 40중반 넘으신거죠?
    지금은 또 애매해졌군요.

  • 3. 아마님
    '24.10.4 7:52 PM (211.234.xxx.188)

    나이도 나이지만 그 룸메이트가 12월에 결혼한다고 연락 왔어요;;;^^

  • 4. 아마
    '24.10.4 7:53 PM (211.223.xxx.123) - 삭제된댓글

    읽었어요..그러니 애매해졌다고요 후회는 돼도 어쩔 수 없는.

  • 5. 아마
    '24.10.4 7:54 PM (211.223.xxx.123)

    읽었어요..그러니 애매해졌다고요 후회는 돼도 어쩔 수 없는.것도 운명이죠 뭐

  • 6. 그러게요ㅠ
    '24.10.4 7:55 PM (211.234.xxx.188)

    인연이 아니었겠지 생각하지만 마음이 괜히 싱숭생숭하네요

  • 7. ...
    '24.10.4 7:57 PM (116.36.xxx.74)

    사촌동생에게는 소식 알려보면 어떨까 싶네요. 12월에 결혼한다고.

  • 8. 점셋님
    '24.10.4 8:03 PM (211.234.xxx.188)

    그럴까 잠깐 생각했는데 지금은 굳이..싶어요...영화라면 남주가 여주 찾아가서 예정된 결혼 깨고 해피엔딩이겠지만 현실에서야...

  • 9. 혹시
    '24.10.4 8:32 PM (180.68.xxx.158)

    친구가 12월에 결혼한다는 남자가
    누구인지 물어보셨나요?
    님 사촌 아닐까요?

  • 10. 혹시님
    '24.10.4 8:39 PM (211.234.xxx.13)

    저 빵 터졌습니다;;^^ 사촌동생 며칠 전에 친척 모임에서 만났어요. 정말 그러면 참 좋겠지만 현실은 영화와 다른..

  • 11. ㅇㅇ
    '24.10.4 8:44 PM (5.255.xxx.108)

    그럼 룸메이트는 마흔 넘어서 결혼하게 된 건가요?
    그 전에 둘이 만날 일이 없었던 건지 안타깝네요.

    저도 아는 남자 조카가 지금 40살인데
    20대 때 오래 첫 연애했던 여자를 못 잊어서
    연애도 안 하고 결혼도 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 여자도 동갑이고 아직 결혼 안 했는데
    굳이 둘이 만나지는 않는다고...

  • 12. 막상
    '24.10.4 9:18 PM (70.106.xxx.95)

    살아보거나 연애해봤으면 달랐을수도 있는데.

  • 13.
    '24.10.4 9:23 PM (59.16.xxx.198)

    좀 아쉬운 인연이네요...
    3자로써 원글님같이 그런 생각들것 같아요

  • 14. ..
    '24.10.6 5:02 AM (113.10.xxx.82)

    인연은 억지로 안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그리워하는 대상 한 사람쯤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1563 냉장고에서 바스락 소리가 나요 4 min 2024/10/05 1,861
1631562 호두 지퍼백에 들은채로 3달정도 됐는데 먹어도 되나요? 4 호두 2024/10/05 1,466
1631561 쪽파 원래 이 가격인가요? 8 언니들 2024/10/05 2,690
1631560 중학생 아이가 종아리가 너무 단단해요. 5 ㅡㅡ 2024/10/05 2,094
1631559 불꽃놀이 현장에서는 음악 안들리나요? 3 ㅇㅇㅇ 2024/10/05 1,702
1631558 요새 저 시간까지 술집이 하는것도 놀랍네요 3 2024/10/05 2,526
1631557 흑백요리사처럼 몰입감 좋은 프로 추천해주세용 5 넷플서볼게요.. 2024/10/05 2,001
1631556 윤석열은 대통령 지분이 없거나 아주 쪼끔이라네요 9 그게 2024/10/05 3,585
1631555 통후추통 쓰고 버리나요? 7 ㅜㅎ 2024/10/05 2,292
1631554 오늘 불꽃축제 역대급 아닌가요? 25 와우 2024/10/05 20,656
1631553 낼 함안갑니다 1 블루커피 2024/10/05 1,043
1631552 횡단보도에서 양보운전 2 안전제일 2024/10/05 916
1631551 온 산의 소나무가 다 죽어 갑니다. 12 소나무야 2024/10/05 6,670
1631550 세계불꽃축제 소음이 너무하네요 11 아이구 2024/10/05 5,883
1631549 대통령실 용산 이전 숨겨진 천문학적 비용 8 명신이너진짜.. 2024/10/05 2,705
1631548 문프가 딸 엄벌해달라고 글올렸으면 26 답답해 2024/10/05 8,639
1631547 이혼숙려 아내들 문신 7 Go 2024/10/05 6,403
1631546 야채볶음밥 매일먹으면 몸에 안좋을까요? 5 ?? 2024/10/05 2,451
1631545 이럴경우 해야되나요? 자궁적출 2024/10/05 531
1631544 동대구쪽 맛집있나요? 12 ........ 2024/10/05 1,161
1631543 문재인, 음주운전은 살인. 초범부터 엄벌 8 . . . 2024/10/05 4,822
1631542 개그우먼 심진화 진짜 대단한 사람이네요 45 우와 2024/10/05 31,450
1631541 10살 정도된 초딩들한테 반했어요 8 따뜻 2024/10/05 3,421
1631540 요양등급 받으려면 못걸어야 하나요? 24 ??? 2024/10/05 3,091
1631539 엔딩을 왜이리 흐물흐물하게 끝냈을까요ㅠ 3 백설공주 2024/10/05 4,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