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정읍. 고창. 신태인. 전주. 내장산. 호남. 변산.

고향 조회수 : 2,310
작성일 : 2024-10-01 17:16:21

정읍이 고향이고 전주에서 학교 다녔어요. 

서울에서 직장 다녔고 결혼해서 또다른 지방에 살아요. 

 

봄이면 정읍, 전주, 고창, 태인 벗꽃으로 난리가 나요.

정읍천변에서 벚꽃축제가 열리고 인근 중고등학교 애들이

야자를 마치고 쏟아져 나와 2차선 도로를 차와 엉켜

메우지만 그 속에서 인명사고는 없어요. 

그려러니 하거든요. 30년째 그려러니...

 

여름엔 온사방 백일홍이 가득해요.

배롱나무라고도 해요. 배배꼬여 집안에 두면 안좋다고도 하고

품격있는 양반집엔 정자 옆에 꼭 한그루 씩 둔다고도 하고. 

외가댁 연못 옆 창포잎과 백일홍은 한여름의 상징같았어요. 

그 많은 재산을 외삼촌의 사업실패로 다 날렸어도

외가 연못은 그대로예요. 커서 보니 생각보다 작았지만. 

 

가을이면 내장산에 전국 단풍구경꾼들이 다 모여들었어요. 

내장산 가는길에 학교가 있어, 관광객과 같은 버스를 타야했던 

 고2 가을엔 뒷자리에서 출입구까지 뚫고 나갈수가 없었어요. 

가을이면 늘상 그랬지만 그날은 유독 심했어요. 

평소처럼 체육복바지에 교복치바를 덧입었에

잠시 고민 후 외쳤어요. 아저씨, 저 내려요. 잠시만요. 

네. 창문으로 뛰어 내렸어요. 

관광객과, 다음 옆 남고에서 내릴 남학생이 가득 찬 버스에서. 

 

겨울엔 눈이 가끔 3박4일씩 오기도 했어요. 거짓말같죠?

대학생이던 언니랑 혼자사는 언니 친구네에 놀러갔어요. 

눈 이쁘게 온다고. 커피 내려줄테니 오라고. 

한참 투명한 원두커피머쉰?? 유행하던 때였어요. 

헤이즐넛이 가장 유명한 커피이던 그 때. 

펑펑 내리는 눈 보며 홀짝거리다 그냥 자자 하고 잤는데

그 눈이 밤새 내릴줄은 아무도 몰랐죠. 

느즈막히 일어나 집에 가자고 택시를 부르려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택시가 안와요. 눈은 계속 내리고...ㅠㅜ

ㅎㅎㅎㅎㅎ 그렇게 그 눈이 계속 오고

눈을 다 맞으며 한시간을 걸어 집에 왔어요. 

 

나의 해리에게 드라마에서

살짝 바꿨지만 익숙한 지명들이 나오길래

고향생각해봤습니다. 

 

특별히 좋은 집안에서 자라거나

좋은 가족속에서 커오지 않았는데 전 여전히 고향이 좋아요. 

여건만 되면 다시 내려가서 살고 싶어요. 

IP : 58.237.xxx.162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정읍
    '24.10.1 5:18 PM (119.69.xxx.113)

    좋은 사람 여기요! 고향은 아니어도 부러 정읍역까지 호남선으로 기차여행 해요

  • 2. ㅎㅎ
    '24.10.1 5:21 PM (210.109.xxx.130)

    시댁이 정읍이라 저에겐 제2의 고향처럼 되었네요~
    자주 가진 못하지만 갈 때마다 힐링하고 와요. 시댁 강아지랑 놀고 맛집도 다니고

  • 3.
    '24.10.1 5:22 PM (14.55.xxx.141)

    늦가을
    선운사 입구에서 올라가는 길
    낙엽이 쌓여서 바스락 거렸던 그 길 그 친구들이
    그립네요
    벌써 40년이 되어가요

  • 4.
    '24.10.1 5:24 PM (14.55.xxx.141)

    옛날엔 변산에 눈 정말 많이 왔죠
    서해안 지역

  • 5.
    '24.10.1 5:30 PM (116.42.xxx.47)

    정읍 변두리만 몇번 가봤는데
    글쓴님이랑 달린 댓글보니 순천 다음으로 궁금해지는 도시네요

  • 6. 정읍댁
    '24.10.1 5:32 PM (218.149.xxx.230)

