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엄마 안녕

조회수 : 2,729
작성일 : 2024-09-29 19:28:44

어머니께서 소천하셨습니다.

 

 느닷없는 사고로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몇번 넘기고 코와 목에 호스를 꽂은 채로  아무 의식이 없이 누워계셨어요.

제발 숨만이라도 붙어 있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간절함은 평소 연명치료에 대한 거부의사가 분명했던 어머니의 생전의 의지를 꺽지 못했어요. 

2년의 시간이 지났습니다.

 

부모님이 병환중에 있으면 자식중에 나몰라라 하는 자식도 생기고 형제간에 갈등이 생깁니다.

의식불명의 상태에 있으니  찾아오는 자식을 못알아보는 것도 야속합니다. 

아무리 주물러도 굳어서 펴지지 않는 팔다리 관절이 안타깝고 가래끓는 기도를 석션으로 훑어낼 때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얼굴을 차마 바라볼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그때 기도삽관하는 걸 동의하지 않고  순리대로 보내드렸다면 어머니나 남은 가족이 덜 고통스럽지 않았을까 후회하기도 하구요.

절망에 빠진 아버지를 돕는 것도 힘에 부쳤지요.

 

불행이었습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인 것들이 너무 많았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어머니가 삶의 마지막 시간을 침상에서 견디어 준 시간이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의식이 있었으면 그 시간이 더더욱 지옥이었을텐데 차라리 다행이다.

그때 그렇게 황망하게 떠나셨으면 가족들에게 후유증이 오래남는 충격이었을텐데 버텨주셔서 다행이다.

이렇게 충분히 가족들이 마음을 추스릴 시간이 있어 다행이다.

십년을 누워 계시다 가시는 다른 분들에 비하면

비교적 덜 고생하시다 가셨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어머니가 평생 벌어놓은 돈으로 병원비 감당하셨으니 너무 다행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날을 고른듯 

추석이 막 지나고 억수로 비가오고 하늘이 푸르게 개인 날 어머니는 많은 다행을 남기고 가셨습니다.

 

2년전 장례를 치른 이상으로 힘들었던 경험이

혹시 이번에 반복될까 걱정했지요.

아버지가 무너질까 염려되었고

저 자신도 그때만큼 힘들까 미리 겁이 났어요.

 

그런데 평온합니다.

이미 애도의 과정을 모두 거친 것 같아요.

엄마 잘가요

IP : 1.238.xxx.135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엄마 안녕
    '24.9.29 7:33 PM (218.158.xxx.62)

    제가 딱 일주일 먼저 보내드렸었어요.
    떡 제가 쓴듯한 제가 말했던 엄마 안녕 글을 보았네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 2. 평안
    '24.9.29 7:39 PM (118.235.xxx.146)

    어머니 편히 쉬세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3. ㄴㅇ
    '24.9.29 7:44 PM (175.113.xxx.60)

    의식 없으셔서 너므 너무 다행이네요. ㅠㅠ

  • 4. 슬픈환생
    '24.9.29 7:54 PM (61.77.xxx.109)

    엄마! 미안해요. 수고하셨어요.
    저도 올해 엄마가 소천하셧어요.
    마치 우리 엄마랑 상태가 같아서 감정이입돼요.

  • 5.
    '24.9.29 7:55 PM (175.208.xxx.213)

    저도 작년 추석 지나고 비가 추적추적 오더니 쌀쌀해진
    어느 날 오전에 떠나셨어요.
    우리 아빤 8개월 정도 요양병원에 계시다 가셨는데 병상에서 고통스럽고 불편하셨겠지만
    우리가 이별을 받아들일 시간을 주시느라
    힘든 병상 생활을 견디셨던 것 같아요.

    돌아가시기 3일전 제 꿈에 나와서 이제 아파서 그만 가야겠다 하시더니 진짜 그리 떠나셨네요.

    그립고 아프네요. 아직은...

    병간호에 장례에 고생하셨어요.
    힘내요, 우리

  • 6. ㅇㅂㅇ
    '24.9.29 7:58 PM (182.215.xxx.32)

    가족들을 위해
    힘든 병상 생활을 견뎌낼 필요가 있는거군요.....

    어머니 고생많으셨어요..

  • 7. 맑은향기
    '24.9.29 8:23 PM (121.139.xxx.230)

    어머님
    좋은곳에서 편안하게 쉬실꺼예요

  • 8. 토닥토닥
    '24.9.29 8:57 PM (116.41.xxx.141)

    원글님도 아버님도 길떠난 꿋꿋한 어머님도 다 평안하시길 ~

  • 9. 바이올
    '24.9.30 12:28 AM (182.227.xxx.100)

    그러고 보니 저도 엄마가 가신지 1년이 지났어요. 저도 그때 원글님과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어 남겨봅니다. 저도 엄마 안녕하며 덤덤하게 떠나보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98544 추미애 국회의장 출마당시 공약 4 겨울이 2025/04/07 1,178
1698543 에이아이 ... 2025/04/07 293
1698542 헌재 질질끌때 하루라도 빨리 본회의 열자고 1 ㅇㅇ 2025/04/07 745
1698541 요즘 뭐 해드세요? 3 주부님들 2025/04/07 1,170
1698540 요즘 나오는 나물밥용 1봉지 건나물 6 우리동네마법.. 2025/04/07 1,685
1698539 방충망 교체하려고 하는데요.. 5 .. 2025/04/07 939
1698538 개헌이 의원내각제인가요?? 7 ..... 2025/04/07 1,240
1698537 이번 선거에 국민소환법 통과시키게 합시다 4 소환! 2025/04/07 488
1698536 세달만에 생리하면 폐경은? 6 ... 2025/04/07 1,400
1698535 3년만에 절반의 화해 1 종달새 2025/04/07 1,562
1698534 해녀가산소통을 5 바다 2025/04/07 1,470
1698533 윤석열, 관저 안 나오고 뭐 하나…문 전 대통령은 하루 전 내쫓.. 15 2025/04/07 3,123
1698532 저가 항공 티*이 비지니스로 유럽 직항 어때요? 6 LCC 2025/04/07 1,903
1698531 전광훈 헌재판결 불복-헌금걷는중 5 ㅇㅇ 2025/04/07 1,449
1698530 박은정 의원님글, 파면된 수괴의 대통령 놀이를 당장 멈추라 5 방빼라!!!.. 2025/04/07 2,807
1698529 펌) 이상호 기자. 우원식 독재에 민주당이 놀아날 것 19 필독요망 2025/04/07 5,023
1698528 이재명 지지자들 극성에 거부감든다 39 싫다 2025/04/07 3,393
1698527 우원식은 해임해야 합니다. 16 겨울이 2025/04/07 2,043
1698526 (개헌반대) 탄핵 반대 안되니 3 5년단임제조.. 2025/04/07 771
1698525 123년간 사진이 없던 동물 6 ..... 2025/04/07 4,696
1698524 전세 보증금 그대로에 월세만 추가해 재계약시 1 감사 2025/04/07 698
1698523 챗gtp 사주 대박ㅋ 29 ㅇㅇㅇ 2025/04/07 24,565
1698522 이재명 지지자들 우원식 죽이기 들어갔나요? 27 ... 2025/04/07 3,226
1698521 K drama 유럽에서 5 폭삭 2025/04/07 2,722
1698520 우원식 이렇게 진행해 왔군요.  9 .. 2025/04/07 4,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