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느닷없는 기분에 대한 관찰 기록

.. 조회수 : 894
작성일 : 2024-09-18 16:35:28

자고 일어나니까 왠지 기운이 없다.

그대로 누워서 생각한다.

지금 내 기분의 이름은 쓸쓸함.

 

기분은 나의 뇌에서 작용할텐데 가슴 저 어딘가가 가라앉아있다. 

늦가을 바닷가에 혼자 있는 기분.

배경은 회색과 빛바랜 주황색이다.

 

내 기분의 이유에 대해서는 모르겠다.

연휴가 끝나서, 내일부터 일을 해야 해서, 아니면 연휴가 너무 길어서.

그러나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필연적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바닷속 깊은 곳에 있던 수많은 이유 중에 지금은 쓸쓸함이 위로 떠오른 것뿐이니까.

 

해야할 일들이 있지만 움직이기 싫다.

잠시 움직이지 말자.

누워서 또는 앉아서 내 기분을 좀더 지켜보기로 하자.

 

나는 이 감정이 싫은 것 같다.

그럼 내가 좋아하는 감정은 어떤 것일까.

나는 좀더 활기차고 밝고 평온함 감정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러나 억지로 기분을 바꾸려고 하지 말자.

나는 무의식과 싸워 이길 자신이 없다.

그러니 무의식이 혼자 놀게 놔두고 나는 관찰만 하자.

어차피 물 위에 떠오른 물방울처럼 잠시 후에 지나갈테니까.

 

그런데 나도 모르고 쇼핑몰을 검색하고 있다.

난데없이 겨울에 입을 패딩조끼가 끌린다.

마치 할머니들 조끼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

할머니들 조끼처럼 자잘한 꽃무늬에 세련된 디자인의 패딩 조끼를 찾는다.

하나를 찾았다. 가격은 30만 원대이다.

마음에 든다. 지금 내 마음에 든다.

결제 버튼을 누르려다 만다.

지금 이 쓸쓸한 기분이 지나가면 그때 다시 한 번 더 보고 생각하자.

 

내 기분은 아직도 가라앉아 있긴 하다.

난데없이 아이들 어릴 때 여행을 갔던 기억이 난다.

그때 돈이 많지 않던 시절이라 난 예쁜 옷이 없었다.

날씨가 생각보다 더워서 그때 난 가져갔던 긴 팔 셔츠를 주방 가위로 잘라 입었다.

그때 속상했었다.

 

그런데 지금 내 옷장은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나는 또 옷을 사려고 한다.

이 쓸쓸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일까.

그럴 수도 있다.

어쨋든 이 기분이 지나면 그 조끼는 다시 한 번 보고 생각해 보자.

 

내 기분의 이름표는 쓸쓸함.

색깔은 회색과 빛바랜 주황색.

기분의 배경은 늦가을 텅빈 바닷가.

내 몸은 기운이 없고 가슴이 가라앉아 있다.

 

배가 고프다.

커피를 한 잔 먹어야겠다.

냉장고를 열어 오징어무침을 꺼내 먹었다.

하루가 지나니 더 맛있어졌다.

 

물거품처럼 올라왔던 쓸쓸함이 지나가고

일어나서 냉장고에 가득 찬 식재료로 저녁 반찬을 만들자고 상냥한 기분이 조금씩 솟아오른다.

이것 또한 물거품처럼 지나갈 기분이지만

지금은 쓸쓸한 물거품을 보내고 상냥한 물거품으로 대응하겠다.

 

지금 내 기분의 이름표는 무난함.

색깔은 아이보리.

배경은 지금 여기 우리집.

 

화려한 패딩조끼는 사지 않겠다.

굳이 다시 보고 싶어지지도 않는다.

 

 

내 기분의 관찰일지 끝.

(기분이나 느낌에 휘둘리지 말고 관찰하자.)

IP : 118.235.xxx.225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오호
    '24.9.18 5:47 PM (112.154.xxx.32)

    82에서 보기 드문 글입니다?
    다양한 감정을느끼고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책에서 읽었어요.
    저도 요즘 제 감정 관찰하는 연습을 시작해야 할것 같은데 어떻게 시작하는게 좋을까요

  • 2. ..
    '24.9.18 6:03 PM (118.235.xxx.225)

    마음챙김, 알아차림 등으로
    책과 유튜브에 많이 나와 있어요.
    명상법인데 저는 명상이 어려워서
    원하지 않는 느낌에 휘둘리게 될 것 같으면 글로 써보는 방법을 하고 있어요.

    내 느낌이나 내 기분에 판단을 하지 말고
    타인의 느낌처럼 관찰을 하다 보면 느낌이 혼자 놀다 지나갑니다. 진짜예요^^

  • 3. ...
    '24.9.19 2:48 AM (61.43.xxx.79)

    내 감정 객관적으로 서술하기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26260 시아버지가 대놓고 살쪘다 해요 36 .. 2024/09/18 6,701
1626259 무슨 추석이 여름 한복판 같아요 10 aa 2024/09/18 2,521
1626258 지금 폭우가 쏟아지는데 23 .. 2024/09/18 8,155
1626257 스치기만 해도 쿠팡창이 열리니 미치겠네요 ㅋ 22 .... 2024/09/18 4,314
1626256 남편이 친정에 안갔대요 46 자유부인 2024/09/18 22,311
1626255 마늘 채 버터구이에 어떤 식재료 혼합하면 더 좋을까요 2 .... 2024/09/18 466
1626254 세탁건조 일체형 쓰시는 분 계신가요? 13 콤보 2024/09/18 1,998
1626253 육전 양념해서 부치나요? 18 무념무상 2024/09/18 3,617
1626252 올겨울은 더 추울까요? 1 혹한? 2024/09/18 2,061
1626251 분이 안풀리는 상황 9 .. 2024/09/18 4,823
1626250 친구 모임 모친상 부조금은 얼마나 하시나요? 3 친구 2024/09/18 3,176
1626249 묵은지 요리 좀 가르쳐주세요. 12 제발 2024/09/18 2,392
1626248 친정 부엌 청소 ㅜㅜ 5 ..... 2024/09/18 3,814
1626247 위내시경 수면비용 실비가능 여부? 2 .. 2024/09/18 2,086
1626246 밥알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어야 하나요 23 ... 2024/09/18 4,471
1626245 동생들한테 다 져주라는 엄마 12 2024/09/18 3,091
1626244 서산시 지역 잘 아시는 분께 질문 드려요. 2 .. 2024/09/18 625
1626243 수시접수 후 정시지원 준비는 언제 시작하나요? 16 수능 2024/09/18 1,806
1626242 가스렌지 검은부분에 얼룩제거 잘안지워지네요 4 2024/09/18 1,013
1626241 추워지면 모기가 보였는데.. 1 원래 2024/09/18 1,102
1626240 누래진 런닝 하얗게 하는 방법 13 ㅇㅇ 2024/09/18 3,598
1626239 국세청에 남편수입나오나요? 1 이혼 2024/09/18 1,809
1626238 전 친정언니가 너무 잔소리를해요 22 .. 2024/09/18 5,094
1626237 마지막 더위를 즐겨보아요... 3 2024/09/18 2,158
1626236 곽튜브가 사람이라도 죽인줄 30 ㅇㅇ 2024/09/18 7,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