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느닷없는 기분에 대한 관찰 기록

.. 조회수 : 878
작성일 : 2024-09-18 16:35:28

자고 일어나니까 왠지 기운이 없다.

그대로 누워서 생각한다.

지금 내 기분의 이름은 쓸쓸함.

 

기분은 나의 뇌에서 작용할텐데 가슴 저 어딘가가 가라앉아있다. 

늦가을 바닷가에 혼자 있는 기분.

배경은 회색과 빛바랜 주황색이다.

 

내 기분의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연휴가 끝나서, 내일부터 일을 해야 해서, 아니면 연휴가 너무 길어서.

그러나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필연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바닷속 깊은 곳에 있던 수많은 이유 중에 지금은 쓸쓸함이 위로 떠오른 것뿐이니까.

 

해야할 일들이 있지만 움직이기 싫다.

잠시 움직이지 말자.

누워서 또는 앉아서 내 기분을 좀더 지켜보기로 하자.

 

나는 이 감정이 싫은 것 같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나는 좀더 활기차고 밝고 평온함 감정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억지로 기분을 바꾸려고 하지 말자.

나는 무의식과 싸워 이길 자신이 없다.

그러니 무의식이 혼자 놀게 놔두고 나는 관찰만 하자.

어차피 물 위에 떠오른 물방울처럼 잠시 후에 지나갈테니까.

 

그런데 나도 모르고 쇼핑몰을 검색하고 있다.

난데없이 겨울에 입을 패딩조끼가 끌린다.

마치 할머니들 조끼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할머니들 조끼처럼 자잘한 꽃무늬에 세련된 디자인의 패딩 조끼를 찾는다.

하나를 찾았다. 가격은 30만 원대이다.

마음에 든다. 지금 내 마음에 든다.

결제 버튼을 누르려다 만다.

지금 이 쓸쓸한 기분이 지나가면 그때 다시 한 번 더 보고 생각하자.

 

내 기분은 아직도 가라앉아 있긴 하다.

난데없이 아이들 어릴 때 여행을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돈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난 예쁜 옷이 없었다.

날씨가 생각보다 더워서 그때 난 가져갔던 긴 팔 셔츠를 주방 가위로 잘라 입었다.

그때 속상했었다.

 

그런데 지금 내 옷장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나는 또 옷을 사려고 한다.

이 쓸쓸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일까.

그럴 수도 있다.

어쨋든 이 기분이 지나면 그 조끼는 다시 한 번 보고 생각해 보자.

 

내 기분의 이름표는 쓸쓸함.

색깔은 회색과 빛바랜 주황색.

기분의 배경은 늦가을 텅빈 바닷가.

내 몸은 기운이 없고 가슴이 가라앉아 있다.

 

배가 고프다.

커피를 한 잔 먹어야겠다.

냉장고를 열어 오징어무침을 꺼내 먹었다.

하루가 지나니 더 맛있어졌다.

 

물거품처럼 올라왔던 쓸쓸함이 지나가고

일어나서 냉장고에 가득 찬 식재료로 저녁 반찬을 만들자고 상냥한 기분이 조금씩 솟아오른다.

이것 또한 물거품처럼 지나갈 기분이지만

지금은 쓸쓸한 물거품을 보내고 상냥한 물거품으로 대응하겠다.

 

지금 내 기분의 이름표는 무난함.

색깔은 아이보리.

배경은 지금 여기 우리집.

 

화려한 패딩조끼는 사지 않겠다.

굳이 다시 보고 싶어지지도 않는다.

 

 

내 기분의 관찰일지 끝.

(기분이나 느낌에 휘둘리지 말고 관찰하자.)

IP : 118.235.xxx.22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호
    '24.9.18 5:47 PM (112.154.xxx.32)

    82에서 보기 드문 글입니다?
    다양한 감정을느끼고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책에서 읽었어요.
    저도 요즘 제 감정 관찰하는 연습을 시작해야 할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하는게 좋을까요

  • 2. ..
    '24.9.18 6:03 PM (118.235.xxx.225)

    마음챙김, 알아차림 등으로
    책과 유튜브에 많이 나와 있어요.
    명상법인데 저는 명상이 어려워서
    원하지 않는 느낌에 휘둘리게 될 것 같으면 글로 써보는 방법을 하고 있어요.

    내 느낌이나 내 기분에 판단을 하지 말고
    타인의 느낌처럼 관찰을 하다 보면 느낌이 혼자 놀다 지나갑니다. 진짜예요^^

  • 3. ...
    '24.9.19 2:48 AM (61.43.xxx.79)

    내 감정 객관적으로 서술하기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46350 12월말~ 1월초 해외여행지 추천해주세요~ 8 여행 2024/11/08 1,409
1646349 깐마늘 300g을 갈면 무게가 달라지나요? 6 급질문 2024/11/08 945
1646348 관절염에 스테로이드 주사? 8 ㅇㅇㅇ 2024/11/08 1,113
1646347 50대 후반되면 당수치가 7 ...그나나.. 2024/11/08 2,611
1646346 사주 아시는분들...어떻게 시작하셨어요? 싫으신 분 패스하세요~.. 5 궁금 2024/11/08 1,411
1646345 실방)대통령 파면 국민투표 개헌연대 기자회견 3 응원합니다 .. 2024/11/08 1,289
1646344 양도세신고할것이 있어 세무서갔는데요 4 .... 2024/11/08 1,506
1646343 햇생강을 샀는데요. 뭐할까요? 8 햇생강 2024/11/08 1,306
1646342 군집성 미세석회화... ㅠㅠ 5 유방암 2024/11/08 1,928
1646341 명태균 자녀가 혹시 고3 아닐까요?? 6 ... 2024/11/08 4,465
1646340 막스마라 패딩 입어보신 분 계신가요? 14 82쿡쿡 2024/11/08 2,565
1646339 세상에.. 용산이전도 명태균이 관여라니.. 14 국기문란작작.. 2024/11/08 3,871
1646338 스타우브 살까요 말까요.... 12 .... 2024/11/08 1,861
1646337 자궁경부암검사했는데요, 반응성 세포변화 소견 13 무서움 2024/11/08 3,213
1646336 '총학 단체명으로 클럽 방문' 부산대 총학생회장 제명 결정 1 ㅇㅇ 2024/11/08 971
1646335 현역가왕2, 예선심사 없이 박서진과 신유 투입 2 ........ 2024/11/08 1,352
1646334 전복 솥밥으로 전복죽 만들었더니 대박~ 6 오호 2024/11/08 2,871
1646333 해남배추&강원도배추 어떤게 더 맛있나요? 4 ... 2024/11/08 1,433
1646332 삼천리가스요금 넘오르지 않았나요?? 2 ㄱㄴ 2024/11/08 998
1646331 제2 부속실 전경입니다 7 꼭이루어지길.. 2024/11/08 2,805
1646330 지지율이 뭐가 중요할까요 7 ... 2024/11/08 1,414
1646329 잔치라는 건 어떻게 해요? 11 팔순 2024/11/08 2,196
1646328 게으름ㅠㅠ 부지런한 분 자랑 좀 해주세요 18 ** 2024/11/08 2,684
1646327 수시에서 몇바퀴돈다는 의미? 5 초보입시 2024/11/08 1,444
1646326 비즈진주 티나나요? 2 ㅇㅇ 2024/11/08 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