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북동부 바다를 따라 들어선 곳에 살아요.
여느 곳과 마찬가지로 저희 동네에도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는 작은 펍들이 꽤 있어요.
은퇴하신 분들은 거의 매일 와서 간단한 식사과 함께 맥주 몇 잔을 곁들이고, 아직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일을 마치고 잠깐 들렀다 집으로 가기고 하고.
이곳에서 만난 다양한 삶을 지나온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또 현재를 함께 살아나가는 것이 저는 재미있어요.
무뚝뚝하고 찡그린 얼굴의 조지 아저씨는 70대 중반.
아내는 세상을 떠나고, 하나 있는 아들은 조금 먼 곳에 살고 있대요.
바에 앉아서 사람들 얘기하는 것에 웃고 가끔 끼어들다 보니 지나온 시간만큼 조지 아저씨와도 친해지게 되었어요. 이 아저씨는 음악을 몹시 좋아하고, 드라이한 유머 감각이 있는 사람이어서 저와 남편은 가끔 보이는 조지의 심술 궂은 모습에는 상관없이 이 분을 만나면 항상 반가웠어요.
2주 전 주말, 이 작은 펍에서 어김없이 조지를 만났는데 우연히 조지 생일이 며칠 후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남편이 생일 맥주 사주는 것은 재미없으니, 뭐 필요한 것 없어요 하고 물었는데, 아저씨가 나 꼭 가고 싶은 공연이 있어 하고 말했어요. 조지는 약한 뇌경색을 겪은 후 운전을 하지 않아요. 놀러가는 것에 no 는 찾을 수 없는 남편이 좋아요. 우리 다 함께 가요 해서 조지, 남편 그리고 저와 함께 하는 외출 계획이 만들어졌어요.
지난 주중에 이 콘서트를 다녀왔는데, 어머 이 아저씨 알고 보니 체력이 저보다 더 좋아요.
세 시간 내내 춤추고 노래하고
가끔 과음하면 욱하기도 해서 사실 좀 걱정도 했는데, 술도 적당히 마셔셔 내내 기분 좋은 상태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음악 틀고 노래 신나게 따라 부르고
조지 아저씨가 이렇게 오랫동안 웃는 모습을 처음 봐서 저도 남편도 신났어요.
일요일이니까 낮 술 한잔
어제 펍에 들리니 조지 아저씨가 지난 사흘 내내 저희와 콘서트 다녀온 얘기를 했다고 다른 동네 사람들이 말해주더라고요. 신나서 했던 얘기 또 하고 또 하는데, 저희는 알지 못하는 조지의 옛날 모습을 다시 보는 것 같았다고 조지와 함께 고등학교를 다녔던 아저씨가 말씀하시는데, 조금 찡 했어요.
아저씨 신나게 춤 출 수 있을 때까지 가끔 모시고 다녀야 겠어요.
이제 몇 시간 후면 추석 아침이네요.
저는 멀리 있지만 제 마음은 며칠 전부터 명절 기분이에요.
각자 계신 곳에서, 맞이 하고 있는 상황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어요.
해피 추석!