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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리뷰-나의 해리에게

쑥과마눌 조회수 : 3,492
작성일 : 2024-09-26 05:47:33

 

오랜만에 볼만한 드라마가 생겼네요.

남배우들은 연령대별로 잘 생기고, 다양하게 매력 있으며,

여배우는 예쁜 척도, 착한 척도, 센 척도, 푼수인척도 안하고요.

이진욱이 뷰티인사이드와 나인의 혼합형으로 나오니, 매력 1 + 매력 1 입니다.

연기변신이 어쩌고 저쩌고는..

 잘 생긴 얼굴로 돌아와 준 것만으로 감사한 이진욱 앞에 당분간 닥치기로 하죠.

아나운서 강주연 역할의 남배우와 연하남 피디도 각자의 조연으로 성공적이고, 

캐릭터 또한 잘 잡았고,

이쁜 줄은 모르겠지만, 연기를 제대로 할 작정인 신혜선에게는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무엇보다 주제가 너무도 좋아요.

삶에는, 누구의 삶에도, 아무리 애써도 가지지 못하는 것들이 있지요.

또한, 삶에는, 누구의 삶에도, 결국은 잃어야하는 사랑의 대상들이 있고요.

모두 그 뻔히 보이는 결과를 향하여 뚜벅뚜벅 걸어가고, 결국, 예외없이 잃는다죠.

우리는 그 상실 앞에서 서로 덜 아픈 척하는 게,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는 게

성숙되고, 승리하는 걸로 간주되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사랑하는 가족을, 사람을, 대상을 잃어도,

타격 없이 잘 견디고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길 강요당하면서요.

그래야 성공한 것이고, 올 바른 것이고, 어른스러운 것이라고 하죠.

그렇게 열심히 살고, 앞으로 앞으로만 나아가면, 자꾸 걸어 나가면,

지구만 둥글뿐이지, 도대체 거기에 무엇이 있다는 걸까요.

슬픔은 잦아드는 것이지, 뚝 그쳐지지 않더군요.

애도는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보내기 위해, 돌이키고, 생각하며 그 자리 그대로 두고 천천히 시간을 들이는 일이죠.

사랑의 대상이 사라진 자리는 누군가로 무엇인가로 부지런히 채워지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그 빈 공간이 익숙해지는 거 아닐까요.

그렇게 익숙해지다 보면,

또 누군가를 위해 마음 한 자락 공간이 생기도 하고 말이죠.

 

대본에 나온 말 중에

기억의 대부분을 잃어서, 실패의 빅데이터가 없으니, 자신감이 넘칠 달까..라는 부분이 있어요.

맞는 말이고, 맞아서 아픈 말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여주인공도 아닌데, 실패의 빅데이터를 축척하느라 

이리저리 치이며 현생을 반세기를 살아보니,

찐 자신감은 실패의 빅데이터도 이기더라는 걸 알게 되네요.

자신감도 진짜만 남고, 껍데기는 가더라는 걸, 갈챠주는 게 또 세월님이시고요.

 

제대로 된 대본과 기획과 연출이 좋고.

위트와 재치가 넘쳐 보는 내내 재미있습니다.

이런 주제를 폼 잡고, 심각하고, 헷갈리게 그리면,

시청자 기만 털리고, 역시 피하고 싶은 이야기라고 가스라이팅만 당하거든요.

주연급 연기 좋고, 어느 구석에도 연기 구멍이 없으며, 반전도 미리 까는 자신감 또한 대단합니다.

강추~~

 

#오랜만에드라마리뷰

#나의해리에게

#좋은드라마는

#금보다귀하다

#제발_이기세로_나가길

 

IP : 96.255.xxx.195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은 리뷰
    '24.9.26 6:15 AM (221.163.xxx.27)

    좋은 글 고마워요
    저도 재밌게 보던 차라 많은 부분 공감이 되었어요
    특히 애도에 관한 의견 부분은 소리내어 몇번이고 읽게 만드네요

  • 2. ...
    '24.9.26 6:16 AM (211.42.xxx.213) - 삭제된댓글

    오!! 제 아무리 쑥과마늘님이어도 찐중에 찐일 때
    마치 이제 막 드라마를 끝내고 여운이 가득한 상태에서
    쓰신 리뷰 같아요.
    이 리뷰 보고 어떻게 드라마를 안보겠습니꽈?
    나의 해리에게.
    제발 용두사미 안되게 마지막까지 이 리뷰처럼만
    가주라~~

  • 3. ...
    '24.9.26 6:28 AM (211.42.xxx.213)

    오!! 제 아무리 쑥과마눌님이어도 찐중에 찐일 때
    마치 이제 막 드라마를 끝내고 여운이 가득한 상태에서
    쓰신 리뷰 같아요.
    이 리뷰 보고 어떻게 드라마를 안보겠습니꽈?
    나의 해리에게.
    제발 용두사미 안되게 마지막까지 이 리뷰처럼만
    가주라~~

  • 4. 저두
    '24.9.26 6:46 AM (211.199.xxx.10)

    챙겨보는 중인데요.
    넷플에 없어서 재방보기가 아쉬워요.
    제가 아둔해서 그런지
    아직 저게 뭔 소리야? 이해안돼
    왜 동일인이 2명이지?
    자아분리 해리증인가? 이러면서 보고 있어요.
    좀더 이 드라마가 뭔지 찾아봐야겠어요.
    그리고 이진욱 너무 잘 생겨서
    설레입니다.

  • 5. 난나
    '24.9.26 6:53 AM (175.125.xxx.7)

    쑥과 마눌님 드라마 리뷰
    감사합니다~~

  • 6. 닉네임 안보고
    '24.9.26 7:48 AM (121.175.xxx.142)

    감상문이 너무 전문적이라
    드라마 관계자가 홍보하나 했는데
    쑥과 마눌님이시네요
    드라마 챙겨봐야 겠어요^^

  • 7. 마루
    '24.9.26 8:35 AM (175.118.xxx.141)

    다시보기 어디서 뵈야하나요

  • 8. 반가워요
    '24.9.26 8:37 AM (112.161.xxx.224)

    쑥과 마눌님 추천이니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9.
    '24.9.26 9:14 AM (1.238.xxx.15)

    소설책 같은 드라마. 배우들 구멍 없고.
    근데 좀 가슴이 아프네요.

  • 10. DFDF
    '24.9.26 9:36 AM (211.184.xxx.199)

    넷플에서 해주면 좋겠어요
    연기 구멍 없는 배우들만 나오니
    챙겨서 보고 싶군요

  • 11. .m
    '24.9.26 9:49 AM (180.69.xxx.39)

    오 이 드라마 우연하게 보고 잼나다하고 봤는데 님이 써주신 글보니 제가 왜 공감하고 흥미롭게 봤는지 이해가 가네요
    두루뭉술한 저의 공감을 글로 표현해주셔서 확실히 알겠네요
    여주가 연기를 잘해서 남주도 볼수록 잘생김에 재미가 더해요

  • 12. 이진욱땜에
    '24.9.26 11:17 AM (42.23.xxx.98)

    패쓰

    https://brunch.co.kr/@psnw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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