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가 정말 깨끗했었거든요.
옛날에 마루를 얼마나 닦고 광을 냈는지 동네에서 유명할 정도였으니깐요.
그런데 요양원 들어가시기 2~3년 전부터 달라지기 시작하더군요.
모든 옷들이 장롱 바깥에 나와 있어요.
창문틀에 주루륵 걸려 있구요.
수납가구마다 온갖 잡동사니들이 쌓이고 넘쳐 있구요.
베란다에는 뜯지도 않은 홈쇼핑 물건들이 있었어요.
홈쇼핑에서 주문을 했는데 엉뚱한 걸 주문하거나
주문한지도 모르고 있다가 물건이 오니깐 왜 오는지도 모르고...
외출했다가 버스를 잘못타서 모르는 곳으로 가니깐
스스로 놀라 내려서 택시타고 돌아왔다고 할 때
그때부터 시작이었던 거죠.
그래도 원래는 깨끗했던 사람이라 냉장고안까지
그렇게 더럽지는 않았어요.
지금은 움직이지도 못하고 언어능력도 상실하여
요양원에 콧줄꼽고 그냥 누워계시거든요.
요양원 들어가고나서 집안 청소는 저랑 남편이 대대적으로 했어요.
심지어 부분적으로 셀프도배까지 했더니
아버지께서 새 집에 이사온것 같다고 할 정도로요.
몇 십년 묵은 짐들 정리하면서
100리터 쓰레기 봉투로 7자루는 버린 듯요.
지금은 면회가서
우리를 알아보는 건지 그냥 눈만 뜨고 계셔요.
지금은 손 잡아드리고 어깨 주물러 드리고
나혼자 주절주절 이야기하다 오는데요.
엄마~ 조금 지저분해도 좋으니 말이라도 해줘.
우리 딸 왔구나 그 말이라도 해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