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고난뒤 공기중에 부는 바람결속에
찬기운이 돌아요.
가을이 성큼 다가온거지요.
이런날, 갑자기 다정한 친구랑
커피숍에서 따듯한 커피라도 한잔 하고싶은데
또 막상 그럴 친구가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서
생각끝에
제가 잘가는 미용실을 가기로 했어요.
흰머리가 서너개씩 보이기 시작하는데다가
앞머리도 몇밀리 자랐는데
그게 은근히 시야를 가렸거든요.
미용실이 있는 골목초입에 들어섰는데
선녀보살이라고 절표시가 그려진 왼쪽건물간판에
매달린 작은 종이 땡그랑 땡그랑
바람이 불자 맑게 울려퍼지고 있었어요.
예전엔 보살이라고 하면 탱화그림속 부처님등뒤로 가득 앉아있는
그 수많은 스님들인줄 알았는데
문득, 모든 중생들이 성불할때까지 지옥에 끝까지
남아있겠다는 지장보살에 대한 글을 읽고
마음의 위안을 크게 받은 기억이 다시 또 떠올라
컴컴하고 외로워 보이는 점집앞에서
혼자 또 감동하면서 골목길을 내려갔어요.
원장님, 제 어깨에 가운을 두르고 염색약을
꼼꼼히 바르던중
친구분이 찾아오셨습니다.
제가 11시에 갔는데 그전에 파마와 샴푸를 끝내고
가신 아저씨한분이 떠나고 어찌하다보니
시간이 어느덧 12시 반
뒷머리를 잡아당기며 가위질을 하는 원장님손끝이
너무 매섭고 고개가 뒤로 끄덕여지면서 함께 두피의머리카락도 잘려
나가는데 아파옵니다.
아마도 친구분과 점심약속이 있는듯.
어찌할까, 말을 해야 할까
망설이는중에 단골미용실 원장님인데
라는 생각만 들고,
이젠 드라이로 머리를 만져주시는 원장님께
송구한 마음까지 들어요.
의자밑에 한껏 흩뿌려진 제 머리칼들
수수빗자루로 쓸어담으며
잘가요.
라고 인사하는 원장님.
눈물 흘리지 않고 아픈티 안내고 잘 참았어.
근데,
두번다신 안갈것같아.
라는 생각을 하면서 집에 가는데
오래전 또 책에서 읽었던 구절 하나가 떠올라요.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고 이발소 주인이
세면대에서 고개를 숙이게 하고 머리를 감겨주는데
샴푸가 안나오니까, 그 샴푸로 머리통을 때렸다고,
아팠다고, 그리고 다시는 그 이발소를 가지않았다는
글을 오래전에 읽었는데
또 위안이 되니 ,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