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화양연화요. 스테이크를 썰때마다 아래 장면이 머리를 한번 스치고 지나가요.
그 목이 베일듯한 카라의 중국 전통 드레스 치파오를 입은 장만옥과 양조위가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먹죠.
초록빛이 도는 둔탁한 느낌의 유리 접시에 약간의 지방이 끄트머리에 달려있는 스테이크를 둘이 썰면서 먹어요. 무미건조한 분위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아니에요.
아마도 극히 절제된 두 사람의 심리를 나타내는것 같아요.
고기는 약간 질긴지 장만옥이 조물거리며 씹습니다. (한우를 먹었어야지.....)
갑자기 양조위가 머스터드를 아주 조그만 스푼으로 덜어줍니다.
(이 장면을 볼때마다 머스터드를 넘 적게 덜어줘서 전 불만입니다. 나같이 푹 찍는 사람은 한번 먹을 양이거든요. 용각산 숫가락 같은 머스터드통에 숫가락 너 맘에 안든다...)
장만옥이 고기를 찍어 먹으며
부인이 매운걸 잘먹나봐요라고 말하죠......
앙코르와트를 갔을때도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났었어요. 뭔가 나도 슬픈 눈으로 나무에 입을 대고 속삭이고 왔었어야 하는데
현실은 계단을 올라올라 간 그 높은 제단같은 곳에서 갑자기 고소공포증이 생겨서 못내려온다고 울고불고했던 못난 나란 인간.
결국엔 바들거리며 울면서 내려가고 땅에 내 발이 닿자 주위에 수십명의 외국인들이 박수를 치게 만들어서 그들에게 개웃긴 추억을 선사해준 나.
영화의 한 장면을 얘기하다가 흐름이 왜 이렇게 가는건지.
마무리못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