    제 고향입니다 정읍!
    눈이 많이 내려 국민학교땐 학교에 못간날도 있었어요
    눈 내린 고향 마을이 얼마나 이뻤는지
    지금도 눈이 내리는 시골풍경을 보면 맘이 따뜻해요
    단풍철엔 길이 너무 막혀
    실제 가을단풍은 전 한번도 못봤어요 ㅜㅜ
    고등학교 졸업하고 고향 뜬지 35년이 다 돼가네요

    겨울 방학내내 엄마가 따순밥에 김치, 고구마만 줘도 잘먹고 개학때 살이 포동포동했던 기억이 나네요

  • 7. 향기
    '24.10.1 5:50 PM (110.70.xxx.123)

    저도 고향이 정읍인데 반가워요
    언니가 지금도 정읍에 살아서
    가면 마음이 편하고 좋아요
    갈때마다 꼭가는 쌍화차 거리도 좋고
    정읍시장에 가서 먹는 팥죽도 맛있고요

  • 8. ...
    '24.10.1 6:02 PM (39.117.xxx.76)

    저는 출장으로 정읍에 가끔 가는데 맛집도 많고 쌍화차도 좋아요.

  • 9. 저도 언니가
    '24.10.1 6:04 PM (58.237.xxx.162)

    친정언니가 정읍에 사니 여전히 명절에 언니집에 가요.
    안가면 언니가 섭섭해해요.
    덕분에 정읍의 신문물은 언니 통해 전해 듣고 누려요.
    유명 맛집 핫플 등등 ㅎㅎㅎㅎㅎㅎ
    내가 자랄때와는 다른 도시가 되었지만
    많이 달라져도 정읍은 정읍. 내장산은 내장산. ㅎㅎㅎ

  • 10. ...
    '24.10.1 6:12 PM (61.43.xxx.79)

    전주갈때 정읍 들리고 싶은데
    똑 가볼곳 동선따라 알려주시겠어요?

  • 11. ^^
    '24.10.1 6:29 PM (220.76.xxx.103)

    아침에 눈 떠서 밖을 내다보면 옛날 연하엽서처럼(아시는분 계시려나요^^)
    나무에 눈이 소복이 쌓여있곤 했어요
    어린아이의 무릎을 넘는 눈을 밟으며 학교에 가곤 했는데 ...
    처마 밑에 투명한 검처럼 주렁주렁 달렸던 고드름도 생각나네요
    지금도 엄마가 살고 계셔서 자주가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더 포근한 느낌이에요
    엄마한테 가거든
    시장으로 팥죽 먹으러 엄마랑 가야겠네요
    정읍 샘고을 시장이 역사가 백 년이 넘는 시장이란 걸 얼마 전에 알았답니다

  • 12. ㅎㅎ
    '24.10.1 7:56 PM (218.39.xxx.59)

    정겨운 글이네요~ ^^

  • 13. 정읍은
    '24.10.1 8:34 PM (58.237.xxx.162)

    촌이예요. 진짜로 촌.
    고향이니까 정겨운 맛, 아는 맛에 찾아 가죠.
    위에 님 처럼 꼭 가야할 곳이라 함은
    .. 딱히… 머뭇거리게 되요.
    눈높이가,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요.
    제주 호텔 다니는 분에게
    내장산 관광호텔 추천 못드리잖아요.
    한적하니 내장산 한바퀴 사계절 다 좋구요.
    요맘때부터 쭈욱 변산반도 서해안 낙조 너무 유명하구요.
    말해 뭐해요. 연말 눈오면 내장산 절경입니다. ㅎㅎㅎ

  • 14. 333
    '24.10.1 8:46 PM (175.223.xxx.192)

    좋은 글이에요.
    정읍 그리워요. 잠깐 살았던 곳이에요.
    가 보고 싶고요.

