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20대를 친자매도 못나눌 우정을 나눈 친구가 있어요. 둘다 가정이 어렵지는 않았지만, 많이 배우신 특이한 부모님들께 불만이 많아 둘이 의지하며 성장했던 것 같아요. 서로 정말 정서적 공동체였어요.
대학을 졸업하며 친구는 미국으로, 저는 유럽으로 유학을 떠나고, 친구는 미국에서 여러모로 좋은 남자 만나 결혼해서 아이들 낳고 잘 살고, 저도 한국에서 평범한 남자랑 결혼해서 아이들 낳고 잘 살고 있어요.
지금 우리의 나이는 60을 바라봅니다.
친구는 한국과 인연을 끊고, 원래부터 사이가 좋았던 친정엄마와만 교류를 했어요. 저는 그래도 친구에게 전화하고, 메일도 보내고, 친구를 그리워 했어요.
친구는 전화하면 반갑게 받았고, 메일을 보내면 답장은 했지만 먼저 연락을 한 적은 없어요.
저는 그래도 개의치 않았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친구가 미국 간지 약 20년 만에,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즈음에 처음으로 한국에 왔어요. 저는 너무 기뻤죠.
친구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저는 조문을 다녀왔고, 친구는 아버지 장례식에 오지 못해서 아버지 산소에 가려고 온 것이었어요.
친구가 머무는 곳으로 2시간 넘게 운전하고 가서 같이 자고, 친구와 친구 아이들 밥도 사주고, 친구 조카들 용돈도 주고, 출국날에는 집도 멀었지만 제 남편과 아이들까지 다 데려가서 밥도 사며 배웅했어요. 이별이 슬퍼서 울컥도 했고요.
그런데 친구는 담담히 갔고, 후에도 연락이 없었어요. 그제서야 그 친구는 이제는 어렸을 때의 우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몇십년 미국 생활동안 제게 먼저 연락 한 번도 없었고, 10년 전 한국방문 때 친구의 아이가 친구 핸드폰에 카톡을 개설 했는데도 카톡 한 번이 없었어요.
제가 카톡을 보내봤더니, 이 카톡은 친정 엄마와만 하는 용도라고 간단히 답이 오고, 그 이후 지금까지 10년 동안 연락이 없었어요.
저는 많이 서운했으나, 그 친구와의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정리하고 잊고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며칠 전에 엄마 봬러 한국에 잠깐 온다고 그 친구에게 카톡이 왔어요. 만나자고요. 친구가 한국에 오면 지낼 형제 집 근처로 오라고 하더군요. 엄마가 요양병원에 계셔서 돌아가시기 전에 뵈러 오는 것 같아요. 저희 집에서 그곳은 안 막히면 차로 1시간이 조금 넘고요.
생각 같아서는 이제 잊은 친구이니 만나고 싶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데, 어릴적 친구와의 기억은 그 친구에게 고마운 것들이 많아요.
이젠 제가 그 친구에게 마음이 떠나 왕복 3시간 운전까지 하며 가서 만나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게 하려니 너무 매정한 것 같고...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