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 안녕

조회수 : 2,687
작성일 : 2024-09-29 19:28:44

어머니께서 소천하셨습니다.

 

 느닷없는 사고로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몇번 넘기고 코와 목에 호스를 꽂은 채로  아무 의식이 없이 누워계셨어요.

제발 숨만이라도 붙어 있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간절함은 평소 연명치료에 대한 거부의사가 분명했던 어머니의 생전의 의지를 꺽지 못했어요. 

2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부모님이 병환중에 있으면 자식중에 나몰라라 하는 자식도 생기고 형제간에 갈등이 생깁니다.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으니  찾아오는 자식을 못알아보는 것도 야속합니다. 

아무리 주물러도 굳어서 펴지지 않는 팔다리 관절이 안타깝고 가래끓는 기도를 석션으로 훑어낼 때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얼굴을 차마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그때 기도삽관하는 걸 동의하지 않고  순리대로 보내드렸다면 어머니나 남은 가족이 덜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후회하기도 하구요.

절망에 빠진 아버지를 돕는 것도 힘에 부쳤지요.

 

불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 것들이 너무 많았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가 삶의 마지막 시간을 침상에서 견디어 준 시간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의식이 있었으면 그 시간이 더더욱 지옥이었을텐데 차라리 다행이다.

그때 그렇게 황망하게 떠나셨으면 가족들에게 후유증이 오래남는 충격이었을텐데 버텨주셔서 다행이다.

이렇게 충분히 가족들이 마음을 추스릴 시간이 있어 다행이다.

십년을 누워 계시다 가시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비교적 덜 고생하시다 가셨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어머니가 평생 벌어놓은 돈으로 병원비 감당하셨으니 너무 다행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을 고른듯 

추석이 막 지나고 억수로 비가오고 하늘이 푸르게 개인 날 어머니는 많은 다행을 남기고 가셨습니다.

 

2년전 장례를 치른 이상으로 힘들었던 경험이

혹시 이번에 반복될까 걱정했지요.

아버지가 무너질까 염려되었고

저 자신도 그때만큼 힘들까 미리 겁이 났어요.

 

그런데 평온합니다.

이미 애도의 과정을 모두 거친 것 같아요.

엄마 잘가요

IP : 1.238.xxx.135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엄마 안녕
    '24.9.29 7:33 PM (218.158.xxx.62)

    제가 딱 일주일 먼저 보내드렸었어요.
    떡 제가 쓴듯한 제가 말했던 엄마 안녕 글을 보았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 2. 평안
    '24.9.29 7:39 PM (118.235.xxx.146)

    어머니 편히 쉬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3. ㄴㅇ
    '24.9.29 7:44 PM (175.113.xxx.60)

    의식 없으셔서 너므 너무 다행이네요. ㅠㅠ

  • 4. 슬픈환생
    '24.9.29 7:54 PM (61.77.xxx.109)

    엄마! 미안해요. 수고하셨어요.
    저도 올해 엄마가 소천하셧어요.
    마치 우리 엄마랑 상태가 같아서 감정이입돼요.

  • 5.
    '24.9.29 7:55 PM (175.208.xxx.213)

    저도 작년 추석 지나고 비가 추적추적 오더니 쌀쌀해진
    어느 날 오전에 떠나셨어요.
    우리 아빤 8개월 정도 요양병원에 계시다 가셨는데 병상에서 고통스럽고 불편하셨겠지만
    우리가 이별을 받아들일 시간을 주시느라
    힘든 병상 생활을 견디셨던 것 같아요.

    돌아가시기 3일전 제 꿈에 나와서 이제 아파서 그만 가야겠다 하시더니 진짜 그리 떠나셨네요.

    그립고 아프네요. 아직은...

    병간호에 장례에 고생하셨어요.
    힘내요, 우리

  • 6. ㅇㅂㅇ
    '24.9.29 7:58 PM (182.215.xxx.32)

    가족들을 위해
    힘든 병상 생활을 견뎌낼 필요가 있는거군요.....

    어머니 고생많으셨어요..

  • 7. 맑은향기
    '24.9.29 8:23 PM (121.139.xxx.230)

    어머님
    좋은곳에서 편안하게 쉬실꺼예요

  • 8. 토닥토닥
    '24.9.29 8:57 PM (116.41.xxx.141)

    원글님도 아버님도 길떠난 꿋꿋한 어머님도 다 평안하시길 ~

  • 9. 바이올
    '24.9.30 12:28 AM (182.227.xxx.100)

    그러고 보니 저도 엄마가 가신지 1년이 지났어요. 저도 그때 원글님과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어 남겨봅니다. 저도 엄마 안녕하며 덤덤하게 떠나보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38235 퀸시 존스 91세 사망 15 ㅁㅁ 2024/11/04 4,941
1638234 제주 신화월드 메리어트 가는데요. 2 .. 2024/11/04 1,262
1638233 육아휴직중에 보이스피싱 돈배달 무죄 .. 2024/11/04 787
1638232 법사위 검찰비 특활비 예산 삭감 6 법사위 2024/11/04 1,228
1638231 아시아나 마일리지요 3 ll 2024/11/04 1,606
1638230 용인 흥덕마을 노후에 살기 어떤가요? 27 광교 2024/11/04 3,117
1638229 어떤 느낌 드시나요 20 어디 2024/11/04 4,738
1638228 어깨골절인데 팔걸이 보름처방? 2 ㅇㅇㅇ 2024/11/04 433
1638227 계약갱신청구권에 대해서 잘못 알고 있었어요 1 지금까지 2024/11/04 1,064
1638226 티비 수신료 해지 이렇게 하래요 6 ㅇㅇ 2024/11/04 1,858
1638225 핸드폰을 열면 나오는 멘트 6 답답 2024/11/04 908
1638224 눈 망막 레이저시술 ㅠㅠ 13 ㅇㅇ 2024/11/04 2,628
1638223 리얼미터 여론조사 딱하나만 묻길래 3 .. 2024/11/04 1,609
1638222 불안을 이기는 방법좀 공유해 주세요. 14 ... 2024/11/04 3,390
1638221 숙박추천해주세요. 6 성균관대 2024/11/04 801
1638220 회사 신입 4 ㄷㅅㅅ 2024/11/04 1,171
1638219 가공식품, 플라스틱, 비닐, 극세사.. 이런거요 5 그냥 2024/11/04 1,095
1638218 이상순 라디오 디제이하네요 33 .... 2024/11/04 6,942
1638217 정숙한 세일즈 92년도 배경이라는데 첩얘기는충격이네요 24 ㅇㅇ 2024/11/04 5,212
1638216 대장내시경 알약vs물약. 추천부탁드립니다 11 ㅠㅡ 2024/11/04 1,828
1638215 정년이는 신기한 드라마네요 13 ... 2024/11/04 5,133
1638214 손목 안아프고 잘써지는 펜 추천 좀 부탁 3 ㅇㅇㅇ 2024/11/04 606
1638213 미국 대선은 어떻게 될 것 같아요? 15 ㅁㅁ 2024/11/04 3,681
1638212 치과의사인데요.. 제 애는 치과에서 잘할줄 알았어요 12 치과 2024/11/04 6,954
1638211 패딩보다 코트가 입고 싶어요 8 이젠 2024/11/04 2,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