  • 15. ^^
    '24.10.1 9:11 PM (113.61.xxx.52)

    꽤 오래 정읍에 살고 있어요. 이리 될지는 저도 몰랐네요.
    정읍이 뉴스에 딱 3번 나오는 조용한 촌인데 벚꽃, 단풍, 눈 때이지요. 예전에 눈 진짜 많이 오던 시절에는 배고 스쿨버스가 들어갈 수가 없어 휴교도 했던 전설같은 이야기도 있었구요ㅎㅎㅎ
    이곳에 반평생 넘게 오래 살고 있지만 사실 전 여전히 이곳에 선을 긋고 있지만..이 글을 읽으니 그래도 그다지 큰일 없는 잔잔함이 좋다 싶기도 하네요. 저도 느린 사람이구요.
    정읍에 숙박이 영 마뜩찮았는데 몇년 전 이 시골과 어울리지 않는 꽤 기깔나는 숙소가 생겼으니 다니러 오실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하루 나들이하기에는 괜찮은 편안한 시골이에요.
    저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신 동문 선배님인 거 같아 더욱 반갑습니다. 글을 참 잘 쓰시네요. 잘 읽고 갑니다.

  • 16. 호랑이 담배
    '24.10.1 9:50 PM (14.55.xxx.141) - 삭제된댓글

    76년도에 정읍시내 중심가 근처에서
    "무작정 당신이 좋아요" 부른
    가수 임수정을 본 적 있어요
    키는 크지 않은거 같은데 미인이더군요
    나중에 TV 에서 보니 반가웠어요
    정읍여고 출신 이라던데요

  • 17. 호랑이 담배
    '24.10.1 9:51 PM (14.55.xxx.141) - 삭제된댓글

    체육복을 입었던거 같았는데
    주변이 훤 했답니다

  • 18. 다시 정리
    '24.10.3 8:56 AM (61.43.xxx.79)

    전주 ㅡ순천만 ㅡ정읍코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1405 "목숨 걸고 막았어야"…벼농가 눈치보다 매년 .. 9 ,,,,, 2024/10/03 3,647
1631404 나는 솔로서 이공계 이미지가 달라졌네요 7 2024/10/03 4,303
1631403 7시 정준희의 해시티비 라이브ㅡ 공천개입과 명품백 , 눈가리.. 1 같이봅시다 .. 2024/10/03 435
1631402 설비 상하수도 욕실 주방 수리 다 젊은 남자들네요. 4 기술 2024/10/03 2,089
1631401 김은지기자 그만뒀나요 4 ㅇㅇ 2024/10/03 2,884
1631400 머플러 선물 하려고 하는데 남색과 회색 중 5 ㅇㅇ 2024/10/03 1,027
1631399 병아리콩도 콩은 콩인가??? 2 당황 2024/10/03 2,157
1631398 (궁금) 예전부터 식당 김치찌개는 중국산이었나요 4 대환장파티 2024/10/03 1,395
1631397 “윤석열, “잘먹어야 잘싸워”라더니...내년 병사 급식단가 동결.. 16 하아 2024/10/03 2,661
1631396 노인과 함께 사는 게 힘든 이유 52 ㅠㅠ 2024/10/03 29,745
1631395 식세기 선반에 녹이 생겼는데요 1 식세기 2024/10/03 1,091
1631394 제주여행 갈까 말까 고민했던 사람입니다 11 .. 2024/10/03 2,629
1631393 목이 안돌아가서 주사맞고 왔는데요 13 ... 2024/10/03 2,655
1631392 정부 "김장 1~2주만 늦춰 달라 10 ... 2024/10/03 3,670
1631391 세팅후 웨이브 고정력 있게 하려면... 5 초코라떼 2024/10/03 1,475
1631390 나는 솔로 결혼커플 영숙 영수 같은데 맞나요? 6 ㅇㅇ 2024/10/03 4,694
1631389 여권관련 알려주세요(긴급) 7 귀여니 2024/10/03 1,536
1631388 한우 왜케 맛나요??? 10 한우 2024/10/03 2,531
1631387 10월말 영국은 별로일까요? 7 여행 2024/10/03 1,687
1631386 휴일 너무 많아서 지긋지긋하네요 16 2024/10/03 8,643
1631385 민주당과유시민 호남에 표 맡겨놨나? 7 ... 2024/10/03 1,255
1631384 대한민국 노인 혐오 이해합니다 18 ㅇㅇ 2024/10/03 4,540
1631383 영등포 근처 표피낭종 수술할 병원 추천 1 ... 2024/10/03 786
1631382 아는 이웃 고발하면 죄가되나요? 10 ., 2024/10/03 2,632
1631381 수학 문제 좀 봐주세요 4 갸우뚱 2024/10/03 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