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느닷없는 기분에 대한 관찰 기록

.. 조회수 : 956
작성일 : 2024-09-18 16:35:28

자고 일어나니까 왠지 기운이 없다.

그대로 누워서 생각한다.

지금 내 기분의 이름은 쓸쓸함.

 

기분은 나의 뇌에서 작용할텐데 가슴 저 어딘가가 가라앉아있다. 

늦가을 바닷가에 혼자 있는 기분.

배경은 회색과 빛바랜 주황색이다.

 

내 기분의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연휴가 끝나서, 내일부터 일을 해야 해서, 아니면 연휴가 너무 길어서.

그러나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필연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바닷속 깊은 곳에 있던 수많은 이유 중에 지금은 쓸쓸함이 위로 떠오른 것뿐이니까.

 

해야할 일들이 있지만 움직이기 싫다.

잠시 움직이지 말자.

누워서 또는 앉아서 내 기분을 좀더 지켜보기로 하자.

 

나는 이 감정이 싫은 것 같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나는 좀더 활기차고 밝고 평온함 감정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억지로 기분을 바꾸려고 하지 말자.

나는 무의식과 싸워 이길 자신이 없다.

그러니 무의식이 혼자 놀게 놔두고 나는 관찰만 하자.

어차피 물 위에 떠오른 물방울처럼 잠시 후에 지나갈테니까.

 

그런데 나도 모르고 쇼핑몰을 검색하고 있다.

난데없이 겨울에 입을 패딩조끼가 끌린다.

마치 할머니들 조끼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할머니들 조끼처럼 자잘한 꽃무늬에 세련된 디자인의 패딩 조끼를 찾는다.

하나를 찾았다. 가격은 30만 원대이다.

마음에 든다. 지금 내 마음에 든다.

결제 버튼을 누르려다 만다.

지금 이 쓸쓸한 기분이 지나가면 그때 다시 한 번 더 보고 생각하자.

 

내 기분은 아직도 가라앉아 있긴 하다.

난데없이 아이들 어릴 때 여행을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돈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난 예쁜 옷이 없었다.

날씨가 생각보다 더워서 그때 난 가져갔던 긴 팔 셔츠를 주방 가위로 잘라 입었다.

그때 속상했었다.

 

그런데 지금 내 옷장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나는 또 옷을 사려고 한다.

이 쓸쓸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일까.

그럴 수도 있다.

어쨋든 이 기분이 지나면 그 조끼는 다시 한 번 보고 생각해 보자.

 

내 기분의 이름표는 쓸쓸함.

색깔은 회색과 빛바랜 주황색.

기분의 배경은 늦가을 텅빈 바닷가.

내 몸은 기운이 없고 가슴이 가라앉아 있다.

 

배가 고프다.

커피를 한 잔 먹어야겠다.

냉장고를 열어 오징어무침을 꺼내 먹었다.

하루가 지나니 더 맛있어졌다.

 

물거품처럼 올라왔던 쓸쓸함이 지나가고

일어나서 냉장고에 가득 찬 식재료로 저녁 반찬을 만들자고 상냥한 기분이 조금씩 솟아오른다.

이것 또한 물거품처럼 지나갈 기분이지만

지금은 쓸쓸한 물거품을 보내고 상냥한 물거품으로 대응하겠다.

 

지금 내 기분의 이름표는 무난함.

색깔은 아이보리.

배경은 지금 여기 우리집.

 

화려한 패딩조끼는 사지 않겠다.

굳이 다시 보고 싶어지지도 않는다.

 

 

내 기분의 관찰일지 끝.

(기분이나 느낌에 휘둘리지 말고 관찰하자.)

IP : 118.235.xxx.22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호
    '24.9.18 5:47 PM (112.154.xxx.32)

    82에서 보기 드문 글입니다?
    다양한 감정을느끼고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책에서 읽었어요.
    저도 요즘 제 감정 관찰하는 연습을 시작해야 할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하는게 좋을까요

  • 2. ..
    '24.9.18 6:03 PM (118.235.xxx.225)

    마음챙김, 알아차림 등으로
    책과 유튜브에 많이 나와 있어요.
    명상법인데 저는 명상이 어려워서
    원하지 않는 느낌에 휘둘리게 될 것 같으면 글로 써보는 방법을 하고 있어요.

    내 느낌이나 내 기분에 판단을 하지 말고
    타인의 느낌처럼 관찰을 하다 보면 느낌이 혼자 놀다 지나갑니다. 진짜예요^^

  • 3. ...
    '24.9.19 2:48 AM (61.43.xxx.79)

    내 감정 객관적으로 서술하기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70648 조국대표 옥중 서신입니다 14 ,,,, 2025/01/21 3,173
1670647 트럼프 "김정은과 우린 좋은 사이 " 14 ..... 2025/01/21 2,653
1670646 에어컨 렌탈대여 어떨까요 3 전셋집 2025/01/21 824
1670645 명태균게이트 조사단 회견하고있네요 2 “”“”“”.. 2025/01/21 1,572
1670644 "다 짓고도 1년째 입주불가"…인천 새 아파트.. 3 ... 2025/01/21 2,892
1670643 싫은데 음식 보내는 엄마와 또 싸움 8 ... 2025/01/21 2,455
1670642 구치소 있기 싫어서 9 ㅇㅇㅇ 2025/01/21 1,946
1670641 갈비뼈 쪽 증상 좀 봐주세요 ㅠ 4 .... 2025/01/21 836
1670640 대형교회도 오른쪽인가요 7 asdgwe.. 2025/01/21 1,143
1670639 십여년전 들었던 시모 말때문에 지금 얼굴도 쳐다보기 싫어지는건 10 ㅇㅇ 2025/01/21 3,236
1670638 서강대 임지봉 교수 오늘 마구 화냄..ㅋㅋㅋ 14 123 2025/01/21 6,130
1670637 잡곡 선물은 어떠세요? 9 2025/01/21 1,160
1670636 폭도들 외국인 임신부 폭행 3 내나라돌려줘.. 2025/01/21 1,524
1670635 "참가비 10만 원, 지방 교통비 추가" 윤.. 6 이렇군요 2025/01/21 2,459
1670634 뻔뻔한 면상 쳐들고 있는 꼴 보니 살의를 느껴요 18 2025/01/21 2,414
1670633 종이로 상자접기중 최고로 쉬운 방법 11 우왕 2025/01/21 1,621
1670632 윤석열 찍은게 자랑인가요? 69 000 2025/01/21 3,019
1670631 전국 아파트 관리비 술술 새요 6 해보니까 2025/01/21 2,770
1670630 저 인간 5 2025/01/21 1,151
1670629 갑자기 과자가 먹고싶네요 추천해주세요 28 ㄱㄱㄱ 2025/01/21 2,780
1670628 에어컨을 살까요 아님 중고로살까요 4 ㅇㅇ 2025/01/21 895
1670627 연말정산 맞벌이 의료비 공제 문의 2 ,,, 2025/01/21 1,019
1670626 헬스트론 효과 보신 분 계실까요? 나나 2025/01/21 590
1670625 쓰리스핀 물걸레 이모님 모셨?습니다... 12 00 2025/01/21 2,263
1670624 매불쇼 시작합니다 ~~~ 4 최욱최고 2025/01/21 9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